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 돌입에 대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페니 웡(Penny Wong) 외교장관은 호주 정치 및 커뮤니티 지도자들에게 자제력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웡 장관은 월요일(23일) 상원에서 "우리는 최근 몇 주 동안 불안한 수사(rhetoric)를 목격했다"고 경계했다.

웡 장관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비극"에 대한 정치 지도자들의 접근 방식이 호주 사회의 통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웡 장관은 "호주인은 깊은 슬픔에 빠져있고 그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고통은 유대인 커뮤니티와 팔레스타인 커뮤니티가 가장 극심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웡 장관은 연방정부와 모든 의원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진행되는 동안 단합과 사회 통합을 위해 애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녀는 "발언할 때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해줄 것을 모든 의원에게 요청한다"며 "우리 모두는 증오를 거부하고 모든 형태의 편견과 차별을 규탄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주안보정보원(ASIO) 마이크 버지스(Mike Burgess) 원장은 호주 내 대규모 시위에도 불구하고 테러 위협 수준은 유지되고 있지만, 안보 환경이 변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상원에서 버지스 원장은 "호주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이번 사태는 호주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ASIO는 (전쟁이) 국내 안보에 미치는 영향들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지스 원장은 "기회주의적 폭력(opportunistic violence)"의 가능성이 존재는 하지만 "계획된 폭력(planned violence)"의 증거는 아직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분쟁이 더 오래 지속된다면, 그 성격이 더 악화된다면, 그러한 상황은 시위 주변이나 거리에서의 즉흥적인 폭력 가능성 등 우리 안보 환경을 바꿀 수 있는 한 가지 동인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짚었다.

호주 최고 안보기관의 수장은 ASIO는 시위를 폭력으로 확대하려는 "소수의 시위대"를 우려할 뿐 "시위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개적이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반대의견과 지역사회의 우려를 표현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다양한 견해를 다루는 데 필수라는 데 동의했다.

버지스 원장은 "우리는 '폭력만이 답이다'라는 이데올로기를 가진 개인 또는 시위를 악용하고 시위에서 폭력을 계획하려는 집단에게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내무부는 이번 전쟁이 호주 사회 통합에 미칠 영향과 관련한 정부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스테파니 포스터(Stephanie Foster) 내무부 사무차관 대행은 "우리는 이러한 일이 어디서 발생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가 테러 조직으로 간주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해 전쟁의 도화선을 당겼다.

하마스 공격 이후 누적된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400명이 넘고, 부상자는 약 5,5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230만 명의 주민들을 포위하고 폭격을 가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인이 5,000명을 넘었으며, 다친 사람도 1만 5,000명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는 약 2,000명, 여성은 1,100명, 노인은 약 2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전체 희생자의 67%를 차지한다.

또한 이스라엘이 연료 및 물 공급을 차단함에 따라 가자지구 주민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케빈 러드 호주 전 총리 겸 주미 대사는 중동이 여전히 호주의 핵심 관심사라고 밝혔다.

월요일 ABC 인터뷰에서 러드 대사는 "우리는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하마스가 미칠 영향,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적절한 인도주의적 지원, 호주 국민의 대피 문제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7일 이후 1,800명 이상의 호주인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을 떠났으며, 일부는 정부 지원 대피 항공편의 도움을 받았다.

호주 정부는 가자지구에 있는 77명의 호주인, 영주권자 및 직계 가족을 돕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가자지구 지상에서 첫 교전을 벌였다. 이스라엘군은 23일(현지시간) 밤 탱크와 보병부대를 동원해 제한적인 기습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국경 근처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켜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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