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SIPC 우승자 김정환씨 (사진: 한호일보)
2023 SIPC 우승자 김정환씨 (사진: 한호일보)

지난 7월 22일 시드니 국제 피아노 경연 대회 (SIPC: Sydney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이 막을 내렸다. 총 6명의 결승 진출자 중 최종 우승 (Ernest Hutcheson First Prize)은 현재 독일에 거주중인 한국인 김정환 (23세) 씨에게 돌아갔다.

1977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는 4년마다 한 번 열리며 가장 많이 알려진 피아노 콩쿠르 중 하나이다. 32명의 젊은 피아니스트 (18-32)가 본선에 참석해 12명의 준결승 진출자를 가려낸 후 마지막 결승에서는 6명이 다시 연주를 통해 최종 우승자가 정해진다. 

본선 1차 경연에서는32명 전원이 자유롭게 선택한 곡으로 두 개의 라운드를 구성해 연주하게 된다. 준결승에서는 12명의 연주자가 정한 주제에 맞춰 곡을 선정한 후 역시 두 개 라운드를 구성해 연주한다. 준결승에서는 독주와 실내악 협연이 이루어지고 6명이 겨루는 결승에서는 오케스트라 협연이 이루어진다. 

우승자에게는 5만불의 상금과 호주 6개 도시를 돌며 단독 콘서트를 할 기회가 주어지고 연주곡들은 음반으로 발매된다.

 

대회를 소개해 달라

SIPC는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피아노 경연 대회로 요구 사항이 매우 많은 까다로운 대회이다. 연주해야 하는 곡의 양이 엄청나고 독주 라운드에 이어서 실내악 라운드도 해야 하고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도 두 번 해야 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준결승 연주 전에 5분 정도 개인적으로 정한 주제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캐나다, 호주, 러시아, 영국 및 중국에서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함께 대회를 펼쳤다.

이 전에도 국제 대회에서 입상한 적이 있는지?

국제적인 명성이 있는 대회에서 우승은 처음이다. 독일에서 열린 리스크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덴마크 오르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 있다. 일본에서 열리는 센나이 콩쿠르에서 입상한 적이 있다.

대회에 참석하게 된 계기를 설명해 달라

독일에서 함께 공부하던 형이 대회에 함께 참가해 보자고 제안했다. 참가자는 먼저 연주곡 영상을 보내야 한다. 형과 나도 모두 영상을 보냈는데 나만 본선에 초대를 받았다. 시드니에 와서 처음 연주를 해 봤을 때는 예선 통과를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예선 끝나자 마자 돌아갈 수 있도록 비행기를 예약했다. 그런데 준결승에 오르고 결승까지 오르면서 비행기 티켓 날짜를 계속 바꾸었다.

독일에서 생활하는 것 같다.

피아노는 6살부터 쳤는데 내가 부모님께 독일에 보내 달라고 했고 엄마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2011년 11살에 엄마, 동생과 함께 독일로 유학을 갔다. 독일에서 힘든 시기도 있었다. 사춘기때는 연습할 때 혼자라는 생각에 무척 힘들었다. 레슨을 받아도 일일이 모든 것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나만의 음악을 찾아 가는 과정이 힘들었다. 또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에서 독일에 갔기 때문에 향수병도 있었다. 유튜브를 보며 외로움을 달래기도 했다. 현재는 한스 아이슬러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한국인 유학생들이 특히 많다.

한국에서와 독일에서의 음악 교육이 다르다고 느끼나?

한국 떠난지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사실 두 나라의 음악 교육 차이를 정확하게 비교할 수는 없다. 내가 한국을 떠날 당시 예술의 전당 아카데미에서 피아노를 배울 때는 주로 기술 중심의 레슨을 받았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기교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오히려 음악을 배웠다고 느꼈다. 독일에서의 교육은 악보를 보면서 그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아 내고 그 메시지를 해석하는 것을 음악 교육의 우선 순위에 두었다. 그리고 화성, 멜로디의 관계성을 찾고 연주할 때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를 찾아 내는 방법을 배웠다. 기술은 연주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다. 지금은 피아노 연주에 있어 기교를 위한 기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신처럼 이민을 간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타지에서 이민자로서 사는 것이 쉽지 않다. 나는 사춘기 때 내가 스스로에게 항상 했던 말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다. 힘들 때 운동같은 것으로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힘들겠지만 원하는 바를 쫓아서 가다 보면 자기가 원하는 곳에 조금씩 더 가까워질 것이다.

음악을 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음악을 하고 싶다면 남이 무엇이라고 말하던 신경 쓰지 말고 자기 길을 가라.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연습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다. 오히려 많이 경험하라. 테크닉이 얼마나 정교한지는 중요하지만 그것은 그저 기본일 뿐이다. 무엇보다 경험을 통해 얼마나 다채롭고 감동적인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별히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음악과 책은 공통점이 많다. 기승전결의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 속에 메시지가 숨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는 슈만인데 슈만은 원래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의 음악을 이해하려고 그가 좋아했던 책을 읽는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내년 SIPC가 주관하여 미국, 유럽, 호주에서 순회 공연을 할 것으로 보인다.

2년 후 벨기에에서 열리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2026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쇼팽 콩쿠르에도 참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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