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에 버글스(The Buggles)가 발표한 ‘비디오 킬드 라디오 스타’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는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의 도입부 음악으로 등장하면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졌다. 이 노래는 현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진과 영상이 이전 라디오 세대의 문화를 밀어내는 것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담았다.

제목만 보면 이 노래가 원망과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이 노래의 멜로디는 매우 경쾌하다. 아쉬움 가득 담긴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가 이 노래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과거가 그립지만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We cant’t rewind, we,ve gone too far)라는 가사가 이 노래의 주제를 말해 준다.

재미있는 것은 라디오가 창조한 낭만적 공간이 사라져 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만들어진 이 노래가 뮤직 비디오로도 만들어져 크게 성공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뮤직 비디오 전문 채널 MTV는 1981년 개국당시 첫번째 송출곡으로 이 노래를 선정했는데 ‘비디오 킬드 라디오 스타’의 뮤직 비디오는 이후 20년간 MTV에서만 1백만 번 넘게 송출되었다.

기술발전으로 인해 위기를 맞은 매체는 라디오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 중 ‘신문 멸종 타임라인’이라는 것이 있다. 이 사진은 퓨처 익스플로레이션 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제작한 것으로 각국의 종이 신문이 사라질 시점을 예측해 만든 타임라인이다. 타임라인에 의하면 호주의 종이 신문은 2022년에 사라지는 것으로 되어 있고 한국의 종이 신문은 2026년에 사라질 것으로 봤다.

물론 2023년인 지금도 호주에서는 종이 신문이 발행되고 있고 한국에서도 3년 후에 종이 신문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이 타임라인의 예측은 틀린 것이 확인되었지만 종이 신문의 위기는 이미 오랫동안 회자되어 왔다.

올 11월 미국의 노스웨스턴 대학이 내놓은 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국에서 2005년 이후 전체 신문의 3분의 1, 기자의 3분의 2가 사라졌다. 2023년 한 해 동안 1주일에 평균 2.5개의 신문이 사라졌는데 이는 2022년의 2배가 넘는 속도이다.

이 대학은 특히 지역 언론이 이러한 종이 신문 시장 쇠퇴에 취약하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많은 지역 언론들이 온라인 전문 매체로 전환되었다. 호주에서도 3년전 언론 대기업인 뉴스 콥 (News Corp)의 주도하에 100개가 넘는 지역 신문들이 종이신문 발간을 중단하고 온라인 신문으로 전환한 바 있다.

종이 신문 시장이 축소되고 인터넷 신문이 확장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뉴욕 타임즈 전체 구독자의 90%가 인터넷으로 뉴스를 소비한다. 구독률, 열독률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가디언지도 일간 발행을 포기하고 주말판만 발행한지 오래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신문의 온라인 전환 후 오히려 제한없이 더 풍성한 컨텐츠를 제공해 명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가디언의 변신은 성공적인 전환 케이스로 꼽힌다.

미국의 퓨 리서치센터가 내 놓은 연구 결과에 의하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 뉴스를 읽는 비율도 전체의 71%나 된다. 뉴스 소비의 행태가 더 쉬워지고 가벼워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포 언론이 처한 상황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종이 신문의 단가는 상승하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로 뉴스를 소비하는 상황에서 30년 넘게 호주의 종이신문을 대표해 온 한호일보도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최종적으로 한호일보는 다음 주 (22일)를 마지막으로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고 한호일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독자들은 한호일보 웹사이트를 통해 계속해서 기사를 읽을 수 있을 것이고 아이탭을 통해서도 한호일보 기사에 계속 접근할 수 있다. 다만 매주 금요일 한인 상점에서 볼 수 있었던 종이 신문 한호일보가 사라질 뿐이다.

신속성과 가독성이 중요한 인터넷 플랫폼에서 다시 태어나는 만큼 더 많은 기사를 다루게 될 것다. 또한 독자들이 동영상 기사, 포토 기사 등을 통해 선호에 따라 호주 뉴스에 선택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독자들 입장에서 보면 온라인에 익숙한 사람들은 한호일보가 더 좋아졌다고 느끼겠지만 종이 신문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불편한 변화가 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1990년 일간 호주 동아일보 창간 이후 2015년 한호일보로 이름이 바뀐 것에 이어 2번째 큰 변화이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변화라 믿는다.

한호일보의 온라인 전환이 더 나은 가능성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신문의 편집인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또 특별히 이제까지 종이 신문을 사랑해 주신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

 

비록 종이 신문 발행이 중단되지만 지금까지 한호일보가 교민 사회에서 맡아 왔던 순기능 역할이 다른 방식을 통해 계속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