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임성대 씨는 한국의 한 대기업에서 팀장으로 일하며 프리랜서 기자로 여러 곳에 글을 투고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태어나 자란 Z 세대 외국인 같아

요즘 인터넷 매체나 SNS를 보면 MZ세대의 특징들을 재미있고 다양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세대별 구분이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MZ 세대의 특징이 우리 아이들이나 후배 동료와의 관계에 있어서 들어 맞지 않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리 사회가 세대를 구분할 때 서구에서 발명된 구분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한다.

서구의 세대 구분과 한국 사회의 세대 구분을 비교해 보자.

서구 국가에서 베이비 부머 세대(2차 대전 후 태생)는 1960년대 이미 역사상 최고의 호황을 경험한 세대이다. 전후에 이들이 경험한 것은 뿌리 박힌 민주주의 위에 빠르게 성장하는 자본주의였다. X세대(1960년 중반부터 1980년까지 태생)는 그런 풍요의 기반 속에서 태어나 성장하며 특히 문화적으로 풍요롭게 다양한 시대를 살았다.

그렇다면 오늘날 이슈가 되고 있는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까지 태생)는 어떨까? 필자가 보기에 Z세대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풍요와 민주주의는 그들에게도 변하지 않는 현실이었다.  서구 사회에서도 세대간 차이가 있지만 공통성도 크기에 Z세대를 그 윗 세대인 M세대 (1980년대부터 1990년 중반 태생)를 묶어 MZ 세대라 부르는 것에 대한 어색함도 없다.

서구에선 베이비 부머, X세대, MZ 세대가 다른 점 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아 보이는 것이다. 서구에서 이 세대를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은 테크롤로지이다. Z세대를 정의하는 모든 문헌에는 그들을 인터넷과 핸드폰에 익숙한 세대라고 말하고 있다.

서구사회는 모든 세대를 관통하는 비슷한 가치관과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을 구분 짓는 특이점이 있다면 과학 기술 발전에 의한 차이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어떨까? 한국 사회도 지금 베이비 부머 세대, X세대, Z 세대 등 특성이 분명한 세 개의 세대가 공존하는 사회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베이비 부머 세대(1953-1963년 태생)가 사회 지도층을 구성했던 시기를 지나 그들의 자녀들이 X세대로 중년을 맞으며 각계 각층에서 리더로 자리잡고 있다. 동시에 그 X세대의 자녀들이 Z 세대(1996년 이후 태생)로 불리며 한국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고속 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한국 사회의 세대간 구분은 서구 사회와 비교가 불가하게 뚜렷하다.

한국에서 베이비 부머 세대와 그들의 자녀인 X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전혀 다른 가치를 추구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달랐기에 갈등도 많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했던 베이비 부머 세대와 절차적 민주주의를 요구해 온 X 세대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소위 세대 갈등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때부터이다. 

Z세대의 등장은 또 다른 차원의 이해를 필요로 한다. X세대와 Z 세대의 차이는 세대 차이라는 말로 담을 수 없다. 이들은 마치 다른 국가에서 온 사람들 같다. 실제로 X세대가 개발 도상국에서 성장했다면 지금의 Z세대는 한국 사회 최초로 선진국에서 태어나 자란 세대인 것이다. 

선진국에서 태어나 자란 Z세대는 개발 도상국 출신 X세대가 자신들을 Z세대로 정의하는 것 자체에 심드렁하다. 

최근 필자가 직접 인터뷰한 A 양 (고등학교 17세)의 경우 MZ 세대란 말 자체가 부모세대들의 용어로 M세대와 Z세대는 완전히 다르다고 항변했다. 진정한 Z세대는 자신의 세대를 몇 가지 단어로 정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옳고 그름에 대하여도 개인 취향일 뿐이라 믿고 있고 체면이나 남의 시선도 중요하지 않다.

서구 사회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유뷰브, 인스타그램이 Z 세대를 특징짓고 있다면 한국 사회의 Z 세대는 근본적인 가치관이 바뀌고 테크놀로지는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Z세대의 특성이라고 말하는 개인주의는 오랫동안 서구인들의 특징이라고 알고 있지 않았는가?

멀리 떨어져 있는 외국인들이 이제 한국말을 하면서 내 자녀가 되고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회사에 들어와도 한국 직장 문화 속에서 정해진 규칙에 적응하는 것을 무척이나 힘들어 한다. 반면에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어려워하지 않는다. 신입사원이 부모님을 통해 전화로 사직 의사를 표현하거나 수차례 무단 결근을 한 후 사직하는 경우도 많다.

베이비 부머와 X 세대가 당연히 여기던 통념이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풍요와 자유 속에서 눈치 보지 않고 자신들의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

돈을 벌기 위해 인생을 걸었던 할아버지 세대나 정의가 무엇인지 갈구했던 아버지 세대와는 전혀 새로운 인류가 출현한 것이다. 

지인 중 한 분은 최근 개봉한 ‘밀수’란 영화를 자녀와 함께 보면서 세대차이를 느꼈다고 한다. 이 영화는 1970년대 해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 함께 영화를 본 어린 자녀가 영화 내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고 개연성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회에 불법이 만연하고 저렇게 못살고 물고기 찌꺼기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에겐 그들의 조부모가 목숨처럼 중요하게 생각했던 먹고 사는 문제와 부모가 추구해 왔던 절차적 민주주의가 너무 당연한 것이다.

개발 도상국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란 필자에겐 내 자녀와 후배 직장 동료들이 외국인같은 이유이다.

각 기업들은 이것이 소통의 문제요 이해의 문제라 말하며 마치 젊은 세대를 다 이해하는 양 최고 경영자들이 앞장서서 그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간극이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이들을 이해하려면 오히려 눈을 돌려 서구인들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X 세대는 절약과 성실이 체질이 되어 버린 어른들과 선진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동시에 이해해야 하고 살펴야 하는 끼인 세대이다.

내 젊은 시절엔 베이비 부머 세대와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면 지금은 Z 세대에게 꼰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온갖 열과 성을 다한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 끼인 세대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또는 끼인 세대의 사명일지도 모른다.

자유 기고가 임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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