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9일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집회(사진:ABC)
지난해 10월 9일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집회(사진:ABC)

10월 9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시위 동영상에 대한 조사 결과, 시위대가 '유대인에게 가스를 주입하라'라는 혐오 문구를 사용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국립생체인식과학센터(National Centre of Biometric Science)는 당시 시위가 촬영 또는 녹음된 여러 자료를 검토한 끝에, '유대인에게 가스를 주입하라'가 아니라 '유대인은 어디에 있나'라는 말이 쓰였다고 결론 내렸다. 

오늘(2일) 기자회견에서 멜 래니언 뉴사우스웨일스(NSW) 경찰 차장은 "전문가는 '유대인은 어디 있나'라는 말이 사용되었다는 압도적으로 확신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 이틀 만에 열린 시위에서 홀로코스트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주장은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광범위한 분노를 일으켰다. 

후에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의회는 지난해 말 증오 범죄 법률을 개정했다. 인종, 종교 또는 성적 지향에 근거한 폭력 위협 또는 선동에 대한 경찰의 기소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쳤다. 

이번 영상 조사 결과는 비인가 시위 과정에서 보고된 불법 활동을 조사하기 위해 설립된 밀링 특별조사반((Strike Force Mealing)이 진행 중인 조사의 일부다. 

NSW 시민자유협의회(NSW Council for Civil Liberties) 회장인 리디아 셸리는 이번 경찰 발표는 "조사 결과가 공개되기 전에 심각한 혐의를 '사실'로 보도하는 것의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셸리 회장은 "이번 일은 적법한 절차, 시민의 자유, 인권이 '편의성'이라는 미명하에 어떻게 무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라고 지적했다. 

NSW 경찰은 시위 이후 행사 도중 모욕적인 반유대주의 가스 문구가 외쳐졌다는 여러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래니언 차장은 "해당 단어를 사용한 개인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유대인 엿 먹어라"를 포함한 다른 모욕적인 구호가 외쳐졌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하지만 그는 "주요 논쟁은 문구에 관한 것이었다"며 "아주 단호하게 우리 전문가는 '유대인은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래니언 차장은 조사된 파일이 조작되었다는 증거는 없었고,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영상에 삽입된 자막은 "누군가가 자기가 들은 것을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팔레스타인옹호네트워크(Australia Palestine Advocacy Network)의 회장인 나세르 마시니는 정치인과 언론이 "고의적으로 부정확하고 악의적으로 자막을 넣은 동영상"을 이용해 불화를 조장했다고 분개했다.

마시니 회장은 "동영상만 믿고 증오와 공포를 퍼뜨린 정치인은 공개사과하고, 조작된 영상을 사용한 모든 언론 매체는 정정보도를 1면에 게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호주유대인평의회(Executive Council of Australian Jewry) 공동대표인 알렉스 리브친은 전문가의 평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리브친 공동대표는 "여러 독립적인 목격자들이 '유대인에게 가스를'이라는 문구가 사용되었음을 확인하고 선언했다"고 조사 결과를 반박했다.

그는 "정확한 단어가 핵심 쟁점은 아니다"라며 "핵심은 홀로코스트 이후 유대인에게 가장 큰 잔학 핵위가 자행된 지 이틀 만에 위협적 구호가 외쳐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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