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진 감독
안태진 감독

안녕하세요 한호일보 구독자여러분, 저는 작년 한국에서 개봉한 사극 영화 ‘올빼미’ 시나니오를 쓰고 연출을 한 영화감독 안태진입니다. 

2023 호주한국영화제 개막작으로 ‘올빼미’가 선정되어 상영될 예정이다.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해외 영화제에서 사극영화가 상영되는 곳에 처음 와본다. 한국의 사극을 외국 관객들이 와서 많이 보게 될 텐데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고 걱정도 되고 또 기대도 된다.

영화 속 주인공은 ‘주맹증’을 앓고 있는데, 이런 키워드를 어떻게 떠올리게 됐는가 

주맹증은 내가 생각해낸 것은 아니고 4년 전쯤 주맹증이라는 소재로 의뢰를 받았다. 사극인데 주맹증인 주인공의 이야기. 나도 그때 처음 주맹증이라는 것에 대해 듣게 되었고, 스릴러 영화에 잘 어울리는 소재라는 생각을 했다.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무언가를 목격한 사람이 함정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분명히 목격했고, 관객들도 알지만 극 중에서 주변인들은 주인공이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정보의 불일치에서 오는 긴장감을 통해 스릴러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또 인조와 소현세자 이야기 그리고 침술에 관련한 이야기들을 가져와서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이번 영화에서 관객들이 가장 주목해서 볼 장면이 있다면?

사실 감독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주목해서 봐주시면 좋겠다 (하하)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시고나서 제일 많이 이야기해주시는 장면은 아무래도 주인공이 중요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 그 순간이다. 그 장면에서 충격도 받으시는 것 같고, 또 감독 입장에서는 그 장면에서 관객들을 후킹하지 않으면 영화를 끌고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많은 공을 들여서 찍기도 했다. 

사극과 인연이 깊으신 것 같다. 이준익 감독의 천만영화 <왕의 남자>에서 조연출을 맡으시고, 영화 올빼미를 통해 첫 상업영화 감독 데뷔를 했다. 또 다시 사극인데, 사극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지

왕의남자를 찍은건 정말 오래전이다. 17년전인데. 그 동안 여러편의 영화를 준비했는데 그 중에 사극은 단 한편도 없었다. 사극을 할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고.. 그런데 어떻게 하다보니 사극을 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음 영화는 SF물이다. 

영화 올빼미 포스터
영화 올빼미 포스터

영화 ‘올빼미’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무엇인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본다’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시나리오도 썼고, 영화도 촬영했다. 영화를 보면 ‘본다’는 말이 세보지는 않았는데 수십 번 나온다. 그것이 계속 변형돼서 나오는데, 보는것의 의미를 좀 생각하면서 보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본다는 것과 안다는 것,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아직 그 차이까지는 잘 모르겠다. 본다는 것은 무언가를 봤을 때 갖게 되는 책임이라고 생각을 한다.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언제부터 꾸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정확히 얘기하면 1987년 7월 17일 오후 3시 40분쯤 대한극장앞에서 영화 ‘빽 투 더 퓨쳐’를 보고 난 뒤 ‘영화 감독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배우가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지금도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생각을 했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한국 나이로 올해 51세, 경력직 신입이다. 왕의 남자가 천만관객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2년안에 감독으로 데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고 했는데 감독으로 메가폰으로 잡는데 무려 17년이 걸렸다.

맞다. 중고신입이라고도 하더라. 그 시간을 버틴 건 사실 나의 능력이라기 보다는 가족들의 능력이다. 나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버텨야되는 사람은 본인이 아니라 사실 주변 사람들이다. 만약 그런 삶을 살아가시는분들이 계시다면, 주변에 그런 분들이 있다면 각오를 단단히 하셔야 된다. 하하 

17년동안 불안과 생계 그리고 꿈에 대한 내적 갈등이 엄청났을 것 같다.

그건 누구나 다 똑같을 것 같다. 심지어 지금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 정도의 차이가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17년을 살았다.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텼냐, 힘들지 않았냐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정말 드릴 말씀이 없다. 사실은 다른 일을 해보려고도 했었다. 딴 재주가 없기도 하고 결국은 이 일로 돌아오게 되더라.

2023 호주한국영화제 KOFFIA 포스터
2023 호주한국영화제 KOFFIA 포스터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카페로 가서 글을 쓰시고, 수영도 열심히 하신다고.. 

물론 가끔 쉬는 날도 있었지만, 계속 썼다. 뭔가 써야 희망이 계속 생기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아무런 희망도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계속 뭔가 썼던 것 같다. 그리고 힘들 때 제일 글이 잘 써진다. 언제 제일 잘 써지냐 하면 보통 1,2년 영화를 준비하다가 어느 순간 엎어진다. 그때 제일 글이 잘 써진다. 또 엎어진다? 그럼 미친 듯이 또 쓰기 시작한다. 수영도 일주일에 주 3회 이상하려고 한다. 글을 쓰는 것과 체력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년들이 많다.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음, 나도 매일 싸우면서 매일 고민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조언을 듣고 싶다. 하하. 계속 영화가 엎어졌다. 17년동안 한 10편 정도 엎어진 것 같다. 그런데 올빼미는 어느순간 촬영을 하고 있었다. 궁금했다. 왜 수 많은 작품들이 있었는데 올빼미는 메이드가 됐을까. 영화가 들어가는 걸 메이드 된다고 말한다. 말도 안 되는 ‘17번의 우연’이 있었다고 늘 이야기한다. 그 우연 중에 하나만 없었어도 이거 안 됐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전에 엎어진 10편에는 그런 17번의 우연이 없었구나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혹시 하다가 뭐가 잘 안 돼도 나에게 17번의 우연이 없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한국 영화의 위상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을 하는지

영화보다 영상 산업, 특히 이제 넷플릭스를 통해서 한국의 영상산업의 변화를 제일 크게 느끼는 것 같다. 

영화감독 ‘안태진’ 꿈은 무엇인가요

가늘고, 길게 영화감독으로 가는 것이다. 하하 

호주에서 한국 영화를 응원하는 동포분들께 인사를 부탁드린다.

호주에서 특히 ‘사극’ 영화를 보시는 기분이 어떠실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시고 재미있으셨으면 좋겠고, 막중한 책임감이 들기 시작한다. 어려운 발걸음 하신 동포여러분들에게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