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hutterstock
사진:shutterstock

호주의 '식량 불안정(food insecurity)' 문제가 점점 심화하고 있다.

호주 푸드뱅크(Foodbank Australia)의 2023 기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약 370만 가구에 달하는 호주 가구가 식량 불안정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이는 멜버른과 시드니의 총 가구 수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이며, 전년도에 비해 약 38만 3,000가구 증가한 수치다.

식량 불안정은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품과 충분한 양의 식품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경제적, 사회적 조건을 일컫는다.

이러한 식량 불안정은 나이나 수입과 관계없이 다양한 계층의 호주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호주 푸드뱅크는 다양한 지역, 연령, 성별을 가진 수천 명의 호주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만성적으로 식량 불안정을 겪고 있는 가구 수는 약 75만 가구(20%)인 것으로 집계됐다. 

약 285만 가구(77%)는 지난 해에 처음 이 문제를 직면했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자 중 젊은 중산층, 고소득층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리아나 케이시(Brianna Casey) 호주 푸드뱅크 최고경영자(CEO)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액이나 임대료가 인상되면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하는데, 많은 사람이 ‘음식’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케이시 CEO는 "식량 불안정은 자신이나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먹일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을 경험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아침저녁을 시리얼로 먹는 것, 자녀들을 빈 도시락으로 보내는 것, 연금을 받는 노인들이 하루에 두 끼 또는 한 끼 식사가 충분하다고 자신을 납득시키는 것 등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했다. 

식량 불안정의 가장 큰 원인은 ‘비용’이다. 임대료, 모기지 상환, 에너지 요금, 연료비, 식료품비 등 같은 기본적인 지출 항목이 모두 식량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문제는 식사량뿐만 아니라 식사질과도 관련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량 불안정에 놓인 호주인의 94%가 식료품 소비 습관을 바꿨으며, 거의 절반이 단백질과 신선한 채소를 타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식량 불안정은 건강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식습관 개선으로 예방 가능한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호주영양사협회(Dietitians Australia) 보고서에 따르면, 식습관 개선으로 예방이 가능한 사망자의 수는 연간 2만 8,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연방과학산업연구원(CSIRO)의 한 보고서는 호주인 5명 중 2명만이 충분한 양의 채소를 섭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는 식량 불안정에 처한 사람들에게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케이시 CEO는 "식량 불안정 가구의 절반은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식량 불안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이 자신감을 느끼고 편안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시 CEO는 “식품 자선단체를 이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단체들은 특히나 지금처럼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