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신문에 철거하던 5층짜리 건물이 갑자기 무너져 길거리에 정차한 버스를 덮쳐 9명이나 숨지고 점차 사상자가 늘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실렸다. 공유한 사진과 동영상을 보니 찰나에 평시처럼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 금방 지나간 소형차와 버스들도 보인다. 다행히 눈 앞에 일어나는 것을 갑자기 목도하게 된 차가 급하게 정지하고 이 장면은 아마도 뒤에 정지한 차의 블랙박스나 먼 발치서 바라볼 수 있었던 거리에 있던 사람에 의해 촬영됐을 것이다. 

건물의 콘크리트와 철제 골조가 거리를 온통 뒤덮고 자신의 차에 벽돌 파편이 튀어 차가 찌그러질 것을 염려 하거나 먼지를 뒤집어 쓰고 세차를 걱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불과 1-2초 사이에 생사가 결정되는 생존의 현장이 담겨 있다. 큰 아들의 생일에 맛있는 걸 해주려는 60세 어머니의 마음과 상관없이 장을 본 비닐백은 내동댕이 쳐지고 저녁을 기대하던 가족은 절망의 부고 소식을 들어야 했을 것이다.   

얼마 전엔 이탈리아의 휴양지에서 1491m 높이의 높은 산을 가로 지르는 상공에서 케일블카가 떨어져 12명이 사망했고 함께 탄 나머지 3명도 중상을 입었다. 할아버지와 모처럼 즐거운 여행을 즐기려던 한 가족의 꿈이 산산조각난 이 사고는 견인 밧줄이 끊어져 일어난 사고였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북부에 프라이 슈타트의 병원에서는 왼쪽 다리를 잘라내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실수로 오른 쪽 다리를 잘라서 결국 양쪽 다리를 다 잃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회생자인 80대 노인과 가족에겐 황망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미국에서는 2017년 사형이 집행된 레딜 리(사망 당시 51세)가 이웃 여성을 살해한 유죄 판결이 잘못됐다는 다른 범인의 DNA 가 발견 되는 일이 생겼다. 결국 실수로 무고한 사람이 사형을 당하고 소중한 생명이 대가 없는 죽음을 맞이 하였다. 억울한 누명을 썼지만 밝은 세상에 나가 잘 살아보려던 소망 대신, 가족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무죄의 항변에도 무시와 거짓으로 간주된 그의 인생의 좌절과 절망은 우리가 쉽게 헤아릴 수 없다. 

철학자이며 문학가인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인생에 대해서 “나는 내가 알지도 못하고 더 이상 갈 수도 없는 여기 이곳에 있다. 우리의 배에는 키가 없다. 이 배는 훨씬 먼 죽음의 세계를 향해 부는 바람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애를 쓰고 살지만 우리는 재앙과 사고 앞에 무능하다.  

음악가이며 화가, 문인인 쇤베르크도, 우리의 인생은 “펄펄 끓는 물로 가득한 대양에 빠졌는데 헤엄도 칠 줄 모르는 형국이다. 나는 최대한 팔과 다리를 휘저어 헤엄을 치려했다. 결단코 단념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과연 대양 한 복판에서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살아남기 위해 그저  발버둥 칠 수 밖에 없는 한 인간의 절박함을 표현했다. 

인생은 우리의 기대와 달리 황당한 재앙과 스스로 만든 사고를 맞닥뜨리며 살고 또 생존을 꿈꾼다. 전 세계가 함께 겪는 코로나 팬데믹이 이미 그 명백한 증거이다. 며칠 전 지인들로부터 들은 정보로 백신을 맞았다. 여행 길이 열리면 냉큼 가려는 속셈으로 서두른 셈이다. 
접종을 위해 줄을 늘어선 많은 사람들로 나와 비슷한 소망을 가졌을 것이다. 제법 추운 날인데도 반바지에 반팔을 입은 엉덩이가 반쯤은 드러난 어느 아저씨의 마스크 쓴 모습에도, 팔에 장미와 남녀 모습을 퍼렇게 그린 문신을 한 높은 구두를 신은 여성도, 내 또래의 부부도 젊은 청년들도, 생존과 인생의 소박한 즐거움을 기대하며 한 줄에 서 있다. 

비록 모습도 다르고 생각도 문화와 종교도 다를 수 있지만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측은함과 느닷없는 동지애가 마음에 와 닿는다.  

사고와 재앙이 닥치면 우리는 평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비로소 깨닫는다. 크고 작은 염려와 근심이 우리의 삶에 늘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지만 생존 앞에 우리는 오히려 감사를 배운다. 실수와 사고로 뒤범벅이 된 인생 속에서도 우리는 다시 희망을 꿈꾼다. 어느 선견자의 말처럼, ‘인생의 불건전한 욕구로 인해 행동까지 불건전한 것은 아니다. 욕정을 가진 부부의 관계로 태어난 아이가 나쁜아이가 아니며, 나쁜 부모가 아닌 것 처럼 말이다.’ 

재앙과 사고의 바닷 속에서도, 육체를 덧입은 가련한 인생은 거룩과 쾌락을 동시에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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