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가 속한 베넬롱(Benellong) 선거구의 연방하원의원인 노동당 제롬 락살 (Jerome Laxale)은 페이스북을 통해 임대법 개혁을 예고하며 유권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NSW 전역에서 세 명 중 한 명꼴로 주택을 임대하고 있고, 베넬롱에서만 40% 이상이 임대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며 임대법 개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렌트로 거주하고 있는 가구가 전체의 40%에 이르는데 임대료가 연간 10%가 오르고 있다면 주택 공급 부족 문제는 호주 정치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주택 공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현 노동당 정부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주택 공급 부족과 치솟는 비용은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에 큰 상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택 착공률이 7% 감소하고 첫 주택 구매자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임대료는 연간 10% 넘게 증가하는 등 모든 주택 관련 지표가 후퇴하고 있다.

디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의 최근 설문조사에 의하면 현 정권의 주택 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마이너스 58%였다.

이런 상황에서 안소니 알바니지 (Anthony Albanese) 연방 총리가 다음 주에 있을 국가내각회의 (National Cabinet Meeting)에서 이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삼겠다고 했다. 각 주와 준주의 총리들과 거국적으로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알바니지 정부는 현재의 주택 위기를 저가 주택 공급으로 타개하 려고 한다. 100억 달러 규모의 소위 ‘호주 주택 미래 기금’(Housing Australia Future Fund)을 마련해 앞으로 5년간 3만 채의 저가형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 안은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 계류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안은 지난 6월에 상원에서 부결된 것과 똑같은 법안이며 이번에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노동당의 호주주택미래기금 법안이 부결된 것은 녹색당의 협조를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상원에서 과반이 아니며 심지어 제1당도 아니다. 야당인 자유-국립 연립은 이 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당으로서는 제3당인 녹색당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녹색당이 내 놓은 조건 중 노동당을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2년간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동결하고 그 이후에는 2년마다 인상하되 그 한도를 2%로 제한하여 세입자를 보호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노동당은 이 안을 거부했고 결국 지난 6월 호주주택미래기금 안이 상원에서 부결됐다. 그리고 지금 동일한 법안이 상원에서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알바니지 정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녹색당은 다시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단기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임대료가 연간 10%씩 오르는데 자금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주택 건설 계획이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이 것이 알바니즈 총리가 각 주와 준주들의 도움을 구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이다. 좋게 보자면 온 국가 리더들이 협력해서 난제를 해결해 보자는 취지이겠지만 다른 말로 하면 연방 정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혹자는 집권 노동당이 녹색당의 제안을 받아드리면 간단하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실제로 호주연구소(Australia Institute)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호주인 전체의 75%가 임대료 상한제에 찬성했다.

지금도 ACT의 경우는 임대료 상승률을 물가 상승률과 연동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녹색당이 요구하는 임대료 동결이나 임대료 인상률을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자는 안에 비하면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임대료 동결을 법제화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염려한다. 임대료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을 경우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팔거나 홀리데이하우스로 바꾸도록 유도해 결국 임대 가능한 주택 자체가 적어질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ACT의 경우에도 그 효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이유로 현재 녹색당의 임대료 상한제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주총리는 빅토리아주의 다니엘 앤드류스 주총리가 유일하다.

지금 노동당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섯불리 임대료 동결안을 받아 드렸다가 임대 수익으로 크게 늘어난 모기지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주택 소유자들의 원성을 듣게 될 것이다. 

반대로 임대료 동결안을 거부하면 상원에서 주택 공급 법안이 사망하게 될 운명이다. 

알바니지 총리가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국가적인 의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만으로도 중요한 진전이다. 그러나 다음 주에 있을 국가 내각 회의에서 획기적인 해결책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쉬운 해결책이 있었다면 이미 나왔을 것이다. 

다만 현실적이며 실제적으로 서민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작은 조치들이라도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호일보 편집인 손민영 gideon@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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