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는 프랑스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에 비해 기름진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하지만 심장병 발병률은 미국인보다 낮은데 이의 이유가 레드 와인을 많이 마시기 때문이란 역설적 주장이다. 이에 대한 연구 결과가 1991년 11월 17일 미국 CBS TV 60 minutes에 소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프로그램에서 과학자들은 와인 특히 레드 와인이 혈관 내벽을 씻어내는 효과가 있다는 인터뷰를 했다. 이 방송이 나간 후 세계 유수의 신문들이 이 기사를 퍼 나르기 시작하였고 미국에선 레드 와인 열풍이 불어 주류 가게에 레드 와인이 동이 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13년 현재 전 세계에서 레드 와인을 가장 많이 마시는 국가는 프랑스가 아니고 중국이다. 학계에서도 프렌치 패러독스 방송 이후 와인과 건강에 관한 논문이 무려 3천 건이 넘게 쏟아져 나왔고 필자도 와인과 건강에 관한 4편의 논문을 국제 저널에 발표했다. 초창기는 이의 연구가 심장병에 치중되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의 다른 부위에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었다. 

항산화 작용 실험 그래프

와인과 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주량이다. J-shaped curve라는 것이 있는데  도표에서 보듯이 J형태의 그래프를 뜻한다. 이 그래프에서 수평축은 하루에 마시는 알코올의 표준 잔 수를 뜻하고 수직축은 사망 위험도를 가리킨다. 이 그래프를 간추려 설명하면 하루에 적당량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사람이 알코올을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보다 사망 위험률이 낮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사망 위험률이 가장 낮은 지점의 알코올양은 얼마나 될까? 이 지점이 바로 하루에 여자는 와인 한 잔 남자는 두잔 정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와인 한잔이라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큰 와인 잔도 있고 작은 와인 잔도 있으니 기준이 애매모호할 수 있다. 여기서 표준 와인 한잔이란 의미는 와인 한 잔에 들어 있는 순수한 알코올양을 기준으로 하는데  대부분의 나라는 알코올 한 잔은 순수 알코올 10g 정도이고 국가에 따라 이의 양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알코올 표준 잔 계산 방식은: 알코올양(리터) x 알코올 % x 0.789(알코올 비중). 표준 잔을 계산해 보자. 알코올 농도가 13%인 750mL 와인의 표준 잔은 다음과 같다. 0.75 x 13 x 0.789=7.69 이 한병의 와인에는 7.69 표준 잔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750mL 한 병의 와인 양을 1표준 잔인 7.69로 나누면 97.53mL이 된다. 이 와인의 1 표준 잔은 약 100mL이다.   

약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Paracelsus는 와인은 섭취하는 양에 따라 약도 될 수 있고 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와인을 약으로 마시고 싶은 사람들은 남성일 경우 지금부터 하루에 100mL 정도의 와인 두 잔 이하로 여성일 경우 하루에 한 잔 정도로 마셔야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이상은 Paracelsus의 주장대로 독을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는 와인뿐만 아니라 어느 주류라도 마찬가지이다. 알코올 농도 16%인 750mL 와인의 경우에도 80mL 두잔 이상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상기하여야 한다. 유엔 보건기구 산하 국제 암 연구소는 알코올을 1급 발암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호주에서 발암 물질로 떠들썩하였던 석면과 세제나 윤활유, 고무, 표백제,  농약 등에 쓰이는 벤젠이 알코올과 함께 발암물질 1급에 속해 있다.

와인은 왜 건강에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는가? 와인에 들어 있는 건강 증진 물질은 무엇인가? 와인에는 폴리페놀(Polyphenols)이라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물질이 많이 들어있고 이 물질이 건강을 증진 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페놀은 복합 물질로써 여러 성분이 복합적으로 들어있다. 폴리페놀은 항산화 작용, 항암, 항 골관절, 소염작용 등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하며 식물에서는 병충해를 방어하고 자외선으로부터 피해를 막아주며 싹이 틀 때까지 씨앗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폴리페놀을 분석해 보면 페놀릭 산, 플라보노이드, 탄닌, 쿠마린스(Coumarins), 스틸빈스 (stilbenes) 성분 등으로 구성되어있고 이 성분을 더욱 세분화하여 분석하면 그 속에는 더 많은 성분으로 나뉜다. 포도에서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주요 성분으로는 카테킨 (Catechin), 쿼세틴(Qercetin) 등 플라보노이드 계통의 성분이 있고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같은 스틸빈 계통의 성분이 있다. 지금까지 식물에는 약 8천 가지의 폴리페놀 성분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더 많은 물질이 발견되리라 본다. 포도에는 약 2000여 가지의 폴리페놀 성분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출처: PinotFile

폴리페놀 성분은 와인에 많이 들어있고 색깔을 내는 안토시아닌 또한 폴리페놀 성분 중의 하나이다. 폴리페놀 성분은 맛에도 영향을 미치며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와인을 오랫동안 숙성시킬 수 있다. 폴리페놀 성분은 포도를 터트리고 와인을 만드는 발효 과정에서 우러나는데 이는 포도의 품종, 와인 만드는 방법, 포도밭 위치, 토양, 포도나무 관리, 기후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달라진다. 레드 와인은 껍질과 함께 발효시키기 때문에 화이트 와인보다 폴리페놀 성분이 약 6배 정도 더 많이 들어있다. 

과학자들은 인체의 신진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프리래디칼(Free Radicals)이 세포를 공격하여 노화 현상이 일어나고 이와 더불어 여러 가지 만성 질환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폴리페놀 성분은 프리래디칼을 중화 시켜 세포를 보호함으로써 각종 질병 등 노화 예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의 성분 중에서 집중적으로 연구되었고 이의 메커니즘이 밝혀진 폴리페놀 성분 중의 하나인 카테킨, 쿼세틴, 레스베라트롤 성분에 관하여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  

카테킨(Catechin)은 폴리페놀 성분 중에서 플라보노이드 계통의 성분으로 채소, 과일, 와인 등에 많이 들어있다. 와인에 들어 있다기보다는 포도에 들어있던 성분이 와인에 녹아든 것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카테킨은 항염증, 내장 질환, 항산화, 면역력 항상, 장 박테리아 안정화 등 여러 작용을 통해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쿼세틴은 플라보노이드 계통의 폴리페놀 성분이며 사과, 양파, 차, 브로콜리, 와인 등에 많이 들어있다. 쿼세틴은 비타민C나 E, 카로티노이드(Carotinoids) 등 다른 물질과 협력하여 세포를 보호하는 항산화 작용을 하며 항염증, 항암, 알레르기 호전, 심장병 위험 감소, 혈압 조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스베라트롤은 스틸빈(Stilbenes) 계통의 폴리페놀 성분이다. 카테킨이나 쿼세틴과 같은 플라보노이드 계통의 물질은 쓰거나 떫어 맛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레스베라트롤은 특정한 맛을 가지고 있지 않다. 연구에 의하면 레스베라트롤은 항산화, 항암, 항염증, 심장병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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