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앤소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가 주택공급문제를 전국 내각 회의에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앤소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가 주택공급문제를 전국 내각 회의에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당 정부는 임대료 동결 없이는 호주미래주택기금(Housing Australia Future Fund) 법안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녹색당의 배수진을 어떻게 뚫어낼까.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의 풀이법은 '전국 내각 회의(national cabinet meeting)'에 있을 수도 있다.

알바니지 총리는 다음 주 수요일(16)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전국 내각 회의에서 각 주/준주 지도자들을 만난다. 이 회의의 최우선 과제는 "호주 전역에 주택 공급을 늘리고 주택구매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총리는 밝혔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는 '세입자 권리 강화'를 위한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주제는 녹색당이 노동당과 주택 법안을 놓고 협상하면서 요구했던 것 중 하나다. 노동당은 연방정부가 임대 시장에 전면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녹색당의 접근법을 거절하고 있다. 그보다는 /준주 정부 차원에서 세입자 보호 문제와 주택 공급 및 비용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것이 노동당의 셈법으로 보인다.

호주미래주택기금 법안은 6월 의회에서 자유-국민 연립과 녹색당의 반대로 입법화에 한 차례 실패했다. 이 일로 녹색당의 도움 없이는 노동당이 자력으로 상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회기에서 노동당은 '법안 재도입' 카드를 들고나와 '양원 해산'과 그에 따른 '조기 총선'을 수면 위로 등장시켜 녹색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상원에서 입김이 강한 녹색당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다.

두 당이 제시하는 주택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아니다. 공공 임대 주택 및 저렴한 주택 공급의 긴급성과 이를 위한 정부 투자의 필요성에 이견은 없다. 물론, 녹색당은 노동당이 계획한 100억 달러보다 더 많은 재정을 투자하여, 노동당이 약속한 5년간 3만 채보다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길 원한다.

조금 더 각이 세워지는 지점은 '세입자 보호' 쪽이다. 녹색당은 끝까지 정부 법안에 반대했던 6월부터 지금까지 2 임대료 동결과 전국 임대료 인상 상한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녹색당은 최근 임대료 동결에 관한 주장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녹색당이 의회 도서관(Parliamentary Library)에 의뢰한 분석에 따르면, 12개월 전에 전국적으로 임대료를 동결했다면 가구당 평균 1,427달러( 31억 달러)의 집세가 절약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호주중앙은행(RBA)의 예측에 근거해 앞으로 임대료가 10%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임대료 동결은 가구당 연평균 2,261달러(49억 달러)의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노동당 역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알바니지 총리는 화요일(8) 의회에서 녹색당의 전국 임대료 상한제 제안에 "우리는 이 나라에서 개인 주택을 국유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알바니지 총리의 원론적인 입장은 연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전체 시장에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각 주/준주 정부가 자체적으로 주택 공급 정책과 가격 규제에 나서는 것이다. 이전에 총리는 임대료 동결 문제를 논의하던 중에 해당 사안은 연방정부가 아니라 주정부의 책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 대신 연방정부는 임차인의 권리 불일치를 해소하는 조율사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태즈매니아주를 제외한 모든 주가 노동당이 집권하고 있다는 것은 현 노동당 정부가 가진 이점이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전국 내각 회의를 활용해 세입자 보호를 위한 '통일된 원칙'을 설정하는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료 문제가 생계비 압박에 워낙 직결한 문제라 주정부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크리스 민스(Chris Minns)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총리는 빅토리아주, 퀸즐랜드주, 태즈매니아주, 수도준주에 발맞춰 근거 없는 세입자 퇴거를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니엘 앤드류스 빅토리아 주총리는 추가적인 세입자 보호 조치를 예고했는데, 이 중에는 2년에 한 번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옵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에서 알바니지 총리는 주총리들이 최근 몇 달 동안 주택 문제와 관련한 회의에서 "건설적 대화를 나눴다" "다음 주에 우리는 진정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정말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주총리들이 모두 강조한 또 다른 사항은 호주미래주택기금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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