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16일) 이스라엘 정규군 IDF가 가자 지구 내 최대 병원인 알-시파를 공격한 후 전 세계적인 비난이 이스라엘을 향하고 있다. 하마스가 집권하기 전까지 가자지구를 통치했던 팔레스타인 자치 기구 (Palestine Authority)는 이를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반발했고 유엔 인도주의 사무차장이자 긴급 구호 조정관인 마틴 그리피스(Martin Griffiths)는 X에서”병원은 전쟁터가 아니다"라며 “신생아, 환자, 의료진 및 모든 민간인의 보호가 다른 모든 관심사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총장도 이번 공격이 "매우 우려스럽다" 며 "병원의 의료진과 다시 연락이 끊겼다. 우리는 그들과 환자들의 안전이 매우 걱정된다"고 썼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병원을 급습한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하마스가 이 병원을 본거지로 삼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수호 재단의 조나단 샨저에 의하면 하마스는 적어도 2006년부터 이 병원을 사용해 왔는데, PBS 다큐멘터리에서 테러리스트들이 병원 복도를 돌아다니며 병동을 봉쇄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2008-09년 전쟁 당시 하마스 지도자들은 이 병원의 지하 벙커에 숨어 있었다. 뉴욕 타임즈는 하마스가 병원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했다고 보도했고 2014년 전쟁에서 워싱턴 포스트는 알-시파가 하마스의 "사실상의 본부"라고 보도한 바 있으며 국제 앰네스티는 하마스가 병원 구내에서 수감자들을 고문했다는 사실을 밝힌 적도 있다.

 

지난 화요일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조직원들이 가자시티의 알-시파에서 지휘통제본부를 운영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스라엘은 병원 측과 접촉하여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자를 대피시키겠다고 제안했지만 하마스는 아기를 포함한 환자들이 전쟁 지역에 남아있는 것을 선호한다는 이유로 이송을 거부했다.

 

이스라엘이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워 집단 체벌 (collective punishment)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하마스는 확실히 민간인을 방패삼아 자신들을 방어하고 여론전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2016년 이라크 모술에서 작전을 수행했을 때도 이슬람 무장 테러 단체 IS는 격렬한 시가전에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병원을 거점으로 무장 세력을 배치했다. 당시 군인 1명당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지금 하마스가 동일한 방법으로 싸우고 있는 것이다.

 

하마스는 기습 테러로 이스라엘 민간인 1400명을 그 자리에서 죽이고 220명을 납치했다. 이 공격으로 하마스는 테러조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도 참담하다. IDF의 반격이 시작된 후 가자 지구에서 1만 2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중 7천명이 민간인이다.

 

하마스 전투원 1명당 민간인 사상자 1.25명이 사망한 셈인데 모술 작전보다 민간인 피해 규모가 작지만 여전히 군인보다 민간인이 더 많이 죽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전쟁의 로드맵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의 목적을 하마스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의 추산대로라면 3만명의 하마스 전투원들이 존재한다. 하마스는 전쟁이 계속되는 한 계속해서 민간인을 방패 삼을 것이다. 도시, 병원, 학교가 모두 전쟁터인 시가전에서 누가 시민인지 누가 전투원인지 아니면 모두가 둘 다인지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전쟁이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손민영 편집인 gideon@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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