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시드니대학교 내 공연장 매닝바에서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이하 문화원)이 주최한 K-인디 페스티벌이 열렸다. 호주에서 최초로 열린 한국 인디가수들의 공연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증명하며 성황리에 종료됐다. 이번 공연은 한국의 인디밴드 치즈, 소수빈 그리고 호주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인디가수 JYLPO가 무대에 올라 다시 한번 한류의 위상을 높였다. 

치즈는 편안한 어쿠스틱, 발라드, 댄스곡까지 폭넓은 음악적 영역을 넘나드는 싱어송라이터로 각종 드라마 OST, 페스티벌에서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고 있는 뮤지션이다. 소수빈은 차세대 고막남친으로 여심을 저격하는 감미로운 목소리의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이다. 

주시드니한국문화원 그리고 공연장에서 아티스트들을 만나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다. 

K인디 페스티벌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
K인디 페스티벌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

이번 공연이 단 15분 만에 모든 표가 매진됐다고 한다.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다. 

치즈: 한국은 팬들의 얼굴을 자주 보고 공연도 하니깐 모르고 지내다가 해외 공연이 매진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실감이 났다. 

소수빈: 그동안 코로나 시국으로 해외로 나가서 공연하는 기회가 진짜 많지 않았다.  호주에서 공연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뭔가 엄청난 목표를 가지고 온게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 들려드리려고 온 건데 이렇게 환대해주시니 너무 감사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두 분이 같은 소속사 식구인걸로 알고 있는데, 서로에 대해서 소개와 칭찬을 해달라 

치즈: 옛날에 라디오에 나가서 수빈이를 ‘무염버터’라고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부드럽고 담백한, 자극적이지 않은 목소리라서 그렇게 이야기 했던 것 같다. 수빈이는 노래를 정말 잘한다. 노래하는 톤이나 특유의 흘려부르는 창법, 뉘앙스때문에 어떤때는 팝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여심을 저격하는 곡을 많이 쓰는데,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하하) 수빈이를 보면서 배운 점도 있다. 무대를 이끌어갈 때 밉지않은 능청스러움으로 프로답게 무대를 이끌어가는 면이 있다. 기본적으로 음악을 너무 잘 하는 친구라 앞으로 더 잘됐으면 좋겠다. 

소수빈 : 누나는 항상 후배를 많이 챙겨주는 선배이다.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콜라보를 많이 했고 덕분에 나를 알릴 수 있는 자리들이 많이 생겼었다. 치즈라는 가수의 보컬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매력적인 보컬이고,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 가수이다. 

인디가수 소수빈
인디가수 소수빈

언제부터 음악을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치즈 : 중학교 3학년때 노래를 처음 시작했고, 곡을 쓰면서 노래를 부르고 활동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20살 때이다. 그리고 예술대학에 진학을 하고 친한 친구들끼리 스터디식으로 매달 곡을 만들고 이런걸 해보자고 해서 만든 팀이 ‘치즈’이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최종적으로 지금은 각자 조금은 다른 꿈과 장르로 가면서 혼자 남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그렇게 음악을 시작했었다. 

소수빈 : 어릴 때 장래희망 쓰는 칸에 ‘댄스가수’라고 적었었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조성모 춤을 막 따라추기도 했다고 아버지가 말씀해주셨다.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이 노래에 대한 꿈에 다가가게 된 지점이다. 장기자랑 시간에 다들 안나간다고 하길래 무대로 나가서 플라이투더스카이 노래를 부르고 1등을 했다. 학교로 돌아갔을 때 애들이 너 수학여행때 노래부른애 아니야? 하면서 알아봐주더라. 그때 깨달았던 것 같다. 아 사람들이 나를 음악으로 알아봐주는구나 하고.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음악학원에 갔고 그렇게 해서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 

치즈, 소수빈 두 아티스트는 이제 인디계에서 ‘장수’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인디페스티벌에서 빠질 수 없는 라인업이 됐는데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것 같다. 

치즈 : 여러가지 면에서 타이밍이 맞았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확실히 인디라는 장르에서 오래 버티기가 어렵더라. 음악이라는것이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지속가능한데, 인디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대중가요처럼 많지 않았다. 음악 트랜드도 돌고 돈다고 생각을 하는데, 싸이월드에서 페이스북으로 세대가 넘어가면서 인디 장르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운 좋게 그 때 데뷔를 하고 치즈의 음악을 알아봐주셨다. 시대의 변화로 개인주의가 점점 짙어지면서 각자의 취향을 찾아가는 그런 시대가 되다보니 운이 좋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소수빈 : 인디라는 음악 카테고리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시는 분들을 보면 희소하고, 대단하고 어떻게 보면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긴 하지만 너무 어려운 영역이다. 결국 음악이라 함은 누군가가 들어주기때문에 움직이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렇게 사랑을 받아왔던 건 너무 과분하고, 솔직히 내 음악이 많은 사람들이 듣기에 좋은 음악이라기 보다는 마니아층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요즘은 더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뭘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고, 그러나 지금 우리의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계속 노래를 할 것이다. 

인디가수 치즈
인디가수 치즈

이번 호주 공연은 좀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계신지 

소수빈 : 보통은 밴드 공연을 하는데 이번에는 어쿠스틱 기타 한대를 가지고 왔다. 사실 소수빈 음악의 시작이 기타 한대였다.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로만 이루어진 공연이라 더 ‘소수빈스러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치즈 : 드라마 OST 작업 참여도 꽤 많이 했는데, 감사하게도 참여한 드라마들이 해외에서 인기가 많아졌다. 해외 음원 사이트에서도 많이 들으시는 곡들이 있다. 그런 곡들로 준비를 해왔고 또 치즈의 음악도 골고루 준비해왔다. 즐겨주시면 좋겠다. 

한국 공연과 호주 공연에 임하는 마음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치즈 : 당연히 있다. 한국은 그래도 어느정도 나를 알아주시고, 치즈의 음악을 알고계신다. 나는 항상 공연을 할 때마다 ‘오늘 한 명이라도 유입을 하겠다.’라는 다짐을 한다. 이번에는 해외에서 치즈라는 뮤지션을 더 알릴 수 있게 열심히 하고 가겠다라는 마음이 있다. 

소수빈 : 이렇게 먼 타국으로 와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다. 앞서서 이야기 한 것 처럼 한국에는 늘 자주 우리를 보러와주시는 반가운 얼굴들이 있는데, 호주 관객분들과 우리가 볼 수 있는 기회가 쉽지 않다. 그래서 떨리는 마음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시간을 귀하게 더 좋은 시간으로 보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든다. 

마지막으로 호주 팬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소수빈 : 호주에서 쓰는 인사를 배워왔다. “G’day Mate” (하하) 반가운 마음이 정말 크고 공연을 보시면서 환하게 웃어주시고, 저의 음악을 감상하시면서 좋은 시간들을 보내고 오늘이 아니라 다른 공간에서도 우리가 함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치즈 : 만나 뵙게 돼서 정말 반갑고 호주에서 우리 노래를 들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올 수 있었다 그게 너무 신기하다. 한국에서도 아직 ‘팬이에요, 노래 잘 듣고 있어요.’라고 이야기해주시면 신기한데 호주에서도 나의 노래를 들어주시는 팬들이 있다는게 너무 신기하고 기회가 된다고 자주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일 공연을 성공적으로 잘 마쳐보도록 하겠다! 

다음은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2세 인디 가수 JYLPO(21)의 인터뷰이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한인 인디가수 JYLPO
호주에서 활동하는 한인 인디가수 JYLPO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JYLPO라는 이름의 뜻이 궁금하다.

한국 이름이 이준영이고 활동명은 .JYLPO이다. 이름의 뜻은 이니셜을 땄고, PO는 비밀이다 (하하), 6살 때 한국에서 호주로 이민을 왔다. 

언제부터 음악을 시작하게 됐는지 또 ‘인디’라는 장르의 음악을 하게 된 이유도 궁금하다. 

열여섯살때쯤 친구들과 함께 재미로 음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디가 아니고 힙합을 했었다. 랩을 만들고 랩핑을 했었는데, 커가면서 ‘인디음악’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원래 음악이 꿈은 아니었는데 즐겁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꿈이 된 것 같다. 인디라는 장르는 편안하게 릴렉싱하면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 좋다. 누워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게 정말 좋다.

처음에 섭외 연락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시드니한국문화원에서 이메일을 주셨다. 사실 얼떨떨했고, 떨렸다. 그런데 정말 좋은 기회라서 꼭 꼭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노래를 하는 건 처음이다. 너무너무 긴장되고 준비한 노래들을 잘 들려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호주 팬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어떻게 보면 꿈에 한발자국 더 다가가게 되었다. 내가 저렇게 인기있는 한국의 인디 가수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이 꿈만 같다. 앞으로 치즈, 소수빈처럼 “JYLPO”라는 이름을 알아봐주시고, 뮤지션으로서 다양한 페스티벌에서 함께 놀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오늘 공연 잘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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