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슨 총리 사과 후 대책 발표.. “사후약방문” 비난  
레이놀즈 장관 전 비서 ‘동료 성폭행’ 폭로 파문 확산

심각한 표정의 스코모. 스콧 모리슨 총리가 16일 의사당 여성보호 대책 강구를 발표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가 2년 전 의회 의사당에서 벌어진 전 자유당 여성 보좌관의 성폭행 의혹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던 사실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의사당 내 직장 문화를 재검토하겠다고 16일 밝혔다.

그러나 이 발표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일을 그르친 후에 잘못을 고치려는 시도 의미)’이며 졸속 대응책이란 지적과 함께 이런 사건을 처리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이 지금까지 없었다는 점에서 비난이 커지고 있다.

 전 자유당 당직자(장관실 비서)였던 브리트니 히긴스(Brittany Higgins)는 2019년 3월 의사당내 린다 레이놀즈 국방산업장관실에서 동료 남성(보좌관)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고 이번 주 폭로했다.

모리슨 총리는 16일  정치권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한 두 가지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직원 보호를 위한 기준을 개선하고 여성에 대한 처우를 둘러싼 문화적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노트르담대학 부총장을 역임한 셀리아 해먼드(Celia Hammond)  하원의원을 책임자로 지명됐다.

총리 내각실(Department of Prime Minister and Cabinet)의 스테파니 포스터(Stephanie Foster) 차관보는 여성들이 당과 거리를 두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외부 불만 처리 절차를 수립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히긴스는 “모든 사람들이 성폭행을 신고해도 직장을 잃을 걱정 없이 안전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각료들의 직무 현장을 관리하는 법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직원들이 안전하게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독립적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년 전 히긴스는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 또 자유당의 평판을 지키려고 성폭행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상급자(장관 지칭)가 벌어진 문제에 대해 듣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히긴스는 최근 심경 변화로 당시 사건을 폭로하고 나섰다. 

린다 레이놀즈 국방장관이 16일 의회(상원)에서 2년 전 성폭행 의혹에 대해 피해자 브리트니 히긴스 전 비서에게 뒤늦게 사과했다

의사당 안에서 벌어진 성폭행 의혹과 정부가 이 사안을 처리한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히긴스는 사건 며칠 후 성적 피해를 당했던 장소(장관 집무실)에서 레이놀즈 장관과 이 문제로 면담을 해야 했다. 현 국방장관인 레이놀즈 상원의원은 15일 “당시에는 그 사실을 몰랐고 알았다면 다른 장소에서 만났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꺼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레이놀즈 장관이 총리에게도 이 문제를 보고하지 않은 점이다. 레이놀즈 상원의원은 총리 사과 후 2년만에 히긴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16일 모리슨 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 사과한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피해자를 지원하려 했던 많은 사람들의 진정한 선의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 결국 그녀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그것은 괜찮지 않다"라고 문제를 인정했다. 또 레이놀즈 장관이 총리에게 보고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2년 전 장관 보좌관 시절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브리트니 히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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