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토요일, 호주 국민은 본토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도서민의 헌법적 인정(recognise)을 위한 헌법 개정을 찬성할지 반대할지를 두고 투표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본글은 국민투표에 앞서 유권자가 투표를 준비하기 위한 기본 사항을 정리했다. 

 

아들 네이슨과 사전 투표에 참가하는 안소니 알바니즈 총리
아들 네이슨과 사전 투표에 참가하는 안소니 알바니즈 총리

 

'목소리'란 무엇인가?

'의회에 대한 목소리'(Voice to Parliament), '원주민 목소리(Indigenous Voice)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 '목소리'는 헌법에 명시될 원주민 자문기구다. 제안된 개헌안은 이 기구를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도서민 목소리(Aboriginal and Torres Strait Islander Voice, 이하 보이스)'로 명시한다.

투표소에서 호주 유권자는 "보이스를 설립하여 호주 최초의 국민임을 인정하도록 헌법을 개정한다"는 제안된 법률의 개헌안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예(yes)' 혹은 '아니오(no)'로 답하게 된다.

여기서 언급되는 '제안된 법률'은 'Constitution Alteration (Aboriginal and Torres Strait Islander Voice) 2023'을 말한다. 이 법률에 따른 개헌안이 통과되면 헌법 제8장 이후에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도서민 인정(Recognition)'이라는 제목의 제9장이 새로 추가된다. 그리고 3개항으로 구성된 129조에 이번 국민투표의 핵심인 원주민 자문 기구의 설치 및 권한에 대한 문구가 삽입된다.

보이스는 호주 전역의 원주민을 대표하여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 정책 및 법률에 대해 의회와 연방 정부에 조언을 제공할 것이다. 이 기구는 원주민의 사회적, 정신적, 경제적 복지에 관한 안건을 주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보이스는 의회를 무력화할 수 있는 거부권을 보유하지 않는다.


 왜 국민투표인가?

보이스 논쟁의 핵심은 이 기구의 법적 근거가 헌법에 마련된다는 데 있다. 헌법은 다른 모든 법률에 우선한다. 즉, 집권 정당 혹은 정부의 입맛대로 조항이 변경될 수 없다. 절차적인 측면에서 개헌은 호주 헌법 제128조에 따라 국민투표로 가능하다.

보이스 찬반 진영이 격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단 개헌안이 가결되면 또 다른 국민투표 없이는 보이스를 폐지할 수 없기 때문에 찬성 진영은 찬성하고, 반대 진영은 반대한다. 그래서 찬성 진영은 '확신'을, 반대 진영은 '불안'을 캠페인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찬성과 반대의 논거는?

찬성 진영은 호주 원주민을 헌법에서 인정하면 원주민의 삶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원주민들은 보이스가 원주민의 기대 수명, 영아 사망률, 건강, 교육, 고용 등의 문제에서 실질적인 개선을 가져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지지자들은 정부가 보이스를 통해 더 나은 정책을 시행하게 되면 예산 낭비 없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원주민이 '울룰루 성명'(Uluru Statement from the Heart)을 통해 보이스를 직접 제안했다는 것은 중요한 명분이다. 찬성 캠페인은 찬성 투표가 호주의 과거와 화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예스 사례 팸플릿은 "Yes 투표는 호주인들을 하나로 모을 통합의 행동"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반대 진영은 보이스가 호주 정부 시스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모든 일에 관여할 수 있는 보이스가 정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도록 방해할 것이라는 논지다. 그렇다면 보이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야 할텐데, 이에 대한 정보도 충분하지 않다고 반대 캠페인은 지적한다.

또한 이들은 호주인의 한 집단만을 위해 헌법에 보이스 조항을 두는 것은 호주를 영구적으로 분열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보이스 반대 운동가들은 이 기구가 원주민을 돕거나 비원주민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른바 '진보적 반대' 진영은 거부권이 없는 자문기구는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보이스를 거부한다. 다른 비판자들은 헌법을 식민지 문서로 간주하고 조약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투표 방법은?

국민투표가 통상적인 주 또는 연방 선거와 다른 점은 정당이나 대표자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투표 용지에 기재된 질문에 찬반 여부만 답한다는 것이다.

호주선거관리위원회(AEC)는 기표란에 'Yes' 또는 'No'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엑스(X) 표시를 하면 무효표로 간주된다. 체크(✓) 표시의 경우는 표기가 명확하면 찬성표로 집계될 수 있다. 대문자 'Y', 대문자 'N'은 각각 찬성표와 반대표로 판단된다. 다만, 정확한 기표 방법은 'Yes'나 'No'를 쓰는 것이다.

AEC 공식 안내 책자에 따르면, 18세 이상의 모든 호주 시민권자는 국민투표에 등록하고 투표해야 한다. 투표 당일, 거주하는 주/준주에 있는 모든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고, 투표소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투표소는 학교, 교회, 공공 건물 등에 설치되며, AEC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가까운 투표소를 찾을 수 있다. 

투표소에 가면 투표소 직원이 유권자의 이름, 주소, 2023 국민투표에 이미 투표했는지 여부를 물어볼 것이다. 선거인 명부에서 유권자의 이름이 확인되면 투표용지를 배부받을 수 있다. 투표용지 기표란에 'Yes' 또는 'No'를 기입하고 용지를 접어서 제공된 투표함에 넣으면 투표는 끝난다. 

AEC는 "깨끗한 AEC 연필을 사용할 수 있으며, 자신의 연필이나 펜을 가지고 와도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혹시나 작성 중에 실수하더라도 상관 없다. 투표 용지를 새로 받으면 된다. 보건 안전을 위해 투표소에는 손 소독제가 비치돼 있으며, 마스크 착용과 개인간 거리두기가 권장된다. 


개헌안이 통과되려면?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이중과반'(double majority)'이 반드시 충족돼야 한다. 첫째, 국민투표에 참여한 전체 유권자의 과반수가 개헌안을 지지해야 한다. 둘째, 호주 6개주 중 최소 4개주에서 찬성 투표수가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가결되면, 의회에는 보이스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보이스의 구성, 기능, 권한, 절차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권한은 의회에 맡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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