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목소리'(이하 보이스) 찬성 캠페인이 분전하고 있지만, 여론의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여론조사상으론, 호주인의 과반수가 보이스에 반대하고 있고, 찬성 진영의 설득 논리도 제대로 먹혀 들어가지 않았다.

시드니모닝헤럴드의 리졸브 정치 모니터(Resolve Political Monitor, 리졸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주 유권자의 56%가 보이스의 헌법 기구화를 거부하고 있다. 보이스 지지율은 한 달 동안 43%에서 44%로 소폭 올랐지만 오차범위(± 1.4%)을 감안하면 유의미하지 않다. 1년 전에 무려 64%에 달했던 지지율이 지금은 완전히 뒤집혔다. 

응답자 선택지에 '미정'을 포함하면, 부동층은 13%로 집계됐다. 표심을 확정하지 않은 유권자를 빼더라도 거의 절반(49%)은 보이스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38%가 보이스 설치에 표를 던지겠다고 했으나, 실제 투표에서 찬성표가 전체 투표수의 절반을 넘기려면 부동층이 거의 다 찬성 쪽에 흡수돼야 한다.  

찬성 진영은 전국 투표수의 과반뿐만 아니라 6개 주 중 최소 4개 주에서도 과반의 찬성 투표수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리졸브 조사에서 보이스 지지율이 절반 이상인 주는 태즈매니아주(찬성 56.1%)가 유일하다.

뉴사우스웨일스주(반대 52.3%), 빅토리아주(반대 54.2%), 퀸즐랜드주(반대 64.2%), 서호주주(반대 61.2%), 남호주주(반대 55.5%) 등 5개 주에서 절반이 넘는 유권자가 보이스를 반대하고 있다. 이 조사 결과로만 보면 개헌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찬성 캠페인은 반대 강도가 약한 9%의 유권자를 찬성 쪽으로 돌아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성과를 보기가 쉽지 않다. 리졸브 조사를 보면 유권자들은 보이스 찬성 측 논리에 크게 감응하지 않고 있다.

투표 의향과 상관없이 보이스 찬성 논거 중 어떤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10%는 '보이스는 헌법에 원주민을 인정하는 실질적인 방법이다'를 꼽았다. '원주민의 불이익 해결 및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된다'(7%), '반대표를 던지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7%)가 그다음으로 많이 선택됐다.

반대 진영의 주요 논거를 제시했을 때 응답자의 22%가 '보이스는 호주인을 인종별로 분열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답했다. 찬반 이유를 다 합쳐서 가장 강력한 논거였다. '세부 정보가 부족하다'는 15%, '모든 원주민이 보이스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8%가 힘 있는 반대 논거라고 했다.

주목할 만한 지점은 찬성 측 유권자들도 보이스 반대 논거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보이스 지지자의 8%는 분열론, 14%는 세부 정보 부족론이 설득력 있는 논거라고 응답했다. 모든 원주민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거는 10%가 호소력 있다고 했다. 보이스가 원주민 인정 수단이라는 찬성 이유가 설득력 있다는 반대 측 유권자가 3%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리졸브의 짐 리드(Jim Reed) 이사는 "현재 유권자들은 잠재적 영향과 (예산) 낭비의 감소라는 보상보다, 검증되지 않은 영구적인 기구에서 더 많은 위험을 보고 있다"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행동하지 않았을 때의 위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찬성 진영은 이제야 이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인터뷰에서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는 보이스는 그저 원주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한 의견을 직접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거부권 없는 자문기구라고 강조했다. 피터 더튼 야당 대표는 유권자들은 보이스가 어떻게 작동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보이스를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유권자들은 원주민에 대한 헌법적 인정과 보이스를 동일선상에사 보고 있지는 않다. 리졸브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58%는 보이스와는 별개로 원주민을 최초의 국민으로 인정하는 개헌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의 27%는 반대, 15%는 미정이라고 답했다. 이 조사는 9월 22일부터 10월 4일까지 실시됐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