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분이 나를 만나서 내가 무슨 죄를 많이 지어서 염라대왕이 지금까지 잡아 가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찡그린 얼굴로 푸념을 한 일이 있었다. 

그분은 올해 97세의 고령으로 혼자서 지내고 있는 분이다. 사는 것이 그만큼 괴롭고 힘이 든다는 뜻일 것이다. 연세가 들면 대부분이 자는 잠에 이생을 마감했으면 하는 말을 자주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도 그 말속에 숨겨져 있다.

생로병사의 기본적인 자연 현상의 과정에서 발생되는 우비고뇌(憂悲苦惱)의 여러가지 고통을 호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위로가 되는 좋은 말씀이 있으니 바로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이다. 보배처럼 소중한 지혜의 말씀이란 뜻이다. 이글은 중국 명나라 초기에 묘협(妙協)이라는 승려가 지은 것으로 글은 짧지만 뜻은 깊다. 10개의 문단으로 이뤄진 그 말씀 중에 첫번째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병에 관한 말씀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 병이 없을 수가 없다. 만일에 병이 없어서 그 누구도 죽지 않는다고 가정을 해보면 저절로 쓴 웃음이 나온다. 자연으로 생겨진 모든 물체는 성주괴공(成住壞空)의 변화가 있고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인간은 생로병사의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되어 있다. 

본래 없던 곳에서 생겨났기 때문에 제자리로 돌아갈 뿐이다. 그런 뜻을 대부분은 이해는 하고 있지만 병고로 인한 고통만큼은 최소화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그것이 뜻대로 안 되다 보니 고뇌는 배가 되는 것이다. 

모든 병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그 원인과 예방, 치료약도 많다고 주야로 선전을 하지만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어지지 않는다. 묘협은 그 부분에 착안해서 병을 바라보는 지혜로운 시각을 강조한다. 모든 병은 자연스런 현상의 한 부분으로 가볍게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 다음 문구는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良藥)을 삼으라‘ 하셨나니라. 여기선 한 발 더 앞서 나간다. 병을 약으로 이해하라는 것이다.  

노화로 인한 병들도 불편은 하지만 이해되는 부분이 있으나 그전에 생기는 온갖 병들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을 해 볼 수가 있다. 대부분의 병의 원인은 탐욕에서 생긴다. 물질, 이성, 명예, 식욕, 도박이 그것이다. 

의식주의 넉넉함으로 안정을 바라고 싶은 기본적이 희망이 과도하게 부풀러 지게 되면 그것이 탐욕으로 커지게 되어 나중엔 풍선처럼 터지고 만다. 그래서 생겨진 파탄과 병들에 대해서 원인규명을 잘해서 반복하지 않게 된다면 병이 바로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화타(華陀)라는 유명한 의사가 있었다. 못고치는 병이 없을 정도로 실력이 대단한 분이었다. 그러나 자기 어머니는 늘 아프다고 했다. 어느날 그의 아들이 장기간 출타 중에 화타의 제자가 스승의 어머님을 진맥을 하고나서 세 첩의 약을 지어 드렸다. 

그는 평소에 스승의 처방에 못 마땅해하고 있었던 처지였다. 아들이 돌아왔을 때 어머니가 좋아서 크게 자랑을 하였다. ‘이제 병이 다 나아서 살 것만 같다’고… 

그러자 화타가 크게 한 숨을 내쉬면서 이제 큰 일이 났군 이라고 하였다. 얼마 뒤 그의 어머니는 모진 병에 걸려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있던 병이 없어져서 너무나 좋다고 지나치게 나대다가 지독한 병에 걸려서 백약이 무효가 된 것이다. 

몸과 마음의 병을 함께 다스리며 병고로써 양약이 되도록 고차원의 인술을 베푼 화타의 효심에 신출내기 제자가 그만 큰 실수를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송구스럽고 부끄러운 나머지 고산 준령에 들어가서 깊은 명상과 가없는 노력으로 인하여 스승에 버금가는 명의가 되었다고 하니 그 또한 병고로써 양약을 삼게 된 지혜로운 의사라고 할만하다.  

기후 스님(시드니 정법사 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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