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연방 총리 안소니 알비지니, 뉴사우스웨일스주 총리 크리스 민스, 빅토리아 주 총리 다니엘 앤드류스 
왼쪽부터 연방 총리 안소니 알비지니, 뉴사우스웨일스주 총리 크리스 민스, 빅토리아 주 총리 다니엘 앤드류스 

지난 수요일 (16일) 브리즈번에서는 전국 내각 회의 (National Cabinet meeting)가 열렸다. 이번 회의는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다루겠다는 총리의 다짐이 있었기에 그 결과에 관심이 갔다.

연방정부와 주/준주 정부가 함께 도출한 주택 위기 타개책은 어찌 됐든 '공급'이다. 고금리와 인플레, 생계비 압력에 동반한 주택 부족과 임대료 급등, 그로 인한 주거 불안은 현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해법에 대한 정치권의 격론이 거세고, 당면한 위기에 대한 책임론은 정부와 총리를 향해 있다. 이번에 열린 전국 내각 회의는 이러한 압력 속에 열렸다. 그렇게 나온 주요 결론이 '더 많이 짓고, 더 빨리 짓자'다.

이날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와 주/준주 지도자들은 2024년 7월부터 5년 동안 120만 채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국가주택공급협정(National Housing Accord)'이 설정한 목표치 100만 채에서 20만 채를 더한 것이다.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알바니지 총리는 "모든 정부는 더 많은 호주인이 안전하고 저렴한 주택을 마련할 최선의 방법이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더해 연방정부는 100만채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주와 준주에 추가 주택당 15,000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30억 달러 규모의 신규주택보너스(New Home Bonus)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주/준주에 주택 공급을 촉진하고, 주택구매력을 높이기 위한 개혁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이 기금은 지난 6월에 연방정부가 발표한 20억 달러 정부임대주택촉진기금(Social Housing Accelerator)과는 별개로 운영된다. 

5억 달러의 주택공급지원프로그램(Housing Support Program)은 각 정부가 필수 서비스 및 편의시설 연결, 건축 계획 역량 구축 등에 자금을 대 입지 좋은 지역에 주택 공급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전국 내각이 동의한 '국가계획개혁청사진(National Planning Reform Blueprint)'에는 대중교통 연결, 편의시설과 일자리에 가까운 지역에 중밀도 및 고밀도 주택 건설 촉진, 승인 경로 간소화 등이 포함돼 있다.

주택 공급에 방점을 찍은 이번 정책 결정에 일단 건설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호주마스터빌더협회(Master Builders Australia・MBA)는 "우리 협회는 수요를 맞추려면 최소 20만 채의 주택을 건설해야 한다고 전망했었다"며 이번 대책에 박수를 보냈다. 커뮤니티주택산업협회(Community Housing Industry Association)도 내각의 발표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세입자 권리 방안: 임대료 인상 빈도 제한, 강제 퇴거 기준 강화 

녹색당 : 아무런 의미 없는 “현상 유지”

세입자 옹호 단체 “임대료 인상 빈도 제한 공허하다”

녹색당 주택 담당 대변인 맥스 챈들러-매더 의원 (사진: 녹색당 홈페이지)
녹색당 주택 담당 대변인 맥스 챈들러-매더 의원 (사진: 녹색당 홈페이지)

"세입자를 위한 더 나은 거래"라고 표현된 '세입자 권리 강화' 방안도 나왔다. 언론의 예상대로 연방정부의 직접 개입이 아닌 주/준주 정부가 정책에 반영할 원칙을 마련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주/준주 정부들은 임대인에게 퇴거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요구하고, 임대료 인상 빈도를 연 1회로 제한하며, 최소 임대료 기준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정할 것이다. 알바니지 총리는 "이러한 변화는 세입자의 거의 3분의 1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6개월마다 임대료 인상이 가능한 노던준주(NT)와 서호주주(WA)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이미 1년에 한 번만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 서호주주의 경우에는 12개월 인상제 전환이 예고된 상태다. 이번 발표에 임대료 동결과 임대료 상한제를 요구해 온 녹색당이 즉각적인 반발을 일으킨 지점이 여기다.

녹색당 주택 담당 대변인인 맥스 챈들러-매더(Max Chandler-Mather) 하원의원은 전국 내각이 시간만 잡아먹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현상 유지 발표"를 하면서 "세입자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한 것처럼 속임수(smoke-and-mirrors)를 부렸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오늘 노동당은 이 나라에서 거의 800만 명에 달하는 세입자의 얼굴에 침을 뱉었고, 사실상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대부분 세입자는 1년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천문학적인 (임대료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30억 달러의 추가 예산도 정부 임대 주택 및 저렴한 주택 신축에 직접 사용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세입자 옹호단체인 베터 렌팅(Better Renting)은 "임대료 인상 빈도를 제한하겠다는 약속은 공허하다"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세입자의 약 90%가 이미 12개월마다 임대료 인상을 겪고 있다"며 "진짜 문제는 빈도가 아니라 인상 규모"라고 주장했다. 임대료 인상에 제한이 없는데 빈도를 줄이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터 렌팅은 "수도준주(ACT) 모델을 기반으로 특정한 한계값을 초과하는 임대료 인상에 대해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바니즈 총리 “임대료 동결은 권한 없다”

상원 부결 가능성 높아져, 총리 의회 해산 카드 쓸까?

캔버라에 있는 상원 회의실 전경 (사진: shutterstock)
캔버라에 있는 상원 회의실 전경 (사진: shutterstock)

기자회견에서 알바니지 총리는 임대료 상한제 없이 임대료 인상 빈도만 제한하는 것이 세입자에게 충분할지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스위치를 눌러서 주/준주 전체에 걸친 8개의 법을 즉시 개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임대료 동결 문제에 대해서도 "관할권이 없다"며 해당 제도가 주택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알바니지 총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은 공급이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공급에 집중해 온 이유"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정부에 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라고 압박했다.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마이클 수카(Michael Sukkar) 야당 주택 담당 의원은 "새 주택 재고에 대한 투자가 보장되지 않고, 주택 공급을 늘리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으며, 시장 진입을 위해 애쓰는 첫 주택 구매자를 위한 대책도 없다"고 논평했다. 그는 "첫 집을 사거나, 집세를 내거나, 치솟는 주택담보대출 상환금을 감당하려고 고군분투하는 호주인이 다시 한번 이 정부에 의해 버려졌다"고 말했다.

맥스 챈들러-매더 의원은 수요일 발표에 실망하긴 했지만, 녹색당은 여전히 정부의 호주미래주택기금(Housing Australia Future Fund) 법안을 놓고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100억 달러 규모로 5년간 3만 채의 정부 임대 주택 및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이 법안은 2년의 임대료 동결과 전국 임대료 상한제를 원한 녹색당의 반대에 막혀 상원에서 표류 중이다. 6월에 한 차례 저지당해 최근 재도입된 이 법안이 10월에도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상・하원 해산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 야당은 처음부터 호주미래주택기금을 지지하지 않았다.

한호일보 이용규 기자 yklee@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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