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당시 이종섭 신임 대사와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출처: 리처드 말스 부총리 트위터) 
국방장관 당시 이종섭 신임 대사와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출처: 리처드 말스 부총리 트위터) 

호주 공영방송이 부패 수사에 연루된 인물이 주호주 한국 대사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한-호 외교관계에 미칠 악영향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ABC는 오늘(12일) 이른 오전 "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부패 수사에 연루된 전직 한국 국방부 장관이 논란이 되고 있는 대사 부임을 위해 호주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종섭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고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는 중에 대사로 임명됐다.

야당을 비롯한 비판 진영에서는 대통령실까지 올라갈 수도 있는 수사를 차단하기 위해 핵심 피의자인 이 대사를 호주로 도피시켰다는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ABC는 한국 법무부가 이 대사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를 풀어서 서울을 떠날 수 있도록 했다며 '도망 출국' 논란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 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있는 이 대사를 외교관으로 세워 국외 도피를 도왔다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인용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4일 이 대사가 공식 임명됐다는 발표가 나온 후부터 이 인사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가 외교 경력이 없는 국방 전문가인데다가, 일본 친화적인 언사로 꾸준히 입방아에 올랐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외교가 단선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윤 정부가 대사 임명으로 국내 정치 위기를 타개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자체가 국익에 손실이라는 한국 내 비평가들의 우려도 있다. 

주재국이 대사 임명에 동의한다는 아그레망을 받기는 했으나, 통상적이지 않은 이번 임명 절차를 호주 정부가 자국 국익을 위해 외교적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시선이다. 

ABC는 "이 사건으로 인해 한-호 외교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지만, 외교통상부는 이 씨의 입국을 환영했다"고 전했다.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호주는 한국과의 중요한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이 대사 지명자가 새로운 역할에서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ABC를 통해 밝혔다. 

대변인은 "이 대사 지명자가 신임장을 수여할 날짜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확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교민들이 한국 정부의 대사 임명 문제로 항의하는 이례적인 규탄 집회가 열렸다.

시드니 촛불행동은 지난 9일 결의문을 발표해 이 대사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이 대사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만약 이 대사의 임명이 강행된다면 캔버라 한국 대사관 앞에서 지속적으로 반대 집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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