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퇴한 퀸즐랜드 발레단 감독 리 쿠신 (사진: 황현숙)
최근 은퇴한 퀸즐랜드 발레단 감독 리 쿠신 (사진: 황현숙)

 

은퇴한 지 어느새 두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 가버렸다. 인생의 여정은 한 시점에서 또 다른 시점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그 여정 중에서 은퇴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은퇴는 단순히 일의 끝이 아닌, 더욱 풍요로운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두려움은 마음에 새겨두었던 일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조금씩 실천하는 것으로 도전을 해본다. 은퇴 후의 시간은 그동안 묵혀두었던 책을 새롭게 꺼내보는 듯 느슨한 기분이 든다. 희미해졌던 흥미와 호기심이 서서히 나를 깨어나게 하고, 삶의 여유로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은퇴 생활을 보람 있게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1. 새로운 취미와 관심사 발견하기

2. 자발적인 봉사활동

3. 건강과 웰빙 관리

5. 지식 습득과 교육

6. 여행과 탐험

7. 창작과 기록

요약된 위의 일곱 가지 주제에 맞추어서 나 자신을 주입해보며 그에 걸맞은 활동들을 시작해보기로 한다. 

나의 첫 번째 새로운 관심사를 취미, 건강 그리고 웰빙을 겸해서 시니어 발레 클래스를 선택했다. 시니어 발레수업은 숨겨져 있는 미적 감각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매력적인 예술 활동인 것 같다. 나는 발레공연을 즐겨보는 편인데 직접 발레를 배운다는 것은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공연을 볼 때마다 발레리나의 우아한 모습과 동작에 매료되었을 뿐이다.

라오의 마지막 댄서의 실제 인물 리 쿤신과 함께
라오의 마지막 댄서의 실제 인물 리 쿤신과 함께

퀸즐랜드 발레단의 예술감독이었던 리 쿤신(Mao‘s Last Dancer: 영화 “마오의 마지막 댄서” 실제주인공)을 어느 사교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최근에 그는 예술 감독직에서 은퇴했으며 발레계에서는 전설적인 인물로 소개되는 발레리노(남자 무용수)이다. 영화의 실존 인물인 주인공을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니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던 경험이었다. 실제로 “마오의 마지막 댄서” 영화를 본 후에 감동하고 발레에 관한 관심이 더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년 전에 브리즈번 박물관에서 리 쿤신의 전성기 시절의 발레공연 사진들을 전시한 적이 있었다. 그가 춤을 추는 우아한 발레 동작과 날렵해 보이는 아름다운 몸매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16세에 마오쩌둥 치하의 중국을 탈출한 리 쿤신의 이야기는 책과 영화로 만들어졌다. (사진: 황현숙)
16세에 마오쩌둥 치하의 중국을 탈출한 리 쿤신의 이야기는 책과 영화로 만들어졌다. (사진: 황현숙)

특히 발레는 시니어들의 굳어진 근육운동을 도와주고 부족한 체력과 유연성을 제공해준다. 그것은 단순히 운동이나 무용 기술을 익히는 것 이상으로,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다루며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여겨진다. 처음 배우는 토슈 포인트 연습이나 아라베스크 자세를 흉내 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작은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성장은 점차 발레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 여겨진다. 나는 안드리아 선생의 우아하고 멋진 동작들을 흉내 내기에도 버겁다. 몸의 유연성이 부족한 은발의 할머니 학생들은 실수하며, 숨이 차게 뛰어다녀도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시니어 발레를 배우면서 느낀 점은 나이와 경험에 상관없이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늦게 시작한다고 해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시기에 더욱 깊이 있게 학습하고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보는 것은 마음과 영혼을 활력 차게 만들어주는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요즘 두 살배기 손녀도 제 엄마의 손을 잡고 발레아카데미에 열심히 다니며, 팔불출 할매와 함께 발레의 매력에 푹 빠져가는 중이다. (공식을 만들면: 귀여운 내 손녀 + 찐 사랑 할매= 발레 짝꿍!)

또 다른 여가를 보내고 싶은 일은 사회 참여활동을 고려하고 있다. 이십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주 정부 공증인 (Justice of the Peace)으로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공공 단체기관에 나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재능기부를 할 예정이다. 내가 베푸는 작은 일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 된다면 그 또한 남은 생애를 멋지게 장식하는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서 나는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든지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은퇴 후 도전하는 시니어 발레, 나만의 행복과 성장의 여정"이라는 주제 아래서 나는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하며,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즐겁고 행복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은퇴 후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관심 있는 주제를 공부하며 자기 계발에 힘쓰는 것은 마음의 만족감을 높여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건강만 따라준다면 자유로운 시간을 활용하여 세계의 다양한 장소를 여행하며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기도 하다.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며 더 넓은 시각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멋진 기회를 나이와 상관없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명언이 지금의 나에게 어울리는 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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