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페줄로 내무부 차관은 호주 정계에 수십 년 동안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다.(사진:ABC)
마이크 페줄로 내무부 차관은 호주 정계에 수십 년 동안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다.(사진:ABC)

마이크 페줄로(Mike Pezzullo) 내무부 행정 차관이 공직자 강령 위반 혐의가 제기되는 문자 메시지 유출 논란으로 직무 정지(stand aside)됐다. 

앤소니 알바나지 총리는 페줄로 차관의 업무 복귀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야당의 한 상원의원은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페줄로 차관은 전직 자유당 총리 두 명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정치적인 비공식 채널을 사용했다는 문자 메시지가 지난 일요일(24일) 언론에 유출된 이후에 그간 지녔던 권력 장악력에 타격을 입었다.

자유-국민연립(연립) 정부 때인 2017년 12월에 내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그는 지난해 노동당 집권 후에도 차관직을 유지할 만큼 행정부 내 입김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된 문자 메시지는 자유당 유력 인사인 스콧 브릭스(Scott Briggs)와 주고받은 것이다. 여기에는 연립 정부의 각료를 조롱하는 내용은 물론, 장관 임명 및 해임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그는 자유당 내 우파 의원들은 옹호하고 온건파들은 험담하면서, 국가 안보와 관련한 언론 검열 제도를 도입하도록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페줄로 차관은 월요일(25일) 공공서비스위원회의 조사가 있을 때까지 직무정지하라는 클레어 오닐(Clare O’Neil) 내무장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 메시지 자체가 부패 혹은 불법 행위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페줄로 차관이 정부 부처를 이끄는 데 필요한 공정성을 잃었다는 의구심을 일으킨다.

공공서비스위원회의 조사는 페줄로 차관이 독립성과 비정치성을 요구하는 공직자 행동 강령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는 정부가 이번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상세한 언급은 피했다. 

화요일(26일) 약식 회견에서 알바니지 총리는 "우리는 공공서비스위원회를 통해 조사를 실시할 것이며, 조사 전에는 자세한 내용에 답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긴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와 상관 없이, 이미 문자 메시지가 상당한 논란을 일으킨 상황에서 페줄로 차관의 업무 복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알바니지 총리는 "조사 결과를 듣는 독립 조사가 있다"며 "우리 정부는 적절한 구조를 설정하고 그에 대응하는 질서 있는 정부"라고 답했다. 

야당에서도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야당 외교 담당 의원인 사이먼 버밍엄(Simon Birmingham) 상원의원은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그는 적절한 절차를 밟을 권리가 있다"며 "나는 그 절차를 존중하며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려되는 사안들을 고려할 때 확실히 상황은 (그에게) 불리하다"면서 페줄로 차관이 원래 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은 작다고 예상했다. 

국민당 브리짓 맥켄지(Bridget McKenzie) 상원의원은 정치와 공직의 경계가 중요하다면서도 페줄로 차관의 이전 업적을 칭찬했다.

맥켄지 상원의원은 "그는 애국자이며, 그가 누구를 위해 일하든 그가 한 모든 일은 국가 안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ABC에 말했다.

다만, 그녀는 페줄로 차관이 전 자유당 각료들에 대한 언급을 포함해, 공공서비스위원회 조사에서 중요한 질문들에 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미디어 노조인 MEAA(Media, Entertainment and Arts Alliance)는 페줄로 차관이 언론을 검열하고 공익 저널리즘을 범죄화하려 한 시도에 놀랐다고 논평했다.

MEAA는 페줄로 차관의 발언들은 "대중의 알 권리에 대해 지난 20년 동안 캔버라에 만연한 정치적이고 관료적인 문화의 징후"라고 지적했다. 

MEAA의 캐런 퍼시(Karen Percy) 미디어 부문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페줄로 차관의 감시 아래 합법적인 공익 저널리즘을 막고 알 권리를 억압하기 위한 고의적인 전략이 있었다"며 "언론의 자유 침해에 대한 일반적인 명분은 '국가 안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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