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모닝 헤럴드 스티븐 바들로메우즈 (Stephen Business Columnist)는 재닛 앨런 미 재무부장관의 방중에 맞춰 두 나라의 갈등 관계를 분석한 칼럼을 실었다. 한호일보는 이를 요약 번역했다.

미국 재무부 장관이 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사진: shutterstock)
미국 재무부 장관이 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사진: shutterstock)

미국 재무부 장관의 나흘간의 중국 방문은 두 경제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무역 제한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는 중에 이뤄졌다. 양국이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가 나온 것은 아니다. 대화의 목적 자체가 갈등을 완전히 봉합하는 것이기보다는 양국이 파국에 치닫지 않도록 갈등 수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회담이 끝난 후에 미국과 중국 모두 ‘실용적이고 건설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6일부터 나흘간의 방중 일정을 마쳤다. 옐런 장관은 리창 국무원 총리, 허리펑 부총리, 류허 전 부총리, 류쿤 재정부장, 판궁성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 당 위원회 서기 등을 만났다. 9일 베이징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옐런 장관은 “우리는 글로벌 경제, 우리 자신의 경제 발전과 금융시장, 각자가 후속 조치를 하기로 합의한 우려 목록에 관해 실질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중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대우와 세계 시장에서 중국 국영 또는 직영 기업이 누리는 불공정한 우위를 문제 삼으면서,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기술 및 투자에 관한 관세와 제재에 대한 미국의 관점을 제시하려고 애썼다. 미국이 주지하고자 했던 바는 이러한 정책들이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국가 안보 이익’ 차원에서 고안됐다는 것이었다. 

경제와 안보의 경계선이 뚜렷해 보이지는 않지만, 어쨌든 미국은 두 가지를 분리해 접근하길 원한다. 옐런 장관은 10일 NPR 마켓플레이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등에 대한 중국의 유사 대응 조치를 언급하면서 “국가안보가 핵심 관심 사항이기 때문에 양국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안보는 양보하지 않으면서 양국 기업이 무역과 투자에 참여할 여지는 열어두기를 원한다. 

옐런 장관은 중국에서 미국의 의도는 패권 다툼에 있지 않다고 설득했다. 9일 기자회견에서 그녀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미・중 관계를 초강대국의 충돌 프레임으로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양국이 모두 번영하기에 충분할 만큼 세계는 크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두 국가의 분쟁이 세계와 자국에 미칠 영향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완전한 분리를 바라지 않는다. 옐런 장관은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재차 언급하면서 이는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며,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실행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수출 규제 등 조치의 동기는 부당한 경제적 우위의 점유가 아니라 국가 안보상 우려와 공급망 다양화라고 주장한다. 옐런 장관은 "디커플링과 공급망 다양화는 분명히 구별된다"고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은 “우리와 동맹국들의 국가 안보 이익을 수호하는 데 필요한, 표적화한 조치들을 계속할 것”이다.

재닛 장관은 세계가 미, 중 두 나라가 번영할 만큼 크다고 말했다. (사진: shutterstock)
재닛 장관은 세계가 미, 중 두 나라가 번영할 만큼 크다고 말했다. (사진: shutterstock)

그런데 미・중 경쟁의 배경에 패권 장악을 위한 양국의 기술 경쟁을 배제할 수 있을까. 호주 칼럼니스트 스티븐 바톨로메즈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쓴 글에서 이번 방중 시기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포착했다. “옐런 장관의 방문은 미국과 중국이 21세기 기술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에서 자국 입지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민감한(delicate) 시점에서 이뤄졌다.” 

실제로 옐런 장관의 구분법은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언급한 ‘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 전략과 맥이 닿는다. 상업적 용도와 군사적 용도로 모두 사용될 수 있는 핵심 기술은 보호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첨단 칩과 칩 제조 장비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 중국은 칩 체조에 필요한 주요 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제한했다.

바톨로메즈는 “옐런 장관의 이번 방중은 국가 안보 이익을 증진하려는 양국의 노력이나 이러한 노력이 더 광범위한 경제 및 지정학적 야망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의 양상, 경제와 안보의 불분명한 경계, 기술 경쟁의 함의 등을 고려하면, 이번 방중의 의의는 ‘대화 재개’에 머무는 편이 낫다. 공급망을 분리하는 미국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은 지속적인 대화 없이는 언제든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중국 재정부는 10일 설명 자료를 발표하고, 미국 측에 공정 경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명확하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요구한 것은 “시장 경제 원칙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따른 건전한 경쟁”이다. 재정부는 "중국은 회담에서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 관계가 양국 및 세계 평화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면서 중국이 표명한 중대한 우려에 미국의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요약 번역) 한호일보 이용규 기자  yklee@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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