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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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에 원주민 공동체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보이스’ 국민투표가 지난 토요일 호주인 60% 이상이 반대표를 던져 끝내 부결됐다. 

원주민 사회와 많은 찬성 운동가가 ‘침묵 주간’에 들어간 가운데, 다른 사람들은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 이번 투표가 부결된 이유에 대해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국민 이해를 위한 정보와 시간 부족

빅토리아주 찬성 운동가 마커스 스튜어트(Marcus Stewart)는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유권자에게 ‘보이스’는 특별하고 아는 사람만 아는 분야로 인식되었고, 일반 호주 사회는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 노동당 전략가이자 레드브릿지(RedBridge) 여론조사자인 코스 사마라스(Kos Samaras)는 1999년 공화당 국민투표에서도 사용된 바 있는 ‘모르면 반대(if you don’t know, vote no)’가 유명한 슬로건이 되었으며 많은 호주 유권자에게 각인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10월 초 여론조사에 따르면, 교외 외곽 지역 유권자들의 경우 그들이 투표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워했고 일부는 국민투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사마라스는 이번 국민투표는 반대 캠페인의 승리가 아니라 찬성 캠페인의 패배라고 결론지었다.

원주민을 인정하는 문제는 원주민 공동체에 100년 동안 의제였으며 지난 20년 동안 7명의 총리와 여러 위원회가 원주민을 위한 헌법 개정을 고려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보이스’를 이해하기 위해 수백만 명의 호주인들에게 주어진 기간은 단 6주뿐이었다.

초당적 지지 확보 실패

토요일 밤 대국민 연설에서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는 지금까지 초당적 지지 없이 성공한 국민투표는 없었으며 이것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표 전까지 호주 역사상 44건의 국민투표가 있었고 그중 8건만이 통과됐다.

하지만 공식 캠페인이 시작되기도 전인 2022년 11월 원주민을 위한 실질적인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국민당이 가장 먼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원주민계 노던준주 상원의원 재신타 남피진파 프라이스(Jacinta Nampijinpa Price)는 공식 반대 캠페인의 영향력 있는 인사였다.

국민당의 입장이 분명해지자 4월에는 야당 대표 피터 더튼이 자유-국민연립 정부 시절 표명했던 자유당의 ‘보이스’ 지지 입장을 철회했다.

자유당의 지지 철회는 ‘보이스’를 도덕적 문제에서 정치적 문제로 변질시켰고 사람들이 이번 국민투표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어 ‘보이스’의 통과 가능성을 현저하게 떨어뜨린 결정적인 순간이었다고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센터(Centre for Impact Communications)의 찬성 캠페인 고문인 에드 코퍼(Ed Coper)는 말했다.

잘못된 정보와 인종차별

태즈매니아 찬성 운동가인 로드니 딜런(Rodney Dillon)은 부결의 이유로 만연한 온라인 허위 정보와 지속적인 인종차별을 들었다.

노던준주 린기아리(Lingiari) 지역구 연방 하원의원인 마리온 스크림고어(Marion Scrymgour)도 국민투표 결과가 부분적으로 확고한 인종차별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캠페인 기간 동안 찬성∙반대 캠페인 모두 틱톡 및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사용하였다. 

이를 통해 비공식적인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했지만 찬성 캠페인에서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코퍼 고문에 따르면, ‘잔인하게 효과적인’ 허위 정보 캠페인으로 매우 짧은 시간에 ‘보이스’에 대한 주요 지지율이 65%에서 35%로 떨어졌다.

그는 이번에 ‘보이스’ 국민투표를 오염시킨 것들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의 미래가 암울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새로운 길

한편, 남호주주 자유당 연방 상원의원 케린 리들(Kerrynne Liddle)은 호주인에게 상세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사람들이 화해와 호주 원주민 삶의 개선에 반대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제 ‘보이스’는 정부 논의에서 배제된 상태이기 때문에 원주민 지도자들은 화해와 삶의 개선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새롭게 찾고 있다. 

반대했던 사람들도 의견이 다양할 수는 있지만 현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데는 모두 동의하는 만큼 원주민은 물론 모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현산 기자(fineairsuppl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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