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도착해서 처음 구했던 일은 ‘스시집 홀서빙’이었다. 불과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가끔 일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면 그때 생각이 난다. 앳되보이는 종업원을 보면서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하고 조금 더 친절하게 말하고, 수고많으시다고 말을 건낸다. 이스우트우드 중국 사이드에서 일식집을 하는 유철희 사장도 인터뷰를 하면서 워킹홀리데이로 온 청년, 유학생들을 보면서 그때를 떠올린다고 했다. 

유철희 사장은 2002년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함께 일하던 형들이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었다.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서 갔던 일본에서는 돈만 모아 2004년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했다. 자연이 너무 아름답고 좋았던 호주, 그래도 여기 살 생각은 없었다. 영어를 배우고 돈을 벌어서 한국에 갈 생각이었다. 시티 일식집 “사카에” 키친핸드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사카에 사장이 되었다. 취업을 위해 2005년 한국으로 귀국을 했지만, 다시 호주로 돌아와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고 했다. 한호일보는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스트우드 일식집 유철희 사장과 아내 아카리 후지와라(Akari Fujiwara)

2006년, 다시 호주로 돌아오게 되었다. 어떤 계기였나? 

2005년, 한국으로 귀국을 하고 취업 준비를 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호주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사카에 사장님과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았었다. 사장님께서 ‘회사 다니지말고 호주에서 식당 장사를 해라’는 말씀을 항상 해주셨는데, 막상 취업이 확정되던 날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깊은 고민 끝에 호주에서 식당 창업을 한다는 목표를 정했고 “호주로 다시 간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주변 친구들은 대기업에 취업을 해서 이제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는데 다시 요리학교에 입학을 해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10년을 목표로 잡고,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꼭 더 잘되리라는 다짐으로 호주에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다시 돌아온 호주에서는 어땠는가?

정말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다. 시티에서 요리학교를 다녔고, 동시에 ‘사카에’에서 아르바이트를 계속 했다. 호주생활 5년동안 독방을 써본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 워킹홀리데이나 유학생으로 오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유학 생활의 어려움에 공감이 많이 간다. 그리고 ‘영어’가 참 큰 장벽이었다. 각오는 했었지만 일과 학업을 병행해야하는게 쉽지 않았다. 식당에서 일을 하니까 밤늦게 퇴근을 했다. 새벽 3시, 4시까지 학교 숙제를 하고, 아침 7시에 학교를 가면서 열심히 살았던 기억이 난다. 목표가 있으니까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이민법이 많이 어려워졌지만 그 당시에는 학교를 졸업하면 조금 더 수월하게 비자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그 곳에서 일을 할 만큼 <사카에>와의 인연이 깊은 것 같다.

그렇다. 요리를 처음 배운곳이고, 사카에 사장님의 영향으로 “호주 영주권과 식당 창업” 이란 목표로 다시 왔기 때문에, 사카에의 모든것을 배우고 싶었다. 주방일도 처음이다 보니 많이 혼나기도 했다. 홀 직원이 부족할때는 웨이터도 하면서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했던게 자연스럽게 식당창업의 준비가 되었던 것 같다. 당시 직원들이 거의 일본 사람들이었다. 일본어가 부전공이긴 했지만, 실전에서 일본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호주에서 영어보다 일본어가 많이 늘었다. (하하)

현재 아내도 일본사람으로 알고있다.

32살, 싱글일 때 가게를 시작했고, 당시 여자 친구도 없었다. 사업에 매진하여 연애 및 결혼에 관심이 없었지만, 당시 맥콰리 대학교를 다니던 아내가 홀 서빙 아르바이트로 들어온게 인연이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많은 사람들이 사장 직원으로 만났다고 하면 나쁜 사장이네 라고 하지만, 아내가 먼저 나에게 고백했다. 하하

목표했던 10년보다 더 빨리, 약 5년만에 목표를 달성했다. 어려움은 없었는가?

직종을 바꾸고 싶었던 적도 있고, 호주 로컬 식당 또는 다른 일식집에서 좋은 조건에 일해보고 싶을때도 많았다.  하지만 요리사가 아닌 식당 창업이 목표 였기 때문에, 많은 유혹을 뿌리칠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시에 사카에 사장님이 3개의 지점을 가지고 계셨다. 그 중 한 개인 이스트우드 지점을 맡아서 운영해볼 생각이 있냐고 권유를 하셨다. 당시에는 영주권도 없었고, 싱글이였고, 창업을 하기에도 부족했지만, 기회라 생각하고 시작하게 됐다. 결혼도 많이 알면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잘 모를 때 용기를 내어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운영을 하는지 알려달라

직원들과의 소통이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다. 매출이 많은날에는 여기서 ‘내가 얼마를 벌었겠구나’가 아니라 '직원들이 애로사항이 얼마나 많이 있었겠나’를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손님들이 몰려왔을 때는 직원들도 힘들고, 대응이 미흡해서 손님들도 실망하고 돌아가는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대응을 하는 것은 직원들이다. 그래서 직원들과의 소통과 공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스트우드 중국사이드에 위치한 '사카에'
이스트우드 중국사이드에 위치한 '사카에'

<사카에>에서 자신있게 추천하는 메뉴는 무엇인가?  

식당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고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정말 고급 재료를 써서 어떻게하면 맛있게 만들지는 알고 있지만 그렇게 되면 단가가 올라가게 된다. “평균적인 맛”과 “경쟁력 있는 가격” “빠른 서비스”를 유지하는것이 사카에의 컨셉이다. 가장 있기 있는 메뉴는 런치 벤토 메뉴이다. 일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시,사시미도 35년 이상 경력의 일본 주방장이 10년째 맡아 주고 있다. 지속적으로 호주, 한국, 일본에서 많은 일식집을 벤치 마킹 하며, 다양한 컨셉과 새로운 메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이스트우드가 코리아타운으로 지정되었는데, 어떤 것들을 느끼시는지 궁금하다.

이스트우드를 따지면 중국사이드, 한국사이드라고 말을 한다. 중국사이드에서 장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중국 커뮤니티가 크고 단합도 잘된다. 여건상 차가 안다니는 길목이 여러 행사들을 하기에 최적화 되어있다. 한국 사이드는 그런 장소가 없어서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 때 상우회에 가입을 하고, 다양한 한인 상권 사장님들도 알게 됐다. 회장단과 고문님들이 정말 노력 많이 하시고 적극적으로 코리아타운이 될 수 있도록 힘쓰신 것을 알고 있다. 그런 과정을 보면서 상당히 많은 귀감이 되었다. 호주로 따지면 이스트우드가 제2의 고향이다. 그래서 코리아타운으로 지정되고 또 발전하고 활성화되는 모습들이 진심으로 기쁘고 기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호주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교민분들게 인사를 부탁드린다.

가족이 이민을 오는 경우도 있지만, 저처럼 혼자 유학 생활을 시작으로 이민 생활을 시작하신 분들이 더 많으신걸로 알고 있다. 정말 소수의 일들이지만, 가끔 유학생분들이나 워킹분들이 한국 교민들에 의해서 상처를 받거나 사기를 당하고 귀국하는 소식을 접하기도 한다. 호주 이민 선배로써, 또한 같은 한국인으로써 유학생, 워킹홀리데이 또한 호주에 정착하려는 한국 분들에게 서로 도움이 되고 협력하는 한인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유철희 사장은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사전질문지를 받아 미리 답을 꼼꼼하게 준비해서 인터뷰 장소에서 만남을 기다리는 차분하고, 디테일한 성격으로 보였다. 일본인 아내 아카리 후지와라(Akari Fujiwara)는 취재에 방해가 되지 않게 배려하는 모습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한인상권과 동떨어져있는 매장이라 나몰라라 할 수도 있을텐데, 코리아타운으로 지정된 모든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대답이 인상깊었다. 이민 사회속으로 깊이 들어가보면 모두들 제2의 고향이 이스트우드라는 이야기를 하곤한다. 이스트우드는 어떤 곳일까 <이스트우드 이야기>를 기획하고 취재하면서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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