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 머피 NSW 상원의원(사진:페이스북)
캐머런 머피 NSW 상원의원(사진:페이스북)

한국에서 윤석열 정부의 이종섭 주호주 대사 임명, 이른바 '도주대사'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호주 정치권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 호주 교민 사이에서는 엇갈린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호주와 한인 사회에 무례한 결정"

뉴사우스웨일스주(NSW) 캐머런 머피 주상원의원은 지난 토요일(23일) 연방의회 앞 호주 촛불행동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 힘을 보탰다. 

보도에 따르면, 머피 의원은 한국 정부의 이 대사 임명을 두고 "한국이 이 대사를 이곳에 보낸 이번 결정은 호주뿐만 아니라 호주 한인 사회에도 무례한(disrespectful)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발언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이 전 국방장관의 호주행이 교민을 무시한 처사이며, 아울러 호주에도 그렇다는 것이다. 

머피 의원은 "호주 사회에서 한인들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이 대사를 한국에 머물게 하고, 그 자리에 호주와의 관계에 더 도움이 될 사람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교라인이 아니라 국방라인에서 대사를 발탁한 '이례적 결정'은 임명 발표 때 부터 곧바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대사는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사건의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윤 정부는 출국금지를 풀어주면서까지 굳이 그를 호주 외교관으로 보냈다. 

이는 한국 야당과 시민사회가 '윤 정부가 이종섭을 도피시켰다'는 강한 의구심을 표하는 이유다. 이들은 정부가 공수처의 수사 끝이 대통령실을 향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그를 호주로 빼돌렸다고 보고 있다.

'공짜 없는 외교'에 결례 범한 임명

호주 공영방송 ABC가 '이 대사가 자국 내 비리 조사에서도 불구하고 호주로 출국했다'는 제하의 기사를 실은 후부터 이 사안은 국내 정치에 머물지 않았다.

ABC는 호주 외교통상부가 이 대사의 입국을 환영했다고 전하면서도 "이 사건으로 인해 한호 외교 관계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호주 외교통상부의 반응과 ABC의 보도 간의 상이한 듯한 외양은 한국 측 입장에서 보면 다소 압박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피의자를 한국 대표로 보낸 윤 정부의 외교적 결정으로 손실을 본 당사자는 호주보다는 한국이라는 견해가 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번 인사에 대해 한국이 결례를 범하여 호주에 빚을 져버렸다고 논평했다.

외교에 '공짜'는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한국이 호주에 값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여기에서 나온다. 

호주에서 이 대사 임명 규탄 집회를 주최하고 있는 시드니 촛불행동도 한국이 호주에 대해 큰 결례를 저질렀다는 입장이다.

이 대사가 국방장관 시절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와 대동소이한 해상자위대 자위함기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던 이력도 그가 할 외교에 의문부호를 부치게 한다.

시드니 촛불행동은 이 대사가 장관 재직 때 독도와 관련한 일본의 도발과 위안부에 대한 역사 왜곡에 침묵했다고 성토하고 있다.

6개 한인단체 "이 대사 부임 환영"
시드니 한인회, '분열적 공방' 중단 촉구

호주 교민 사회에 이 대사 임명에 대한 비판적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6개 재호 한인단체는 "이종섭 호주 대사 부임에 대한 호주애국단체 환영 성명서"를 19일 발표했다.

국제자유주권총연대 호주 협의회, 조국사랑 독도사랑 호주연합회, 서울대 동창회 태극기, 시드니 이승만 학당, 세계 한인 교민청 호주 시드니 지회, 코리아 가든 문화재단 등이다.

이들은 "국방 안보로 돈독해진 호한 관계 하에서의 방위 산업과 외교의 큰 틀을 감안할 때, 윤석열 정부가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특별 대사로 임명한 것은 매우 시기 적절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시드니 한인회는 호주 하모니 데이를 맞아 이 대사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에 우려를 표한다는 긴급 호소문을 21일 발표했다.

시드니 한인회는 "‘최극소수’를 제외한 9만9천900명이 넘는 절대 다수 교민은 이종섭 대사의 부임에 철저한 중립을 지키고 있다"며 작금의 정치적 공방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찬반 의사를 표명하는 "일부 교민"의 활동을 존중한다면서도, 이것이 한인사회 내부에 불필요한 갈등과 분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섭 규탄 결의문을 낭독하는 시드니 촛불행동(사진:시드니 촛불행동)
이종섭 규탄 결의문을 낭독하는 시드니 촛불행동(사진:시드니 촛불행동)

촛불행동 "한인회, 동포사회 호도하면 안 돼"

이에 대해 시드니 촛불행동은 시드니 한인회의 긴급 호소문이 "균형을 잃었다"고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다. 

이 단체는 대부분의 교민이 이번 사태에 중립적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면서 "시드니 한인회는 귀틀막 단체인가"라고 반문했다. 

촛불행동은 "한인회는 이러한 상식과 사실에 어긋나는 정치적 성향이 강한 글로 동포사회를 호도하거나 분열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호주 교민 대다수가 이 대사 임명을 비판적 시각에서 보고 있음을 시사하는 조사 결과는 있다. 

한호일보가 약 58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에서 교민 응답자(537명) 10명 중 9명(93%)은 윤 정부의 결정을 채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을 덮기 위한 도피로 이해했다. 

이 대사의 부임이 한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는 전체의 86.8%, 적절하지 않은 인사였다고 보는 응답자는 87.9%로 집계됐다. 

이 대사 반대 시위에 대해서도 84.7%는 '교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행동'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시드니 한인회는 "통계에 근거한 수치가 아닌 자의적 표현"으로 야기된 논란에 유감의 뜻을 톱디지털을 통해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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