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hutterstock
사진:shutterstock

호주 아동 '자폐성 장애(자폐 스펙트럼 장애)' 출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한 연구원은 국가장애보험제도(NDIS)의 재정적 인센티브가 평균보다 가파른 자폐성 장애 진단 증가율을 이끌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투 란잔(Maathu Ranjan)은 국가장애보험기구(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Agency, NDIA)의 시니어 보험계리사이자,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에서 공공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란잔의 논문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선진국 중에서 자폐성 장애 출현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비슷한 경제 및 보건 시스템을 갖춘 국가에 비해 호주의 증가세가 더 가파르게 나타났다.

호주 아동의 자폐성 장애 출현율은 캐나다의 약 2배, 미국의 약 1.6배, 영국의 약 2.5배 수준으로 높다고 한다. 

란잔은 전 세계 평균보다 높은 이러한 출현율은 정부 정책, 특히 NDIS의 시행으로 인한 재정적 인센티브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NDIS는 현재 연방정부 예산에서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는 항목 중 하나이다. 2032년까지 연간 NDIS 비용이 1,000억 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예상보다 많은 자폐성 장애 아동은 부분적으로 NDIS에 비용 부담을 더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을 모색하고 있다. 

18세 미만 NDIS 참여자의 75% 이상, 전체 참여자의 45% 이상이 자폐성 장애 또는 발달 지연 당사자다. 발달 지연의 경우에는 종종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기 전에 나타난다.

NDIS는 특히 아동의 참여율이 가장 높은 지역과 도움이 필요한 소외된 지역에서 상당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NDIS는 "바다에서 유일한 구명보트"로 묘사되기도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아동의 자폐성 장애 진단 방식을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NDIS가 아동들에게 장애 진단을 받을 기회를 확대하고, 이로 인해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너무 많은 아동이 NDIS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호주 5~7세 아동의 8% 이상이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란잔은 신경 다양성과 자폐성 장애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며 보건, 교육, 고용 시스템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NDIS 설계자이자 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브루스 보니하디(Bruce Bonyhady)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란잔의 연구는 아직 피어 리뷰(peer-reviewed)를 받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36명 중 1명, 캐나다에서는 50명 중 1명, 영국에서는 57명 중 1명이 자폐성 장애아동이라는 국제 연구를 인용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약 25명 중 1명 정도다.

이러한 호주 통계는 1990년대부터 자폐성 장애 조기 발견과 개입을 시행하고 있는 일본의 통계와 가장 유사하다. 조기 개입은 아동의 증상과 이후 의료 기술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란잔은 전 세계적으로 자폐성 장애 출현율이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 "상당한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몇몇 연구들은 수십 년에 걸친 기준의 변화와 인식 개선으로 더 많은 사람이 이 장애를 진단 받았다고 주장한다. 

일부 의사가 내담자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난독증 등 자폐 증상과 겹치는 증상을 보이는 경우 자폐성 장애 진단을 대신 내려 내담자가 기본 의료 서비스의 도움을 받게끔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란잔은 NDIS가 호주와 다른 비교 가능한 국가들 간에 자폐성 장애 출현율이 왜 차이가 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NDIS와 같은 정부 정책에서 나오는 인센티브는 호주 상황에서 독특하게 작용하며, 이것은 호주의 자폐성 장애 출현율의 추가 증가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일 것"이라고 논문에 기술했다. 

또한 지난 10년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NDIS가 시행된 지역에서 출현율이 더 빠르게 증가했는데, 이는 해당 제도가 장애 진단을 받고자 하는 사람의 수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고 란잔은 주장했다.

그러나 란잔은 그 인과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는 단서를 달았다.

그녀는 호주에서 자폐성 장애 출현율이 급증한 시기가 NDIS 제도 도입 시기와 일치함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이 자폐성 장애 출현율에 미치는 국가적 영향을 평가한 연구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폐성 장애를 연구하는 라 트로브 대학교(La Trobe University)의 셰릴 디사나야케(Cheryl Dissanayake) 교수는 NDIS가 높은 숫자를 촉진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NDIS 제도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이 충돌하는 가운데, 정확한 인과 관계를 파악하는 추가적인 연구와 논의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