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도 여권을 만드는 것도 힘들던 그 시절, 어렵게 여권을 만들어 누나와 매형이 있는 호주에 오게 된 이스트우드마트 윤호상(66) 사장님. 여느 이민 1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청소도 하며, 고단하고,불안한 나날들을 보냈다. 인터뷰에 앞서 호주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윤사장님은 “우리 큰아들이 그러더라. ‘외국을 여러 곳 다녀봐도 호주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다고.’ 부지런히, 성실히 일하면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나라에요.” 라며 호주에 대한 애착어린 말을 했다. 호주에 몸과 마음을 붙이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이제는 이스트우드에서 12년동안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이스트우드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스트우드 마트 윤호상 사장
이스트우드 마트 윤호상 사장

많은 일들 중에서 왜 식품점을 시작하게 되었나?

내 생각에 식품점이 제일 쉬울 것 같았다. 당장에 기술도 없고 사실 물건 사다가 파는게 뭐 어렵겠나 생각하면서 처음에는 웨스트라이드에서 8년정도 식품점을 시작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쉬운일이 아니더라. 그러다가 12년전에 주변에 계신 분들이 이스트우드에 지금 자리가 났으니, 거기서 장사를 하는게 어떠냐고 권유를 했다. 정말 돈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었지만 모험을 한 것이다. 그렇게 이스트우드 마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에 한인상권은 캠시나 스트라스필드가 더 컸었다. 처음 이스트우드에 왔을 때는 알디(ALDI) 건물도 없었고, 영마트 하나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동일한 장소에서 12년동안 장사를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았을 것 같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동안 장사를 하다보면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겪게 된다. 그래도 감사하고 좋은 기억이 많다. 오며가며 들러주시는 단골 손님들이 빵도 사다주고, 직원들에게 수고한다고 커피값을 쥐어주시고 가시는 분들도 계신다. 또 어르신이나 이민사회에서 외로우신 분들은 적적하시니깐 가게에 와서 직원들이랑 안부도 묻고, 이야기도 나누시고 그렇게 즐겁게 일하고 있다. 단순히 물건만 파는게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좋고, 요즘 같은 시대에는 참 반가운 일이다. 

참 따뜻한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장기근속한 직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 한번 직원으로 들어온 친구들은 최소 1,2년은 일한다. 지금 일하는 친구들 중에도 5년, 4년째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도 있다. 직원들끼리 사이가 원만하고, 고용인으로써 처우를 잘 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해줬다기 보다는 좋은 직원, 좋은 손님들이 가게로 찾아와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손님 중 한 분이 새 차를 사면서 자기 차를 우리 직원에게 공짜로 주셨다. 쓰던 차를 줘서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이후 서비스 받아야할 것 까지 다해서 주시는 분도 계셨다. 직원들이 성실하게 그 자리에서 일해줘서 너무 고맙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감사한 일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스트우드에서 자영업하시던 분들이 많이 힘들었는데 이스트우드 마트는 어땠는지 알려달라.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처음겪는 일이라 우왕좌왕한 기억이 난다. 매일 감염 상황을 지켜보며, 당시에 이스트우드 상권이 많이 힘들었다. 그나마 마트는 essential service군에 들어 쌀, 휴지, 마스트크 ,손세정제 등 생필품들은 입고되자마자 다 팔려나갔다. 당시에 이스트우드에서 상우회와 많은 한인사업자들과 함께 서로 격려하고, 물품나눔도 정말 열심히 했었다. 가장 불안했던 시기를 같이 잘 이겨내서 뿌듯하다.

오랜시간동안 가게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가 

나는 신앙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늘 은혜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다. 또 다른 원동력이 있다면 최근에 96세 나이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몸이 약하시고 생활력이 없으셔서 어렵게 살았었다. 그래서 나는 무슨일이든지 나쁜일만 아니면 가리지 않고 했다. 그리고 마트 하시는 분들중에 새벽시장 가는게 힘들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런데 나는 새벽시장이 좋았다. 지금도 평일 새벽 다섯시반에 시장에 가서 과일을 사온다. 내가 사고싶은 과일,야채를 사와서 파는게 재미있다. 그리고 이스트우드가 약속을 잡거나 만나기가 참 쉽다. 그래서 언제든지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가게에 나오면 사람들을 만나니깐 지금 돌아보니 참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스트우드 코리아타운 지정 이후에 변화들을 느끼시는지 궁금하다.

눈에 보이는 여러가지는 생겼지만 실질적으로 크게 효과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뭔가 혜택을 보거나 비즈니스적으로 이득을 보려고 하는것보다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곁들여서 함께 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비즈니스가 힘드신 분들도 계시니 모든 사람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만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신 분들이 하나되어서 형편과 마음이 되는대로 적극적으로 나오셔서 함께 목소리를 내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한다.

코리아타운 지정 이후에 기대되는 것, 바라는 것들이 있다면

상인들이 기대하는 건 사실 홍보이다. 작게는 주차 문제부터 시작해서 행정적인 것들도 잘 정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앞으로 코리아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좋은 일들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산불이 났다거나, 홍수가 났다거나 한다면 얼마든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동포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가 서로 하나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힘썼으면 좋겠다. 한인 사회에 조직, 모임들도 많이 있는데, 내 마음에 안든다고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한 마음으로 공유도 하고, 어떻게든 어우러질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조금씩 맞춰가고 그러면 한인사회가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윤 사장님은 인터뷰를 하는 내내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친절한 마트가 되고싶다고 말했다. 본인도 직원들도 매번, 매순간 그럴 순 없지만 친절한 마트가 되기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지금 마트가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교민분들 덕분이라 참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여느 교민사회가 다 그렇지 않을까? 가끔은 이권을 위해 다투는 듯 하지만, 사실은 서로를 돕고, 이해하고… 외국인들이 표현하지 못하는 단어 중 하나인 ‘정’이 고국을 떠나온 동지들을 바라보는 마음 한 켠에 어쩔 수 없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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