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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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전 6시부터 뉴사우스웨일스주(NSW)에서 자발적 안락사 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NSW 보건부는 초기 몇 주 동안은 많은 수요의 신청이 있을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요를 충족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마크 버틀러(Mark Butler, 67)는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발적 안락사 신청을 했다. 버틀러는 휠체어에 앉아 11월 28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자발적 안락사(Voluntary Assisted Dying, VAD)를 원했기 때문이다. 

2017년, 그는 운동신경질환(Motor Neurone Disease, MND) 이른바 ‘루게릭 병’을 진단받았다. 목부터 하반신까지 마비된 그는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며, 24시간 돌봄이 필요하다. 

버틀러는 침대에 눕고, 자세를 바꾸고, 침대에서 일어나기 위해 호이스트(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편하게 침대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승강장치, Hoist)를 사용하고, 낮에는 휠체어에 앉아 생활한다. “병은 계속 진행중이고,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활은 정말 지루하다”고 ABC에 말했다. 

루게릭 병 환자들의 얼굴, 목의 근육이 약해지면 ‘언어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질식하여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 버틀러는 자발적 안락사가 허용되기 전 질식사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루게릭 병을 진단 받기 전에는 문화유산 건축분야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며, 석사 학위를 공부하고 있었다. 건강하고 활기찬 사회생활을 했다고 회상했다. 버틀러는 “일주일에 3번 수영을 하고, 2번 요가와 필라테스를 했다. 수영이 정말, 정말 그립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일주일에 딱 하루 아파트에서 벗어나 정원에 앉아 있는다. “약 9개월 동안 현관문을 나가지 않았고, 신경과 의사는 나에게 ‘너는 밖에 나가야해’라고 했다. 그래서 매주 화요일 오후에는 정원에 나가 햇볕을 쬐고 있다.” 

버틀러는 자발적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기를 원한다. 병이 계속 진행돼 목소리를 잃게 되는 것은 "딜브레이커(deal-breaker)"가 될 것이다.

자발적 안락사 법률을 제정한 마지막 주, NSW

NSW는 다른 주보다 더 짧은 대기시간과 약물 투여 방법 선택권이 주어진다. 의사와 환자가 자발적 안락사 절차를 신청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 포털사이트가 28일 오전 6시에 열렸다. 법에 따라 2명의 다른 의사에게 요청을 해야하며, 이 중 하나는 반드시 서면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NSW는 빅토리아주(VIC), 서호주주(WA), 타즈매니아주(TAS), 퀸즐랜드주(QLD), 남호주주(SA) 등과 함께 자발적 안락사 합법화에 동참했으며, 수도준주(ACT와) 노던준주(NT) 또한 합법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주요 차이점은 NSW에서는 5일 간의 ‘고려 기간’(the cooling-off period)이 있다는 점이다. TAS에서는 고려 기간이 7일이다. 연명치료 관련 전문가들은 짧은 고려 기간이 오히려 환자들에게는 긍정적이라고 주장한다. 

퀸즐랜드 대학(University of Queensland)의 벤 화이트(Ben White) 교수는 “환자가 자격 기준을 충족하고 말기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경우, 고려 기간이 끝날때까지 기다리도록 하는 것은 환자의 고통을 연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NSW에서 환자의 수요를 충족할 만큼 의료진들이 확보될지는 미지수이다. 화이트 교수는 "다른 주에는 자발적 안락사 훈련을 받은 의사들이 충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NSW 보건부의 ‘낙관적인 전망'

NSW 보건부는 A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화요일까지 약 100명의 의사가 공식 교육을 완료했고, 약 200여 명이 교육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케리 챈트(Kerry Chant) NSW 최고보건자문관(CHO)은 “우리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수의 의료진을 확보할 것이고, 매우 낙관적인 입장이다”라고 말하며 “만약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로열 노스 쇼어 병원(Royal North Shore Hospital)에 꾸려진 팀이 공백을 메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주들의 기준을 반영한 NSW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 NSW에서도 자발적 안락사 신청자는 2명의 의사에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청자가 앓고 있는 질병 또는 의학적인 신체 상태가 6개월 이내에 (신경퇴행성 질환의 경우는 12개월) 사망에 이를 것으로 예상될 때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다른 주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안락사를 위한 자가 투여 능력이 있더라도 의료 전문가에게 약물을 투여받을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화이트 교수는 이것이 NSW 법의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화이트 교수는 현재 인구의 98%에 대해 ‘자발적 안락사’가 허용됐고, 국가 차원에서 다음 넘어야 할 장벽은 ‘연방 형사법’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방 형사법에서는 자발적 안락사 상담을 위한 원격 의료, 이메일, 전자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화이트 교수는 “3개의 주에서 환자, 가족, 의사 및 규제 기관과 140회의 인터뷰를 통해 이것이 심각한 문제임을 알게 되었다. 환자가 의사를 찾아가는 절차로 인해 때로는 몇 시간씩 이동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여정은 매우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자발적 안락사를 원하는 환자들에게 고통을 지연시키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NSW와 다른 주에서 이 규정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챈트 CHO는 “형법과 자발적 안락사와의 상호작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희망사항”이라며 초기 단계에서는 임상 의사들과의 대면 상담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절차는 변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버틀러는 NSW 주민들이 ‘자발적 안락사’에 대한 권리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00% 지지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옵션도 필요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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