지난 11일 (수요일)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 대표팀이 시드니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침체 되었던 한인 사회가 다시 한 번 뭉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대표팀이 입국하는 자리에는 호주 공영 SBS와 한호일보를 비롯한 동포 언론사들이 함께했고 시드니 총영사관과 문화원에서도 공항에 나와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을 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다소 어색한 상황이 연출됐다.  대표팀을 이끄는 콜린 벨 감독이 카메라 앞에 선 상황에서 기자들이 질문을 하려고 하자 FIFA 관계자가 질문을 막아선 것이다. 

사전 예정이 안되어 있고 약속되어 있는 한인회 주최 기자 회견에서만 질의 응답을 진행하겠다는 취지였다. 정부 관계자가 나서 겨우 두 개의 질문을 할 수 있었지만 FIFA에게는 호주 공영 방송국의 기자와 한국 정부 관계자보다 한인회가 더 신뢰할 만한 상대라는 것이 확인된 상황이었다.

34대 한인회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원희) 주도로 7월 27일 열릴 예정되어 있는 정기 총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할 수 밖에 없다. 한편에선 총회를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다른 편에선 다른 문제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대책 위원회 측은 34대 한인회 선거 과정이 부당하고 불법적이라고 본다. 그리고 더 나아가 33대 한인회 운영의 난맥상을 들어 33대 강회장 측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이 것이 관철되지 않자 지난 28일 임시 총회를 열어 강흥원 회장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강회장 측은 이 임시 총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34대 회장직을 사퇴할 의사를 밝혔음에도 비대위 측에서 무리하게 임시 총회를 소집하고 총회 안건이 될 수 없는 탄핵안을 상정했다는 입장이다.

지금 이 사태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양측 모두 상대방이 획득한 권리에 대한 법적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으니 이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제는 사태를 키우기 보다는 봉합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좋은게 좋은 것이니 그냥 모두 묻고 잠잠하자는 제안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갈등의 시작은 문제 해결의 시작일 수 있다. 문제가 드러나야 해결의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문제를 짚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토의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다만 이 것이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고 끌어내리는 과정이 될 필요는 전혀 없다. 과정의 부당함과 불법성에 대한 논란만 있을 뿐 누군가 개인적인 사리 사욕을 채우기 위해 무슨 일을 저질렀다는 주장은 아직은 아무도 공개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문제의 원인이 절차와 관행의 문제였던 것은 아닌지 살펴 볼 필요도 있다. 어쩌면 이 사태의 진짜 원인은 한인회 문제에 교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지 못해 왔다는 현실과 한인 공동체의 문제에 대한 교민 사회의 무관심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사태를 통해 한인회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반성과 검토가 이루어지고 개선 방안까지 마련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한국 정부, 호주 정부 뿐 아니라 FIFA에게 조차 시드니 한인회는 한인 공동체를 대표하는 단체이다. 한인회관 문제나 코리아타운과 같이 한인회가 직접 나서거나 도움을 주어야 할 일들도 산적하다.

마하트마 간디는 “눈에는 눈이라는 원칙은 온 세상을 장님이 되게 만든다.”고 말했다.  지금 한인회 사태를 다루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조언이라고 본다.

필자가 양측을 모두 만나 보았을 때 누구도 법적 분쟁에 의한 파국을 원하지 않았다. 대책 위원회측은 34대 선거를 다시 공정하게 치룰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차기 회장직에 대한 욕심도 없다고 밝혔다. 강회장은 필자에게 교민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송구하다. 33대로서 끝내고 가볍게 털고 싶다.” 고 말했다. 강회장은 한인회관 문제를 처리하려던 과욕 때문에 일이 커진 것 같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사태에 대한 인식과 한인 사회를 향한 마음에 있어 양측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우리에겐 이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가지 않고 봉합할 지혜가 필요할 뿐이다. 한인회 원로들이 중재를 위해 나섰다. 감사한 일이다. 이들에겐 상황을 공정하고 원만하게 이끌 지혜가 필요하다. 갈등 당사자들에게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행동이 나을 결과가 진짜 자신들의 원하는 것인이었는지를 분별할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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