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버크 노사관계장관은 가족을 부양하려는 임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처럼 일하지만 고용 안정은 없는 '더블딥'에 빠져있다고 말했다.(사진:ABC)
토니 버크 노사관계장관은 가족을 부양하려는 임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처럼 일하지만 고용 안정은 없는 '더블딥'에 빠져있다고 말했다.(사진:ABC)

연방정부는 85만 명의 임시직(casual) 근로자에게 ‘정규직 전환’ 선택권을 보장해 고용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선거 공약을 이행하길 원하는 올해 말 의회에 상정할 계획인 노사관계법 개정안에서 임시직 근로에 대한 재정의를 확립할 방침이다.

만약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고정적인 시간에 근무하는 임시직 근로자들은 6개월마다 사업장에 정규직 전환을 신청할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이는 6개월 이상 정규적으로 근무한 임시직 근로자가 12개월을 일하면 고용주는 정규직 전환을 제안해야 한다는 현행법의 요구에 추가되는 것이다. 

24일 시드니연구소(Sydney Institute)에서 정부 개혁안에 관해 설명한 토니 버크 노사관계장관은 이 개혁이 85만 명에 이르는 임시직 근로자에게 ‘잠재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는 이 변화가 사실상 정규직처럼 일하는데도 임시직으로 분류돼 유급 휴가, 유급 병가 등의 재정적 안정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는 법적 구멍을 메울 것이라고 본다.

입법 목적은 정규직 전환의 강제가 아니라 전환 기회의 확대에 있다. 

임시직 근로자는 정규직 혜택을 받지 않는 대신 급여의 25%를 얹어 받는 ‘캐주얼 로딩(casual loading)’ 자격을 부여받는다.

정규직보다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직업 특성이나 개인 상황에 따라서 임시직이 경제적으로 더 나은 선택지일 수 있다. 실제로 상당수의 임시직 근로자는 이 고용 형태를 선호한다.   

버크 장관은 “많은 임시직 근로자는 정규직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학생이나 여윳돈을 원하는 임시직 근로자에게 이러한 변화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가계를 부양하려는 임시직 근로자”처럼 절박하게 안정감을 원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버크 장관은 이들이 정규직처럼 일하는 동안 고용주들이 그 대가로 제공해야 할 고용 안정성을 전혀 받지 못하는 “더블딥(double dip・이중 침체)”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개혁안은) 전적으로 근로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며 “어느 임시직 근로자도 원하지 않는 정규직 전환을 강요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버크 장관은 현재 시행 중인 정규직 전환 규정을 포함해 “노동조합과 기업 단체가 합의한 기존의 틀 상당 부분은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호주 최대 노동조합인 ACTU는 노동당 정부의 개혁 방안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샐리 맥마누스 ACTU 사무총장은 “이번 정부 제안은 합리적이고 공정하며, 임시직으로 남을지 아닐지 결정은 노동자의 손에 맡겨질 것”이라고 반겼다.

ACTU에 따르면, 2023년 5월 현재 호주 노동자의 25% 정도인 260만 명이 임시직 근로자다. 이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통계국(ABS) 자료는 임시직 근로자의 59%가 매주 동일한 시간에 근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맥마누스 사무총장은 “고용주 로비 단체들은 안전한 일자리의 중요성을 너무 오랫동안 부정해 왔다”며 일방적이 유연성을 원하는 그들이 임시직을 임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호주상공회의소(ACCI)의 앤드루 맥켈러 최고경영자(CEO)는 정부의 새 실험이 경제에 불확실성을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맥켈러 CEO는 현행 정규직 전환 규정으로도 충분한데도 정부가 불필요하게 위험 수준을 높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규모 사업체의 경우에는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임시직 고용이 우선적이라고 짚으면서, 정부가 꾀하는 변화가 이들에게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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