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인회장이 되고 싶어할까? 이 것은 이번 주 한호일보가 선거에 나선 4명의 후보와의 인터뷰에서 던진 질문 중 하나이다. 이 질문을 던진 이유는 진짜 궁금해서였다. 필자뿐 아니라 많은 교민들이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이들은 한인회장이 정부에서 월급을 받는 직책인 줄 알고 있으며 그 것이 아니라면 다른 이권이 개입되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과거 한인 회장들이 임기 2년 동안 평균 30만불 정도를 써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젠 아마 한인 회장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엄청난 명예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실제로 한인 회장은 교민을 대표해 한국 정부를 상대하며 때로 청와대(대통령실)에 초청받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청와대에 초청받으려고 한인 회장에 나선다는 걸까? 그것도 석연치 않다. 호주에서 총 150명이 넘는 민주평통 자문위원만 되어도 동일한 영광을 누릴 수 있다.

그럼 왜? 한인회 회장 후보들은 한결같이 ‘교민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또 눈을 부릅뜨고 분명 정치적인 미사여구 뒤에 숨어있을 이기적인 욕망들을 찾아내 발가 벗기고 싶어한다.

조던 피터슨은 ‘질서 너머’라는 책에서 능력있는 야심가들을 ‘가부장적 독재자'로 치부하는 현 세태에 대해 일침을 가한 바 있다.

그는 “능력 있는 권위자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며 그들은 책임있는 사람은 공동체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처럼 여기고 일어난다.”고 썼다. 이어 “선하고 근면하고 집중적인 사람이 야심적인 이유는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기 때문” 이며 우리 사회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게임을 개선하려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옳은 말이다.

모두가 게임의 플레이어로 뛰는 상황에서 게임 자체를 개선하기 위한 의지, 소위 공적 마인드가 있다는 것만으로 존중받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공동체를 개선시킬 아이디어가 있고 열정과 함께 그 것을 실천할 능력있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물론 그런 공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경계조차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다시 한번 피터슨의 입을 빌리자면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앞에 나서게 되면 그 사람은 권위자가 되고 다른 모든 사람들과 사이에서 위계 질서가 발생한다. 권위에는 권력이 따라오며 권력자가 과도하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과정에서 폭력이 행사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권위자들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제도를 발전시켜 온 것이다.

다만 이들의 공적 마인드에 대한 존경심과 이들에 대한 경계가 공존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특히 시드니 한인 회장 선거와 같이 사익이 뚜렷하지 않은 선거에 나선 사람들을 대할 때 특히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필자가 직접 이야기 나누어 본 각 후보들은 모두 이 공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각자 한인 공동체를 위한 아이디어가 있고 그것을 적용해 보고 싶어한다는 점에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둬도 될 것 같다. 

옥상두 후보는 한인회의 스탠다드를 호주 주류 사회에 근접하게 끌어 올리고 싶어하고 유민경 후보는 한인회관 신축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한다. 오혜영 후보는 호주 정계의 로비를 통해 교민 사회에 이득을 가져 올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고동식 후보는 분열된 한인 사회를 하나로 묶을 적임자라고 말한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가치들은 지금 교민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것임에 틀림없다.

본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가치에 따라 표를 던질 것이다. 한 명의 후보자는 회장이 되고 나머지는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새롭게 회장이 되는 후보는 여러가지 약속들을 했겠지만 그 약속들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탈이 나는 것보단 안정적인 운영이 더 필요한 상황일 것이다.

또한 33대 한인회의 난맥상을 반면교사 삼아 지혜롭게 운영할 수 있길 바란다.

낙선한 후보들도 힘을 모아 한인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데 힘을 보내 준다면 더욱 좋겠다.

무엇보다 시드니 한인 공동체가 앞으로 무엇을 꿈꾸고 계획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해 준 네 명의 후보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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