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3단계 감세안의 개요를 설명하고 있는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사진:ABC)

노동당 정부는 '변경 없다'고 공약까지 했던 '3단계 감세안'을 결국 수정키로 했다. "모든 납세자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밝힌 총리는 이번 세제 개편은 생계비 압박을 완화할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3단계 감세안을 종전 계획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일부 수정할지에 대한 추측이 무성했다.

야당은 수정에 줄곧 반대했고, 녹색당과 일부 크로스벤치 의원들은 감세안의 조정 필요성에 공감했다. 노동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였다.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는 감세안의 향방에 대한 확답을 삼가왔다. 대신, 그는 '감세'라는 원칙적 입장에 변화는 없으며, 납세자들에게 고루 감세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만 언급했었다.

수요일(24일) 노동당 회의에서 3단계 감세에 관한 논의를 거친 다음 날인 오늘, 알바니지 총리는 "1,360만 납세자 모두를 위해" 3단계 감세안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알바니지 총리는 이번 변경안은 "저소득층과 시간제 근로자의 근로소득을 크게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산층 중심' 개편안, 변경 전・후 차이는?

변경안에 따르면, 첫 번째로 연소득 18,201달러에서 45,000달러에 부과되는 최저 세율이 19%에서 16%로 내려간다. 

연소득이 45,001달러에서 120,000달러에 적용되던 두 번째 과세 구간은 135,000달러까지 확장되고, 세율도 32.5%에서 30%로 인하된다. 

최고 세율인 45%가 붙은 소득 기준은 180,001달러에서 190,001달러부터로 올라갔다. 

호주 평균 연소득인 7만 3,000달러를 버는 납세자는 연간 1,500달러 이상의 감세 효과를 볼 것이라는 것이 연방정부의 설명이다. 

연방정부 추산에 따르면, 가계 소득이 약 130,000달러이고, 배우자 중 한 명이 80,000달러, 다른 한 명이 50,000달러의 소득을 올리는 평균적인 가구의 경우, 합산 감세액은 2,600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원래 감세안은 5단계였던 과세 구간을 4단계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었다. 

32.5%와 37%의 세율이 붙던 과세 구간을 30%로 통합하고, 45,001달러부터 200,000달러까지의 소득에 일괄적으로 30%의 세금을 매길 계획이었다. 

소득이 200,000달러가 넘는 고소득 납세자는 변경 전 계획에서는 9,000달러 정도의 감세를 기대했지만, 새 계획에서는 4,500달러 정도로 낮아졌다.

3단계 개편안, 무엇이 쟁점이었나

전임 정부인 스콧 모리슨 자유-국민연립 정부에 도입된 3단계 감세 계획은 3단계로 구성됐다.

1단계 감세는 '래밍턴(Lamington)'으로 불리던 중・저소득층 세액공제(LMITO)의 한시적 시행이었다. 이 공제는 2018-19 회계연도(최대 1,080달러)부터 2021-22 회계연도(최대 1,500달러)까지 운영됐다.

2단계 감세는 인플레이션과 임금 인상분을 감안해, 2020-21 회계연도부터 기존 과세 구간을 조정하는 것이었다. 이때 5개 과세 구간 중 3개 구간의 과세 소득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올해 7월 1일에 시행할 예정이었던 마지막 감세가 이번에 연방정부가 손댄 3단계 감세다. 이 정책은 세금 체계를 단순화하고, 중산층 소득자를 계층 상승으로부터 보호하고, 중산층・고소득층의 세율을 낮춰 지출과 투자를 장려한다는 목적으로 계획됐다. 

비판 여론은 감세 자체에 대한 거부보다는 고소득층의 이득에 치우진 불균형적인 효과에 맞서 형성됐다. 저소득층보다는 연소득이 150,000달러가 넘는 납세자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가 3단계 감세안의 수정을 요구했던 또 다른 이유는 세수 손실이었다. 생계비 위기가 주요 경제 현안인 상황에서, 정부가 지원책을 펼치려면 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감세안을 조율하여 얻을 잠재적 세수를 복지 정책으로 쓰자는 견해가 나온 배경이다.

알바니지 총리는 과세 소득이 146,486달러 미만인 모든 납세자는 새 개혁안의 감세 효과에 따라 실소득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당 정부의 이번 개편안은 고소득층의 혜택을 줄이는 대신 중산층의 이득에 조금 더 무게를 실었다는 평이다. 

야당은 "배반이야", 녹색당은 "더 개혁하자"

연방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은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상원에서 이 안이 통과되려면, 야당이 반대할 경우에, 녹색당과 크로스벤치 의원의 지지가 필요하다. 

우선 야당 상원 원내대표는 첫 논평에서 정부의 감세안 수정에 "배반"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공약을 지키지 않은 노동당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원래 감세안으로 되돌려 놓겠느냐는 질문에는 사이멍 버밍엄(Simon Birmingham) 상원의원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버밍엄 상원의원은 "입법 패키지의 세부 사항과 이를 뒷받침하는 분석을 살펴보고 다음 선거를 위해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당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싸울 것"이라며 정부 감세안을 마냥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애덤 밴트(Adam Bandt) 녹색당 대표는 노동당이 고소득층에게  평균 임금 근로자의 감세 혜택에 세 배에 달하는 연간 4,500달러의 세금을 깎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임대료, 주택담보대출 상환, 생활비 등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랐는데, 개인에게 주당 15달러를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밴트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치솟는 임대료와 모기지를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의회에서 공정성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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