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 5일간의 일본 방문을 통해서 과거 우리 민족이 겪은 참혹한 역사를 보게 되었고, 이를 통해 어릴적부터 호주에서 지내며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민족의 역사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총
이총

먼저, 일본 교토시 히가시야미구에 있는 ‘이총(Mimizuka)’이라고 불리는 무덤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이 ‘이총’에는 과거 일본 병사에 의해 무자비하게 도륙된 한국의 민간인들의 코와 귀가 가득 묻혀 있습니다. 과거 기록에 의하면 단 한 명의 장군의 명령으로 인해 12만 6천 명의 민간인들이 희생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원래 ‘코 무덤’이라고 불렸으나, 너무 잔인하고 야만적으로 들린다는 이유로 ‘귀 무덤’으로 이름이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이총’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조상들이 평생을 코와 귀가 없는 채로 고통 받았을 것을 생각해볼 때, 그 당시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실을 간접적으로 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전쟁박물관’에서의 경험 역시 쉽게 간과할 수 없었습니다. 이곳의 기록에는 의도적으로 아주 중요한 사실들이 누락되고 생략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서로 강의하지 못하도록 표지판을 세웠습니다. 그 당시 한국인들이 겪었을 고통과 투쟁의 역사가 언급되지 않았고, 이는 역사가 기록될 당시 힘의 논리에 의해서 억압적으로 진실이 왜곡되어 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 이었습니다. 일본의 전쟁박물관에서 한국의 투쟁의 역사가 지워져 있는 모습은 마치 과거 히틀러 치하의 나치체제가 벌인 잔혹한 행위와 반인륜적인 만행들과 같은 행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현재의 일본이 과거 한국이 겪었을 고난과 고통을 은폐하려고 하는 모습은 진실을 회피하는 것이며 양국의 화해와 발전을 저해하는 행동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총으로 부터 1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토요쿠니 신사
이총으로 부터 1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토요쿠니 신사

저는 먼 후대 사람으로서 조상들이 겪은 수 없이 많은 고통들을 마주하면서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곳의 설치된 기념비들 앞에 섰을 때, 이미 과거에 일어난 폭력과 불의와 인간으로 상상할 수 없는 여러 행위들에 대해 유감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아픔을 이겨내고 세계 강국으로 성장한 조상들의 강인한 힘과 생명력을 동시에 떠올릴 수 있었고,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이런 잔혹한 과거의 슬픔이 결코 지워지거나 옅어져선 안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카다니 채석장

또 하나의 장소인 ‘누카다니 채석장’의 현장을 방문한 것 역시 제게 큰 인상을 남겨 주었습니다. 이 장소에는 한국인들에게 강제로 노역을 지우고 노동을 착취한 일들의 잔해가 생생히 남겨져 있는 곳입니다. 이런 일들은 마치 영국이 아프리카에서 노예들을 데려와 미국에 팔아 넘긴 모습과 매우 유사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채석장에서 벌어졌을 강제 노역들의 흔적들을 볼 때면 그 당시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받았을 억압과 빼앗긴 자유로 인해 그들이 어떤 고통들을 겪으며 죽어갔을 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누카다니 채석장 앞 강제징용의 증거인 팻말
누카다니 채석장 앞 강제징용의 증거인 팻말

이미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대서양 노예 무역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국가적인 성명을 발표해왔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불공정하고 무자비한 자신들의 과거 만행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책임에 관한 부분 역시 당당하게 무시하고 있습니다. 과거 역사에 남겨진 불공정에 관하여 진실을 직면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없다면, 한일 양국 간의 친목과 화합은 도모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누카다니 채석장 현장을 떠나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역사적 불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결심을 세우게 되었으며, 희생된 과거 우리 민족들의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도록 역사적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세계에 진실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짚어야 합니다. 한일 양국이 서로 용기를 내고 진실을 마주한다면 용서를 통해 화합의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을 방문하며 과거의 아픈 역사를 마주하는 기회를 얻게 됨에 감사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알지 못했던 나의 민족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고, 여전히 진실이 외면 당하고 있기에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 부끄럽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한국어를 보다 더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조국의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는 것은 역사를 바로 알 수 없게 만들고 그로 인해 자국의 유산과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을 경험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소중한 시간과 경험들을 기억하며 한국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애국하는 마음으로 우리 나라의 역사를 깊이 이해하며, 조상들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 호주 땅에서도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꾼으로 성장해 갈 것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전쟁박물관 전시관에 걸려있는 그림
전쟁박물관 전시관에 걸려있는 그림

Directed towards the 2nd Generation Korean Australians (호주의 2세대 학생들을 위해)

This is directed to the 2nd generation Korean Australian students present today so I will be speaking in English. If we, as Koreans, with Korean blood coursing through our veins know nothing about our history, who will? Who will remember the truth and ensure that the wrongdoing the Japanese have committed are not forgotten? How could you be so indifferent to your own identity? Aren’t you embarrassed that your ancestors have struggled so hard, but you are here not knowing how much they have sacrificed? By holding Japan accountable and urging them to apologise sincerely for their misdemeanours, we can bring some peace to the souls of our ancestors. I understand there isn’t much you can do but you should at least know about the truth that occurred less than 100 years ago. Our ancestors deserve to rest peacefully, knowing that their struggles and sacrifices have been acknowledged and honoured.

Let us stand united in our pursuit of truth, justice, and reconciliation. Together, we can build a future that is rooted in understanding, empathy, and respect. May our shared history serve as a guide to forge stronger bonds between our nations, and may our collective efforts pave the way for a better and more harmonious future.

이렇게 귀한 기회를 만들어 주신 김형 회장님에게 감사드리며, 이만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허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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