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먼저 시각으로 와인을 평가한다 
와인 시음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절차가 눈으로 와인을 살펴보는 것이다. 좋은 와인은 맑고 불순물이 없는 깨끗한 와인이다. 좀 더 와인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선 시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물체의 상이 눈 뒤쪽에 있는 망막에 맺히게 된다. 이 망막의 역할은 빛을 감지하고 그것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처리된 정보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뇌로 보내진다. 그리고 뇌는 이런 정보를 저장하였다가 정보를 다시 꺼내 쓸 수 있게 한다. 시각은 맛을 보기도 전에 선입견을 만듦으로써 와인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화이트와인(White wine)에 로제(Rose), 소테른(Sauterne), 셰리(Sherry), 버건디(Burgundy), 클라렛(Claret) 와인과 같은 식용 색소를 달리해 첨가했더니 같은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당도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나 자신도 아주 진한 색깔의 Red wine을 보면 그 와인의 맛이 걸쭉하고 진할 것 같고 약간 엷은 색의 붉은 색을 띤 Red wine을 보면 맛이 가벼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와인 평가에서 이런 선입견은 매우 위험하다.  그래서 코비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다양한 사람들이 보는 것만큼 거기엔 수많은 세상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우리 자신의 방법으로 세상을 본다.“ Making sense of wine tasting의 저자인 엘런 영 박사에 의하면 와인 평가에서 평가자들은 깨끗하고, 윤이 나며 별빛이 반사되리만큼 광택이 나는 와인이 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2. 후각으로 와인을 평가한다 
냄새를 맡기 위해 숨을 들이쉬면 향이 여러 단계를 거쳐 뇌에 전해진다. 후각 역시 똑같은 냄새라도 사람의 문화적 종교적 인종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김치 냄새를 싫어하던 외국인도 이 냄새와 오래 접촉하다 보면 좋아하게 된다. 무엇이든 처음에는 생소하고 거부감을 느끼게 되지만 자꾸 접촉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좋아지게 된다. 와인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드라이 레드와인(dry red wine)을 마시면 맛이 시큼털털한 것이 쓴맛도 나고 떫기도 하므로 얼굴을 찌푸리게 되지만 자꾸 마시다 보면 익숙해진다. 사람에 따라 향에 대한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감각기관을 이용한 와인 평가는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하여 엘런 영 박사도 “친밀해진 것을 우리들은 제일로 좋아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후각엔 더욱더 어려운 문제가 있다. 냄새를 맡고 이 냄새가 무슨 냄새인지 알아내고 이름을 붙이는 것이 몹시 어렵다. 우리가 요리 냄새를 맡았을 때 그것에 이름을 붙이기보다는 그냥 맛있는 냄새가 난다고 말해 버리는 때가 많이 있다. 그의 이유를 엘런 영 박사는 “인간은 냄새를 기억하기가 어렵고 또한 기억한 냄새에 이름을 붙이는 일이 매우 어렵다. 이것은 우리의 감각기관 중에서 후각이 가장 발달하지 못한 원시적인 감각기관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와인 평가에서 후각은 매우 중요하다. 후각을 통해서 와인의 변질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와인에는 많은 향이 섞여 있기 때문에 그중에서 각각의 향 이름을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곰팡내나 썩는 냄새에 둔감한 사람은 와인이 미세하게 변질하였을 지라도 이를 알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인간은 하루 중 신체의 리듬에 따라서도 냄새를 맡는 기능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아침엔 에너지가 충만해져 있고 신체가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냄새에 예민해질 수 있지만 오후가 되면 피로해지고 이에 따라 냄새에도 둔감해지므로 아침에 맡을 수 있었던 냄새도 잘 맡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하루의 시간대는 질감과 향을 인식할 수 있는 인지 능력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고 엘런 영 박사는 말한다. 미세하지만 와인 잔의 모양에 따라 감지되는 향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 테네시 대학의 카리 러셀(Kari Russell)의 실험에 의하면 와인 잔의 모양에 따라 와인 향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 미각과 촉감으로 와인을 평가한다 
음식을 먹으면 혀에 있는 맛 돌기가 이의 화학성분을 처리하여 뇌로 보낸다. 그리고 뇌에선 맛을 인식하게 된다. 뇌에서 구별해 낼 수 있는 맛은 짠맛, 단맛, 신맛, 쓴맛, 우마미(Umami)의 다섯 가지이다. 우리는 이 다섯 가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혀의 특정 부위에 있다고 배웠으나 그것은 잘못된 지식이다. 웨스턴 시드니 대학교 제프리 스커리 교수는 “맛은 맛 돌기가 있는 혀의 모든 부분에서 감지된다.”고 말한다. 이것이 맞는지 실험을 해 본적이 있다. 사탕을 입의 뒷부분에 넣고 빨아 먹어보았더니 혀의 뒷부분과 옆 부분을 통해서도 단맛이 느껴졌다. 단맛은 혀끝에서 느낄 수 있다고 배웠는데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맛을 감지할 수 있는 맛 돌기는 하루에 3,000-5,000개씩 새로운 것으로 교체되어 1주일 정도면 모든 맛 돌기가 새로운 것으로 교체되기 때문에 우리가 뜨거운 음식을 먹다가 혀를 데어도 새롭게 돋아난 맛 돌기 때문에 미각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맛 또한 사람의 문화적, 인종적, 종교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온도 또한 맛에 영향을 미친다. 와인이 차가웠을 때와 상온이었을 때의 맛은 아주 다르다. 미각적 평가는 와인의 밸런스가 잘 맞는지, 와인이 부패 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아무리 명성이 있는 와인도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결국 좋은 와인이란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이므로 다른 사람의 의견에 너무 신경 쓸 일이 아니다. 

4. 와인 맛 표현하기
감각기관을 이용해 와인을 평가했더라도 이것을 표현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맛이나 느낌을 언어로 표현하기란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 와인의 평가를 표현할 때는 향과 느낌을 말하는데 정확한 어휘를 찾아내기가 매우 힘들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의 이유는 향과 맛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와인은 우리에게 익숙한 술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와인에 관한 어휘가 발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와인의 느낌을 표현하는데 많은 제한이 있다. 

와인의 맛을 표현할 때 반드시 과일이라든가 꽃식물의 이름을 빌려 표현할 필요는 없다. 향이 있는 사물이면 무엇이든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다. 보통 한국인들은 와인 맛을 본 후에 ‘좋다’ ‘부드럽다‘ ’순하다’ 달다 떫다, 쓰다 등의 맛을 주로 표현한다. 이런 두루뭉술한 표현 방법은 정확하고 특정적인 표현을 선호하는 서양식하고는 조금 차이가 있다. 이런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나 될 수 있으면 세계의 사람들이 공통으로 알아들을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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