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우드가 코리아타운으로 지정되고 그곳에서 가장 오랜시간 영업을 한 가게는 어디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2001년에 정육점을 인수해서 올해로 22년차가 된 ‘수원정육점’의 김재윤(69)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82년 아내와 결혼을 하기 위해 호주로 오게 된 김재윤 사장을 만나서 이스트우드에서 정육점을 22년동안 운영했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호주는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1982년도에 지금 아내와 결혼을 하기 위해서 처음 호주에 왔다. 당시 아내는 호주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알다시피 처음 호주에 오면 할 수 있는 일들이 그리 많지 않다. 한국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때 슈퍼마켓 청소도 하고 클리닝 일도 하고 그랬었다 

원래는 음악을 전공하셨다고 들었다

그렇다. 전공은 클라리넷이고, 세컨 전공으로 피아노를 했던 음악전공자이다 호주 오기전 한국에서 그룹 활동도 했었고 방송활동도 조금 했었다. 킹스크로스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공연도 했었다. 1988년도에 ‘서울 뮤직’이라는 피아노 가게를 열었다. 그런데 피아노라는 제품 자체가 워낙 단가가 높기도 하고 사업 규모를 크게 벌이다보니 힘에 부치고 빚도 생겼었다.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에 ‘일본’으로 갔다.

일본에서는 무엇을 했나 

일본에서 9년동안 음악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그때 내가 일본의 고급 와규를 알게 된 것이다. 일본이 또 고급 와규로 유명하지 않냐. 그 중에서도 홋카이도 고기가 유명한데, 일요일 오후에 백화점을 가면 고급백화점에서 와규 30% 세일을 한다. 그때는 진열해놓은 것도 어찌나 멋지게 해놓았던지. 고급 고기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호주에 돌아와서 ‘정육점’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1998년도에 다시 호주로 돌아왔는데, 딱히 할일이  없었다. 처음에 호주 슈퍼마켓 울월스 5개 정도를 청소하는 일을 했었는데 중국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호주로 들어오면서 청소업 임금이 완전 하락한것이다. 그래서 청소를 정리하고 다른 걸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때 선택지가 3가지가 있었다. 세탁소, 미장원 그리고 정육점. 사실 그 3가지 중에 정육점이 가장 저렴하게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라서 선택을 했다. 내가 고기를 조금 알기도 하고, 3개월동안 고기 분별하는 방법, 정육 기술을 열심히 배웠다.

22년동안 정육점을 운영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차별점’을 둬서 운영하려고 했고, 지금까지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인 고기보다는 남들이 팔지 않는 고급 고기를 팔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시드니에서 이스트우드가 제일 정육점이 많다. 14개정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경쟁하지 않고 차별화를 두어서 지금까지 운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손님들에 따라서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지만 립서비스를 하는 것 보다 ‘정직’하게 판매하려는 신념으로 지금까지 운영을 했다. 손님이 오셔서 고기를 여러 부위 사신다고 하시면 누가 드실건지 또 부위별로 조합이 뭐가 좋은지 말해준다. 보통 손님들이 ‘싸고 맛있고 기름기없는 고기주세요’ 라고 말씀을 많이 하신다. 세상에 그런 고기가 있으면 나도 맛보고 싶다. 고기가 부드럽고 맛있으려면 마블, 기름기가 있어야 한다. 다 맛있어요 이런식으로 팔 수는 없다. 20여년동안 방문해주신 고객들과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신뢰를 서로 쌓았기때문에 지금까지 장사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나. 

곧 은퇴를 앞두고 계신다고 들었다. 

가끔 ‘어, 여기 정육점이 있는 줄 몰랐다.’ 고 하시는 손님들이 계신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오셔서 다행입니다. 앞으로 3-4년 정도 더 오실 찬스가 있습니다.’ 하면서 농담을 하곤 한다. 욕심내지 않고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20년의 세월동안 단골손님들도 참 많았다. 그 중에는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고, 양로원에 계시는 분들도 계시고, 뱃속에 있었는데 지금은 가정을 꾸려서 애기까지 데리고 오는 손님도 있다. 세월이 참 빠르다. 

처음 이스트우드에서 정육점을 시작했을 때는 한인 상점들이 많이 없었다고 들었다. 

그렇다. 그때는 거의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가게였다. 정육점을 시작했을 때도 한인 상점은 거의 없었다. 지금은 한인 타운으로 지정도 되고 한인 상점들로 거리가 다 차버렸다. 35년전쯤일까 클라리넷 리드와 스탠드를 살려고 알아보니 이스트우드에 악기점이 하나 있길래 사러 왔었다. 지금 동방잔치 그 위쪽이었던 것 같은데… 사실 악기점이 아니고 잡화점 비슷한 가게였다.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이 상자를 뒤적거리면서 부품을 찾아주셨다. 몇 없던 한인상점에서 필요한 이것저것을 샀던 기억이 난다. 

이스트우드가 ‘코리아타운’으로 지정이 되었는데, 가장 오랜 시간 이곳에서 영업을 하신만큼 하고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

한인 상점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사실은 ‘반공인’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양심을 가지고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 코리아타운으로 지정이 된 만큼 내 가게 앞만 신경쓰는게 아니라 쓰레기통 관리, 위생관리를 더 많이 신경을 써야하고 또 하나는 손님에게 ‘진심’으로 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 이스트우드 상우회가 코로나때부터 단합하고 함께 나눔도 하면서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는데, 계속 잘해주시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