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인하대생이 성폭행 후 3층 건물에서 떨어져 숨지고 피의자로 같은 학교의 남학생이 구속되는 일이 미디어에 크게 보도돼 충격을 주었다. 그들은 같은 과목을 듣는 동급생이라고 한다. 나이도 이제 갓 20살이다. 이들이 연인 관계였는지, 술을 마시고 충동적으로 이런 사건이 일어난건지, 평소에 어떤 사람들인지, 아직 사건의 전모가 확인되지 않아 자초지종을 다 알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인생을 막 시작하려는 앳된 여학생의 생명이 사라지고, 푸른 미래를 꿈꾸던 한 청년의 인생도 경찰에 구속이 되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접어들게 되었다는 것은 거의 자명한 사실이 되었다. 

늘 그렇듯 미디어는 한 쪽의 악한 것이 명백해져서 독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려 하고 독자들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흑백 논리의 기미가 보이면 더욱 흥분하는 군중의 심리가 되어 한 쪽을 죄인으로 몰아 세우는 특종으로의 주가를 올릴 수 있는 묘한 인과 관계로 서로 기능한다. 

하지만, 그러기엔 이제 겨우 20살이 된 이들의 부모와 가족들에게는 사건의 진실이 어디에 있든 지, 안타깝고 슬픔만이 마음에 가득 할 듯하다. 애지중지 키운 딸을 하룻저녁 잃어버린 엄마 아빠에게도, 구속된 아들을 면회하는 부모에게도 자식의 이 사건이 사실이 아니었으면, 그저 악몽을 꾼 것처럼 다시 그저 어제처럼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 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되뇌어 봤을 법하다. 

아마도 난생 처음 들어가 본 철창에 갇혀, 술을 마시고 일어났던 일들을 후회하며 밤새 몸부림치며 새벽을 맞게 되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영화로 큰 인기를 끈 ‘보헤미안 랩소디’를 생각나게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록밴드 그룹 퀸(The Queen)의 리드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그는 큰 인기와 돈과 명예를 얻었지만 술과 마약과 동성애로 치닫는 쾌락과 타락한 삶을 살다 젊은 나이에 신의 저주의 병이라고 불린 에이즈로 죽고 말았다. 

그의 인생의 끝 무렵에 작곡한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엔 그가 얼마나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고 안타까워 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엄마, 방금 한 남자를 죽였어요 그의 머리를 향해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어요.. 그는 죽어 버렸어요! 엄마, 인생이 이제 막 시작됐는데 하지만 지금 내가 그 모든 것을 날려 버렸어요.. 아아.. 엄마, 당신을 울리고 싶었던 게 아니었는데 내가 내일 이 시간에 이 곳으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계속 살아가셔야 해요.. 잘 살아 가세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제 너무 늦었어요..내 차례가 와버렸는걸요.. 등골이 오싹해 몸이 계속해서 아파와.. 안녕 모두들, 난 가야만 해요 당신과 모든 것을 뒤로 남겨두고 진실과 마주해야 해요 엄마, 아, 죽고 싶지 않아요..가끔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후회해요...” 

당대 최고 인기 팝송의 가사이지만 ‘죽고 싶지 않았던’ 그의 간절함과 인생을 지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 올 수 있기를 바라는 애절한 통한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팬들을 남기고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가끔 악몽을 꾸고 현실인 줄 알았다가 잠을 깨며 그것이 현실이 아닐 때 우리는 안도하게 된다. 마치 컴퓨터에 ‘삭제 키(Delete Key)’가 있어 잘못 쓴 것을 쉽게 지워 버릴 수 있듯 모든 인생은 그렇게 지우고 싶은, 오류와 시행착오와 수치의 흔적이 기억회로에 남아 있을 것이다.  

암울한 것만 같은, 세상을 향해 너그러운 신은 지우고 싶은 죄 많은 인생들을 위해 마치 꿈과 같은 ‘Delete Key’를 마련해 두셨다. 

“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로마서 8:1-2)” 

이번 주엔 전 국민의 우상과 같았던 김연아가 결혼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신랑은 명문 대학의 성악과를 나와 ‘포레스텔라’라는 인기 성악 그룹의 멤버 고우림이다. 팬들이 많은 부드럽고 좋은 성품의 노래 잘하는 인기남이다.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선남선녀의 결혼 소식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암담한 소식에 주저 앉은 뭇사람의 마음에도 생기가 돌게 한다. 

신이 죽음으로 대신한, 새 생명의 흔적이 흙으로 돌아가는 모든 죄 지은 인생의 일상에, 늘 남아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