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 웡 외교장관(사진:ABC)
페니 웡 외교장관(사진:ABC)

지난 주말 호주 대도시에서 친팔레스타인 집회와 친유대인 집회가 열린 가운데, 페니 웡 외교장관의 '휴전 촉구' 발언이 야당과 유대인 단체의 반발을 샀다.

일요일(12일) 오후, 시드니와 멜버른에서는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촉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다섯 번째 주말 연속으로 친팔레스타인 집회가 있었다.

수천 명의 인파가 몰린 친팔레스타인 집회에서는 어린이 등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을 규탄하면서 즉각적인 휴전과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촉구했다.

친이스라엘 집회도 호주의 두 대도시에서 열렸다. 이들 역시 어린이를 언급하면서 하마스에 피랍된 어린이를 포함한 이스라엘 인질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호주유대인평의회(Executive Council of Australian Jewry)의 알렉스 리브친(Alex Ryvchin) 등 유대인 단체들은 호주 내에서 반유대주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 입장이 확연히 대립하는 상황에서 웡 외교장관은 ABC 인사이더스 인터뷰에서 '휴전을 향한 다음 단계"를 원한다며, 이스라엘에 국제법에 따라 행동해 달라고 요청했다.

웡 장관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깊이 우려한다"면서 특히, 병원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의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방어권을 행사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동시에 그러한 방식이 국제인도법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웡 장관은 "국제인도법은 병원과 환자, 의료진을 보호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스라엘에 병원 공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하마스가 민간 기반 시설에 은신해 있다는 주장을 이해한다"고 짚으면서도 "국제사회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이스라엘에 의료 시설은 국제법에 따라 보호된다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외교장관의 발언은 휴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지는 중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폭격을 중단하라고 나선 BBC 인터뷰 후에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고통과 테러리즘을 없애려는 그들의 의지"에 공감하지만, 가자지구에 대한 민간인 폭격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선을 분명히 했다.

웡 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다. 휴전을 향한 다음 단계가 "일방적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웡 장관은 "하마스는 여전히 인질을 잡고 있고 지금도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다"며 "우리는 당사자 간에 휴전이 합의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이후 어린이 4,500명을 포함해 최소 1만 1,00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으며 부상자는 2만8000명이 넘었다고 지난 금요일(10일) 밝혔다. 

이스라엘은 10월 7일 공격으로 약 1,200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인질은 약 24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질을 돌려받기 전까지 휴전은 없다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요 병원에 하마스의 군사시설이 숨겨져 있다고 주장하며 병원 공세를 강화해 나갔다.

세계보건기구(WHO)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래 지난 36일간 가자지구 의료시설에 137차례의 공격이 있었고, 의료진 및 환자 521명이 숨졌다고 지난 일요일 발표했다.

웡 장관은 "테러조직 하마스는 국제법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이스라엘은 호주처럼 민주주의 국가이며 우리가 추구하고 받아들이는 기준은 더 높다"며 국제법 준수를 재차 강조했다.

호주시오니스트연맹(Zionist Federation of Australia)과 호주유대인평의회는 공동성명을 발표해 웡 장관의 발언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반발했다.

두 단체는 "하마스가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 휴전은 필연적으로 이스라엘을 더욱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질들의 귀환과 하마스의 권력 제거가 수반되지 않는 휴전은 하마스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헤즈볼라와 같은 이스라엘의 다른 대량 학살 적들을 대담하게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두 단체는 제네바 협약을 인용하면서 이스라엘이 무력 충돌에 관한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다고도 했다.

만약 병원이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경우에는 보호받을 수 없다는 규정이 있고, 알시파 병원 및 기타 병원이 이러한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에서 두 단체는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병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는 비방은 이스라엘 국가와 그 지지자들을 악마화하는 데만 도움이 될 뿐"이라고 적시했다.

야당 외교담당 의원인 댄 테한(Dan Tehan) 하원의원도 웡 장관 비판에 가세했다. 

테한 하원의원은 "웡 장관은 자신의 언어를 바로 잡아서 하마스의 행동을 비난해야 한다고"고 스카이뉴스에 말했다. 

자크 램비(Louise Lambie) 상원의원 역시 휴전에 관한 웡 장관의 표현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데 동의했다. 

램비 상원의원은 "웡 장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휴전을 시작하면 테러리스트들이 재결집할 기회를 줄 것"이라며 "무기를 손에 들고 현장에 있는 것도 아닌 우리가 여기 앉아서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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