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소니 알바니지 총리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

호주 해군 잠수부들이 중국 군함이 쏜 음파탐지기에 노출돼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중국 정부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호주 정부는 밝혔다.

지난 토요일(18일), 리처드 말스 총리 대행은 지난주 화요일(14일) 중국 인민해방군 구축함의 "안전하지 않고 비전문적인" 행위로 인해 해군 잠수부들이 작전 중에 위험에 처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호주 정부에 따르면, 당시 호주 장거리 호위함인 HMAS 투움바는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서 지정된 항구로 이동하고 있었다.

중간에 투움바호의 프로펠러에 어망이 걸리자, 해군은 배를 멈춰 세우고 잠수부를 투입해 어망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중국 인민해방군 구축함 DDG-139가 투움바호 쪽으로 다가왔다. 

호주 해군은 잠수 작전이 진행 중임을 재차 강조하며 거리를 유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중국 구축함은 계속 다가왔고, 선체에 장착된 음파탐지기도 감지됐다.

잠수 대원들은 급히 물 밖으로 나왔지만, 일부 대원은 음파탐지기에 노출돼 경미하게 다쳤다.

말스 총리 대행은 중국 함정의 "안전하지 않고 비전문적인 행동"을 지적하면서 "호주는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전문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군대를 운영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다이빙 의료 자문 위원회에 따르면, 음파탐지기에 노출된 잠수부들은 어지럼증, 청력 손상, 장기 손상 등의 피해를 당할 수 있다.

수전 레이(Sussan Ley) 자유당 부대표는 월요일(20일)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가 이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사진찍기에 우선순위를 두었다"고 날을 세웠다.

시기적으로 이번 사건은 알바니지 총리와 시 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양국의 관계가 안정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지난 토요일 알바니지 총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간에 나눈 군사 등에 관한 논의가 긍정적이었다고도 언급하기도 했다.

야당 외교 담당 의원인 제임스 패터슨 상원의원도 ABC 라디오에 출연해 "인민해방군 해군이 우리 호주 해군 대원에 끼친 고의적인 해"에 관한 정부 발표 시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패터슨 상원의원은 "호주는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이익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앞서 클레어 오닐 내무장관은 정부는 "적절한 채널"을 통해 중국에 "강력한 입장을 취했다"고 밝혔지만, 패터슨 상원의원은 알바니지 총리가 지난주 APEC에서 시 주석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는지 답하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직접 나선 알바니지 총리는 "우리의 주요 관심사는 항상 호주군 장병의 안전"이라고 강조하면서 "모든 정상적인 채널을 통해 매우 분명하게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총리는 시 주석에게 직접 이 일을 언급했는지에 대한 확답은 하지 않았다.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알바니지 총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을 때 시 주석과의 양자 회담은 없었다"며 "사이드라인(sidelines)에서 나눈 사적 만남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알바니지 총리는 스콧 모리슨 전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나눈 문자 메시지가 유출된 사례를 간접적으로 거론하면서 유사한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

전 호주 총리인 케빈 러드 주미 호주 대사는 한 인터뷰에서 정상 간의 대화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은 "오랜 관행"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오닐 장관은 이번 사건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과 관련해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호주는 "중국과의 복잡한 관계를 놓고 정치 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