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경제 현안에 밀려 캔버라 정치 한가운데 들어오지 못한다는 평이 있던 국민투표의 날짜가 이제야 확정됐다.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는 수요일(30일) 애들레이드에서 찬성 캠페인 'Yes 23'의 공식 출범과 함께, 10월 14일에 국민투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날 호주인은 '원주민 목소리'(Aboriginal and Torres Strait Islander Voice・이하 보이스)의 헌법 명문화에 대한 찬반 투표를 위해 투표소로 향할 것이다.

찬성과 반대로 나뉜 캠페인은 앞으로 6주 동안 전국을 돌며 유권자들이 토론에서 자신의 편에 서도록 설득할 예정이다.

보이스, 어디에서 시작됐나

이번 국민투표는 호주에서 수십 년 동안 진행되어 온 화해 과정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원주민 단체 및 운동가들은 원주민 인정을 국가 의제로 채택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결정적인 순간은 2017년에 찾아왔다. 약 250명의 원주민 대표가 모여 며칠간의 토론 끝에 '울루루 성명(Uluru Statement)'을 발표한 것이다. 

이 성명에는 세 가지 주요 목표가 있다. 첫째, 의회에 대한 목소리(Voice to Parliament), 둘째, 조약(Treaty), 셋째, 진실 말하기(Truth-telling)다. 

원주민을 대표한다는 상징성이 강한 울루루 성명은 보이스 찬성 진영에 원주민 헌법 기구 설립의 정당성을 제공해 주고 있다.

호주선거관리위원회(AEC・이하 선관위)에서 배포된 예스 팸플릿은 국민투표에서 찬성투표를 던져야 할 이유로 "이 아이디어는 원주민이 직접 제안했다"는 것을 가장 먼저 들었다.

보이스란 무엇인가?

보이스는 6만 5,000년의 역사를 지닌 원주민에 대한 헌법적 인정을 의미한다. 연방정부 제안대로 개헌이 이뤄지면, 호주 원주민을 '호주 최초의 주민'(First Peoples of Australia)으로 인정한다는 문구가 헌법에 추가된다. 

또한 원주민에게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해 의회와 정부에 조언을 제공하는 자문 기구인 보이스를 설립한다는 조항도 헌법에 삽입된다.

전국의 원주민을 대표하는 보이스는 그들의 삶과 관련된 정부 결정, 정책, 법률에 대해 의견과 조언을 제시한다. 다만, 거부권은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 의회에 강제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이전에 린다 버니 원주민장관은 보건, 주택, 교육, 고용 등 4개 분야가 보이스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이스 찬반 쟁점은?

쟁점1. 얼마나 알아야 할까. 보이스 반대 진영이 논의 초기부터 제기했던 지적은 알바니지 정부가 제안한 보이스에 '세부 사항'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국민투표 날짜가 발표되자, 줄곧 보이스 헌법화를 반대해 온 피터 더튼 야당 대표는 "세부 사항을 모른다면, 보이스에 관한 질문에 답을 얻지 못한다면, 잘 모르겠다면, 반대표를 던지라"고 말했다. 그의 초기 반대 전략은 '뭘 알아야, 투표하지 않겠나. 구체적인 보이스 모델을 내놓으라'에 있었다.

선관위를 통해 전달되는 '노 팸플릿' 반대 팸플릿도 "보이스 위원 선출 방법, 운영 방식에 대한 세부 사항이 공개되지 않았다"며 "호주인은 투표 후가 아니라 투표 전에 이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견해에는 약점에 하나 있다. 보이스의 형태와 활동에 대한 세부 사항은 의회에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제안된 헌법 추가 문구는 의회에 보이스의 구성, 기능, 권한, 절차 등에 대한 법률 제정 권한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튼 대표는 연방정부가 "의도적으로" 보이스 계획을 숨기고 있다고 했지만, 개헌 투표가 가결되면, 더튼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 군소정당・무소속 의원, 노동당 의원의 합의 하에 이 자문 기구가 구성된다.

하지만 보이스 비판자들이 말하는 '알 수 없다'엔 더 큰 전력이 있다. 찬성 진영은 반대 진영이 보이스에 대한 공포심 또는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비판한다. 현재 세부 사항이 없다는 것은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 팸플릿은 보이스가 ''위험하다"고 말한다.

쟁점2. 통합일까, 분열일까. 찬성 진영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통합'이다. 알바니지 총리는 6주간의 국민투표 캠페인 시작을 알리며 "그날 모든 호주인은 호주를 하나로 모으고 더 좋게 바꿀 수 있는, 한 세대에 단 한 번 있을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찬성 캠페인의 통합론은 호주의 역사와 정체성의 문제와 관련 깊다. 원주민의 헌법적 인정을 원하는 사람들은 호주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주민을 인정하지 않는 식민지국 중 하나가 되는 것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예스 팸플릿은 찬성투표가 "우리의 과거와 화해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면서 동시에 "통합을 위한 진전"이라고 주장한다. 원주민을 인구수에 포함하도록 개헌한 1967년 국민투표가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반대 캠페인은 '분열론'으로 맞서고 있다. 국민투표일 발표날 기자회견을 연 보이스 헌법화 반대 진영의 대표 주자 워런 먼딘(Warren Mundine)은 보이스가 "이 나라를 분열시킬 것"이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주는 다양한 문화와 인종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국가다. 여기엔 규모가 커서 사회적 발언권이 강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이 섞여 있다. 그런데 이중 한 인구 집단만이 헌법적인 대변 기구를 가진다면 어떨까. 반대 진영은 이 지점을 파고든다. 

노 팸플릿은 "호주인 중 한 집단만을 위한 보이스를 헌법에 명시하는 것은 호주를 영구적으로 분열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설한다. 또한 헌법의 힘을 지닌 '알 수 없는 기구'가 시민권자를 다양한 계층으로 나눈다고 주장한다.

쟁점3. 특권의 문제. 반대 진영 견해대로 보이스가 원주민의 특권 또는 다른 인종에 대한 차별로 비친다면, 그것은 잠재적인 사회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는 한편으로 호주의 과거와 현재에서 차지하는 원주민의 독특한 위치를 무시하는 것일 수 있다.

찬성 진영에서는 역사적 정당성과 더불어 원주민이 처한 상황에 강조점을 둔다. 예스 팸플릿이 제시한 8가지 찬성투표 이유에서 원주민과 비원주민의 '격차'를 언급한다.

이에 따르면, 원주민의 수명은 비원주민보다 8년 짧고, 질병률과 유아 사망률이 높다. 자살률은 두 배 높은데 교육이나 훈련 기회는 적다. 원주민의 높은 수감률 문제는 익히 알려져 있다.

찬성 진영은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썼지만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보이스가 최고의 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반대 진영은 보이스가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미 모든 수준의 정부에 수백 개의 원주민 대표 기관이 있으며, 중앙집권적인 보이스가 등장하면 오히려 원거리 지역의 원주민의 요구가 무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들은 보이스가 정부에 조언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경제, 안보, 인프라, 보건, 교육, 등 중요한 정부 의사 결정 과정에 보이스가 관여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원주민과 관련 있는 사안'은 따지고 들면, 사실상 거의 모든 행정 결정에 걸쳐 있다는 것이 반대 진영의 논리다.

그러나 찬성 진영은 보이스의 실질적인 조언이 정부가 더 나은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한 예스 팸플릿은 "보이스는 법이나 결정을 막거나 지연시키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강조한다.

쟁점4. 무르기 어려운 개헌. 더튼 야당 대표는 원주민을 인정하는 개헌안은 지지하지만, 헌법에 명시되는 자문기구는 지지하지 않는다. 개헌이 아니면 뒤로 무를 수 없는 "위험한" 헌법 모델이 아니라, 언제든 의회가 변경할 수 있는 법률 모델이 그의 대안이다.

데이비드 리틀프라우드 국민당 대표는 다른 결에서 보이스 반대 진영에 서 있다. 사견으로 한정 지었지만, 더튼 대표의 법률 모델도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넓은 지역에서 수많은 원주민 부족이 살고 있어서, 보이스가 이들을 포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주류는 아니지만, 더 강력한 보이스를 요구하며 찬성투표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리디아 소프 무소속 상원의원이 대표적이다. 이 견해의 지지자들은 거부권이 없는 자문기구는 원주민 대변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보이스 설립보다는 조약에 대한 조치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찬성 진영에는 개헌이 어렵다는 것이 강점이다. 헌법에 보장만 된다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폐지될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 원주민 단체는 법률 모델의 보이스는 총선 때마다 존폐 문제로 정쟁의 대상이 되기 쉬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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