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두 용(참사랑은혜교회 담임목사)]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약칭 ICC )는 지난 월요일 (6월 27일) 리비아의 지도자 가다피와 사실상의 수상격인 차남 ‘세이프’, 그리고 가다피의 처남인 정보부장 ‘압둘라’ 이렇게 세 사람에게 비무장 민간인 시위대에 발포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하였다.
이 사실은 국제사회가 가다피 일가의 범죄성에 공감한다는 뜻이겠지만 실제로는 군대나 경찰력이 없는 ICC가 어떻게 영장집행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가다피의 차남 세이프는 비엔나에서 석사학위를, 영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개혁주의자로 민주세력과 서방측의 기대를 모았던 인물이었지만 사태가 이렇게 되니까 가다피 체제를 사수하는 쪽으로 급선회해서 2월 이후에는 시민군의 학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그를 기대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부친에게 충성하고 가족과 운명을 같이 하기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아들로써의 고뇌도 짐작이 가는 일이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민주시민을 학살한 범죄자로 국제사회에서 낙인이 찍히게 되었다.
지금은 가다피 일가가? 법정에 자발적으로 출두할 리도 없고 ICC가 경찰을 파견해서 체포할 수도 없지만 국제사회가 그들의 만행을 공식적으로 정죄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는 심대한 것이다.
ICC를 인정하는 가맹국은 116개 국가이다.
가맹국들은 조약에 따라 ICC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람이 입국하면 체포하여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로 이첩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ICC는 2009년 수단의 오마르 대통령에게도 학살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적이 있지만 그는? 아직도 권좌에 있으며 불과 며칠 전에는 중국을 방문하는 등 ICC 가맹국이 아니라면 해외여행도 비교적 자유롭게 하고 있는 것 같다.
ICC는 지난? 2002년 수십억 달러의 유엔 예산을 들여 네덜란드 헤이그에 멋진 본부건물을 짖고 활동을 개시했지만? 재판 진행 중 사망한 세르비아의 ‘밀로세비치’를 재판한 것 이외에 이렇다 할 실적은 없다.
?리비아는 물론 ICC 가맹국이 아니다.
법무장관 ‘알카무디’ 는 즉각 논평을 통해서 “ICC는 제3세계 지도자들을 박해하기 위한 서방세계의 도구일 뿐” 이라며 그 의미를 폄하했다.
그러나 벌써 100일째 공습을 가하고 있는 NATO군이 이제부터는 가다피를 직접 겨냥한 공격도 가능 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서방의 인권단체를 대표하는 ‘리처드 디커’는 이 체포영장이 리비아 사태 해결에 오히려 장애가 되지 않을까 염려한다.
그에 의하면 미국이 ICC 가맹국이 아니기 때문에 만약 가다피가 미국으로 망명을 원한다면 가다피를 체포해야 할 의무가 없는 미국으로서는 협상을 통해 슬그머니 그를 받아들여 뉴욕이나 워싱턴에 버젓이 살게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June 27 TIME)전문가다운 지적이다.
사태를 빨리 종결시키고 싶어 하는 오바마 행정부가 가다피 일가가 숨겨둔 재산을 미국으로 들여온다면 아마도 그의 망명을 허용할지도 모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란의 팔레비 왕이 재산을 가지고 미국으로 망명해서 그 자녀들이 미국 시민이 되어 지금도 잘 살고 있는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가다피 일가의 물밑 협상설이 그래서 나온 것 같다.
? 미국은 이럴 때 운신을 자유롭게 할 목적으로 ICC에 가맹조차 않고 있다.
그래서 가다피가 선택만 한다면 그가 갈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짐바브웨, 앙고라, 북한, 중국 등 얼마든지 있다.
가다피는 돈이 있으니까 북한 같은 곳에 가서 썰렁하게 살기 보다는 아마도 그 자녀들은 미국을 선호할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발전하기 전에 하루 빨리 민주 시민군이 승리해서 가다피 일가를 헤이그 법정에 세워야 그나마 최소한의 정의가 실현되는 것인데 불행히도 국제사회에서는 반드시 정의가 승리한다는 법칙이 없다.
그런 법칙이 있었다면 일본은 벌써 망했을 것이다.
ICC 총재는 한국인으로 전 고려대 교수 송상현 박사이다.
전 세계의 기라성 같은 국제법 학자들이 모여 재판부를 구성하고 있는데 그 수장이 한국인인 것은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인 인 것 못지않게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국인들은 모발폰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녀시대처럼 가무에 능하고 장금이처럼 요리에도 능하고 학문적으로는 이렇게 세계를 리드할 만한 학자들이 있어서 요즘에는 우리가 이민자로 나그네 인생을 살고 있지만 이런 것들을 생각할 때마다 조국이 자랑스럽다.
개인적으로 송상현 박사는 필자의 은사이기도 해서 특별한 감회를 느낀다.
정의로운 국제사회를 건설하기 위하여 유엔은 2차 대전 이후 오랜 논란 끝에 2002년 드디어 헤이그에 국제 사법재판소를 개설하고 활동을 시작했지만 아직은 가맹국이 적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퍼 파워라 할 미국과 중국이 가입해 주어야 ICC가 권위 있는 기구가 될 터인데 이 두 나라는 제 힘만 믿고 도무지 협조를 안한다.
이런 어려운 국제상황 속에서 이렇게 중요한 활동과 기구를 총 지휘하는 송상현 박사와 20여국에서 파견된 재판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ICC가 지금은 유명무실해 보일지 모르지만 차차는 가맹국가들이 늘어나서 명실 공히 국제사회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힘이 있는 국제기구’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