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베넬롱 하원의원 제롬 락살은 한국인 청년 9명을 캔버라에 위치한 의사당 (parliament)에 초대해 1시간 30분 가량 간담회를 가졌다. 제롬 락살 말고도 파라마타 연방 의원인 앤드류 찰튼, 리드컴이 속한 레이드 (Reid) 지역구의 샐리 사투 등 유력 정치인들이 함께 참석해 10대 후반에서 20초 초반의 한인 청년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한인 청년들의 질문에 성심 성의껏 답했고 참석한 학생들도 큰 만족감을 표했다. 매우 잘 준비되고 생산적인 행사였다. 행사에 함께 동행하면서 필자에게 이런 의문이 생겼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연방 의원들이 나이 어린 소수민족 청년들에게 이렇게 친절한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9월 26일 라이드 시의회 미팅 내용을 정리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라이드 시의회에는 코리아 타운 로우 스트리트 이스트 주차장 위에 지어질 지도 모르는 커뮤니티 센터가 시 행정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어 있었다.

제롬 락살 베넬롱 의원은 라이드 시의 시장을 하며 라이드 상우회를 비롯한 한인 사회와 신뢰 관계를 구축해 왔다. 로우 스트리트 이스트 주차장도 그런 맥락 가운데 만들어 졌으며 이스트우드 커뮤니티 센터 건립도 그 때 논의가 시작되었다. 제롬 락살 의원은 올해 한국인 보좌관을 채용하기도 했다. 그는 왜 이렇게 한국인을 좋아하는 것일까?

이런 특별한 ‘한국 사랑’은 자유당에서도 흘러나온다. 라이드 시 CEO의 40만불 거절에 대한 열띈 논의가 있던 그 장소에서 한국인 한정태 의원은 라이드 시 부시장으로 선출되었다. 

최근 한정태 부시장과 라이드 시 주의원인 조던 레인 의원은 또 다른 서명 운동을 시작해 NSW 주 정부가 가칭 “한국 문화 센터” 건립을 위한 자금을 모두 지원하라는 서명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스트우드 코리아타운 지정을 이끌어낸 데는 자유당 한정태 의원의 역할이 절대적이며 업타운 그란트를 받아낸 것도 한정태 의원이 시작한 것이다. 당시 주 정부를 이끌고 있던 자유당도 이스트우드 코리아타운 발전에 도움을 준 것이다.

노동당, 자유당 할 것 없이 모두가 힘을 합쳐 한인 지역으로 알려진 이스트우드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물심양면 최선을 다하는 모양새다.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런데 기자로서 질문을 참을 수 없다. 도대체 왜? 이들이 원래부터 한인 공동체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던가? 아니라면 왜? K-Pop 때문에 한인에 대한 호감도가 커져서?

이스트우드는 연방 지역구로는 베넬롱에 속해 있고 주 지역구로는 라이드에 속해 있다. 지난 연방 선거에서 제롬 락살이 베넬롱 지역구에서 당선되었는데 그는 역사상 두 번째로 이 지역에서 당선된 노동당 인사다. 최고 선호도(first preference) 투표 결과에서는 3.7% 뒤졌지만 군소 후보들을 배제하고 다시 득표를 계산하는 2자 선호도 (two party preference)에서 2% 앞서며 신승했다.

이런 초박빙 정치 지형은 지난 3월 지방 선거에서도 증명됐다. 당시 이스트우드가 속한 라이드 주의원으로 당선된 조던 레인 의원은 겨우 50표 차로 승리했다. 재개표로 당선 확정 발표가 2주 늦어지기도 했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호주 전국에서 가장 치열한 지역구의 한 복판에 한인 마을 이스트우드가 위치하고 있다. 나는 이 것이 자유당과 노동당이 모두 한인 공동체에게 친절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지역에서 한인들의 표는 5~10 %의 표에 불과하겠지만 결집력이 높고 “똑똑하고 교육 받은” 그룹으로 평가되는 사람들로서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투표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50표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한국인의 표심은 crucial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당과 노동당은 모두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한국인에게 특별히 친절한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최근 행보는 오직 그 맥락 안에서 이해될 수 있다.

자유당-노동당의 정치적인 지형으로 인해 한인 공동체가 정치판 한 중앙에 놓이게 된 상황은 분명 위험하지만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이 것이 위험한 것은 너무 지나치게 정치에 함몰되어 한인 사회가 반으로 갈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 것이 기회인 것은 이런 상황에서 양당이 한인 사회를 최대한 지원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한인들이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공정한 방식으로 이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

두 개의 청원을 두고 시끄럽다. 첫번째 청원은 노동당 버나드 퍼셀 의원이 시작한 40만불 보조금에 대한 것으로 300명 가까이 서명했으며 이를 통해 라이드 CEO가 주 정부와 재협의 하겠다는 입장을 얻어 냈다.

두 번째 청원은 한정태 의원과 조던 레인 의원의 청원으로 NSW 정부가 설계 비용 지원에 그치지 말고 건설 비용 전체를 부담하라는 것이다.

이 두 개의 청원을 놓고 이견이 많다. 특히 두 번째 청원에 대해서 ‘비현실적’ 이라거나 이름이 잘못되었다는 식의 비판이 있다.

나는 두 청원 모두 매우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 양당간 격차가 초박빙인 이 지역구에서 정치인들의 모든 행동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 것은 잘못된 것도 아니고 그렇게 경쟁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우리 모두 이런 저런 다른 이해 관계에 얽혀 있다. 그것이 개인적인 이해이던 정치적인 이해이던 어느 누구도 그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우리에겐 공통된 이해도 있다. 한인 공동체가 건강히 성장하고 미래 세대애 더 나은 시대를 남겨 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 커뮤니티 센터도 필요하고 한인 정치인이 성장하는 지형도 필요하다.

이스트우드에 한인들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가 지어지는 것이 목표라면 자유당이 다수당인 라이드 시 의회를 압박하기도 해야 하지만 노동당이 다수인 주 정부를 압박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필자가 첫번째 청원 뿐 아니라 한정태 의원의 두 번째 청원에도 참여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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