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소니 알바니지 총리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자지구 병원 폭발 사건을 두고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가운데, 호주 정부는 민간인을 희생시키는 모든 무차별적인 공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17일(현지시간) 오후 가자시티의 알 아흘리 아랍 병원이 공습 당해 최소 50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이스라엘군의 이번 공습을 "병원 대학살"이라고 비난하며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번 전쟁을 촉발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대량학살"을 벌인 이번 공격을 "명백한 전쟁 범죄"라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번 병원 폭발 사건은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이슬라믹 지하드'가 발사한 로켓의 오발로 벌어진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가운데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는 가자지구 병원에 "폭발"에 대한 성명을 수요일(18일) 발표했다. 

알바니지 총리는 "우리는 테러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로 무고한 생명을 잃는 끔찍한 일을 목격해왔다"고 운을 떼며 "(이번 병원 폭발로) 엄청난 인명 피해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사망자, 부상자, 유가족을 애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인 생명 보호가 우선시되어야 하며 국제인도법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한 정부로서 민간 시설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과 표적화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어어 총리는 "호주는 다른 국가와 함께 국제법을 항상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 이스라엘인이든 팔레스타인인이든 모든 무고한 생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주 정부는 전쟁을 유발한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의 지지하는 동시에 민간인의 희생은 반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다. 

전쟁을 선언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물자 공급을 차단했을 때는 자제를 언급하긴 했지만 이스라엘의 방어권도 함께 강조했다. 

호주 내에서는 친이스라엘 단체와 친팔레스타인 단체 모두 집회를 열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시드니, 멜버른 등 호주 대도시에서는 수천 명이 모여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주장했다.

에센셜리서치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주인은 팔레스타인보다는 이스라엘에 비교적 더 우호적이다. 

응답자의 42%는 이스라엘의 대응이 적절하다고, 18%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중립적인 태도를 보인 응답자도 41%로 집계돼 그 비중이 컸다.

호주 정부의 대응에 만족한다는 호주인은 37%였다. 불만족스럽다고 응답자는 19%, 어느 쪽도 아니라고 한 응답자는 44%였다.

호주가 이번 분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완전히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답변이 64%에 달했다. 이스라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23%, 팔레스타인을 도와야 한다는 응답이 13%인 것과 비교된다.

에센셜 조사에서 호주인들은 이번 전쟁이 일으키는 국내외적인 영향에 대해 주목도가 컸다. 응답자의 67%가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위기 고조가 우려된다고 답했다. 

또한 호주인은 이번 분쟁으로 인한 국내 사회 갈등을 염려하고 있다. 응답자의 63%가 '이번 전쟁이 호주 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커뮤니티 간에 적대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는 견해에 동의했다. 

크리스 민스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총리는 해외에서 폭력이 고조되면서 호주 내 커뮤니티의 긴장도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스 주총리는 "우리는 더 악화될 수 있는 국제적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고, 그것은 바로 여기 NSW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수요일 말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 커뮤니티가 하나로 뭉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지만, 이 국제 사건이 우리를 갈라 놓게 할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클레어 오닐 내무장관은 가자지구에 46명의 호주인이 갇혀 있으며, 호주 정부는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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