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강 서쪽 서안지구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사진:Shutterstock)
요르단 강 서쪽 서안지구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사진:Shutterstock)

호주 정부는 '팔레스타인 점령지(Occupied Palestinian Territories)' 용어를 복원하고,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해 "불법"이라는 분명한 언어를 사용할 방침이다. 

다음 주에 열릴 노동당 전당대회에 앞서 페니 웡(Penny Wong) 외교장관은 "정착촌이 국제법상 불법이며, 평화에 대한 중대한 장애물임을 확인하여 정착촌에 대한 정부의 반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8일 밝혔다.

지난달 호주 정부는 캐나다, 영국과 함께 이스라엘과 서안지구에서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는 이스라엘 정부가 서안지구 정착촌에 5,700채의 주택 건설을 승인한 것에 평화를 해친다고 비판했지만 '불법'이라고 언명하지는 않았다.

2월에도 호주 정부는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미국 등과 함께 이스라엘 정부의 서안지구 정착촌 확장 결정을 규탄하는, 유사한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웡 장관은 호주 정부가 이스라엘 정부의 방침이 국제법에 따라 불법임을 확인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점령지'라는 용어도 쓰겠다고 했다.

호주 장관들은 서안지구를 언급할 때 일관되지 않은 용어를 사용했다. 2014년부터는 이 지역에 점령지 혹은 점령이라는 표현을 자제해 왔다.

이날 상원에서 웡 장관은 호주 정부의 입장은 유럽연합(EU), 영국, 뉴질랜드 등의 국가는 물론이고, 유엔 총회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의 태도와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웡 장관은 "이 용어를 채택함으로써 우리는 동예루살렘과 가자지구를 포함한 서안지구가 1967년 전쟁 이후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됐으며, 이 점령이 계속되고 있음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과거 정부의 입장과 일치하며, 정착촌이 법적 타당성이 없고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법률 자문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웡 장관은 그럼에도 호주는 "이스라엘의 헌신적인 친구"로 남아있다면서, 정착촌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는 강한 언어를 쓸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노동당의 국가 플랫폼 초안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안전하고 인정된 국경 내에서 국가로 존재할 수 있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며, 호주 정부에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적혀있다. 

호주 정부는 언제부터 강화된 용어를 사용할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유대계 의원인 줄리언 레서(Julian Lesser) 자유당 하원의원은 정부의 용어 변경 방침은 좋은 생각이 아니며, 정착촌이 불법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레서 하원의원은 "이번 결정은 두 국가 해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alestinian Islamic Jihad)처럼 우리가 테러 단체로 지정한 조직을 더욱 대담하게 하고 기쁘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것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전 세게 동맹국에도 나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이번 발표가 노동당 전국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이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사이먼 버밍엄(Simon Birmingham) 야당 외교 담당 의원도 발표 시점을 문제 삼으면서 "노동당의 내부 이견이 이러한 문제에 대한 호주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훼손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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