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살갗에 내 살이 닿게 걷는 것을 ‘어싱(earthing)’이라 한다. 이렇게 접지할 때 땅 속 깊은 곳에서 뿜어내는 기운이 내 몸으로 옮겨오는 기분이다. 흙을 못 밟고 살아가는 일상에서 얻게 된 독소를 자연 속 기운과 맞바꾸는 느낌이랄까. 사년만에 방문하는 한국에서 고향을 온몸으로 느끼고 그 맛을 간직하고파 신발을 벗어들었다. 옛부터 어르신들이 ‘사람은 흙을 밟고 살아야 한다’라고 하는 그 말이 생각나서가 아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계절, 가을에 나는 그렇게 또 맨발로 땅을 만났다. 고개를 들면 하늘은 주황빛 풍경으로
일본은 알다시피 우리와 같이 영어 외래어를 많이 쓰는 나라다. 명치유신 이후 서구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런 외래어가 많지만 2차 대전 패망 전 극도의 사회 혼란 속에 굴러다니던 그런 말 가운데 지금도 기억나는 두 개가 ‘데마’와 ‘센덴 삐라’다. 전자는 영어 Demagogy에서 나온, 우리말로 하면 정치적 선동용 유언비어(流言蜚語)나 흑색선전, 요즘 쉽게 쓰이는 말로는 가짜 뉴스가 될 수도 있겠다. 후자의 센덴은 선전(宣傳)의 일본어 발음이고 삐라는 영어 Bill에서 유래한 것이다. Bill은 여러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우리 모두는 성공하는 삶을 살고 싶다. 하지만 삶에는 성공 보다는 실망과 좌절의 스토리가 더 많다.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판단한다는 논리로 시작된 ‘상대적 비교’는 스스로를 더욱 빈곤과 상심의 깊은 우울로 빠뜨리곤 한다. 오늘은 모세의 이야기에서 성공의 비결을 찾아 보려고 한다. 1. 실패하는 탈무드의 리더이집트에서 시작한 모세의 사명은 처음엔 성공적으로 보였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신뢰하지 않을 것을 두려워 했지만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적을 베풀게 했고 형 아론이 말이 어눌한 자신을 대신해 말하게 했다. 모세가 놀라운 이적을 행하
이 칼럼을 읽으시는 분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다가 호주로 이주해온 분들이실 텐데요. 그렇지 않고 호주에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가까운 가족들 중에 이주를 경험한 세대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대체로 본인의 정체성을 이주민으로 정의하고 있을 텐데요. 그래서 오늘 나눌 이야기가 우리에게 더 와닿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2004년 12월 4일 UN은 총회에서 매년 12월 18일을 세계 이주민의 날(International Migrants Day)로 지정하였습니다. 이는 국제화(Globalisation)
이제 달력이 한 장만 남았다. 사라진 11개의 세월속에서 난 블루 마운틴에서 무엇을 느끼면서 지내왔던가? 연말 정산의 결과는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오는 과정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언행과 생각이 옳을 것이라는 관념에 사로 잡혀 있다. 그로 인해서 많은 불편과 고통이 수반된다. 그러나 우린 좀처럼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중심은 크게 4부류로 나눠진다. 자기 견해에 대한 주장(我見), 상대보다는 내가 더 우월하다는 아만(我慢), 자신을 더 사랑하는 집착(我愛), 자신의 실상을 알지
2021년 7월 호주 연방법원은 인공지능 (AI)도 호주 특허의 발명자가 될 수 있다는 획기적인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한호일보 2021년 9월 기사 참조). 이에 호주 특허청은 곧바로 Full Court of the Federal Court of Australia 에 항소를 하였고, 2022년 4월, 재판부는 1심의 결정을 만장일치로 뒤집고 인공지능의 발명자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항소 배경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한 연방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한 호주 특허청은 1심 단독 재판부인 비치 판사가 특허법 제 1
지난주 “할 말을 하세요”가 주제인 글을 썼었다. 독자들의 기억에서 멀어지기 전에 여적(餘滴)으로 덧붙이고 싶은 게 있어 쓴다.민주주의는 민의에 따르는 정치라면 민의는 몇 년 만에 오는 선거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 자주 표출되어 잘 수렴될수록 좋을 것이다.순식간에 거의 160명의 젊은 생명을 앗아 간 이태원 참사는 참 어이없는 사고였다. “이 대참사와 민주정치와의 관계를 논하라”는 시험 문제가 나왔다고 하자. 모두 뜬금없고 웃기는 발상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태원 시비그러나 나는 다르다. 사고 뒤 땅을 치며 통곡하거나 못다핀 생명들을
암을 비롯한 갖가지 질병이나 여러 사고 등은 예고없이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가족이 우선인 삶을 살다 보니 자신의 행복과 건강은 늘 뒷전이던 이민자들에게 이런 어려운 일을 당하면 어디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언어 문제까지 겹쳐 이민 생활은 더욱 고단해진다. 본 칼럼에서는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자원 봉사자를 포함, 사랑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더 나아가 본 칼럼은 호주에서 살아가는데 있어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이민자들의 호주 사회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아 양양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배낭 하나 방에 던져 놓고 바다를 찾는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바위들이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작은 백사장이다. 백사장 건너편에 있는 방파제에 사람들이 걷고 있다. 대어를 꿈꾸며 세월을 낚는 사람들도 보인다. 나도 관광객과 하나 되어 방파제를 걸어본다. 동해의 신선한 바람을 온몸으로 들이마신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가을의 수평선이 아름답다. 호주에서와 다름없이 마음을 시원하게 감싸주는 바다를 바라본다. 아담한 백사장도 걸어본다. 젊은 부부가 어린아이와 함께 물장난이 한창이
성경은 방대하지만 메시지는 간략하고 간단합니다. 한 마디로 예수님의 선포 ‘회개하라!’입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1,15)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말하면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회개하라’의 마지막 종말론적인 말은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뜻의 “깨어 있어라!”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간 중심세계관에서 우주 곧 자연중심적인 세계관으로 확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모두 정말 ‘뭔가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진화론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구
가톨릭교회에서는 11월을 위령성월(慰靈聖月)로 정해서 세상을 떠난 분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나이 들면서 주위의 아는 분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지켜보며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를 생각하게 된다. 대구 교구청 성직자묘지 입구 문의 양쪽 기둥에는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HODIE MIHI, CRAS TIBI)라는 뜻의 라틴어가 붙어있다. 글의 의미는 시간과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서 존재하지 않고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으니 그 중간인 현재, 오늘을 소
그 동영상은 처음화면부터 나의 호기심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 동안 모국의 위상이 각 분야에서 세계인의 관심 속에 특히 K-Pop, K-Food 등 K로 시작되는 한국의 문화가 큰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오늘 나는 동영상에서 그 실상을 목격하게 되어 퍽이나 감격하게 되었다. 모국이 선진국대열에 들어서게 되니, 호주의 한 초등학교에서까지 ‘한국의 날’ 로 정해 어린 학생들에게 한국문화 체험에 동참할 기회가 주어진 건 퍽이나 고무적이라 생각된다. 동영상에서는 시드니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국의 날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Have your say.” 알다시피 문장 그대로 번역하면 “할 말을 하세요”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뜻하는 바는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뉘앙스가 조금씩 다를 수 있겠다. 영미인들은 어려서부터 교육과 사회풍토 덕택인지 모임에서나 여러 사람 앞에서 이유 있는 지적, 불평, 이의, 의견, 주장, 제의, 질문 등을 서슴지 않고, 그러나 부드럽게 잘한다. 물론 그렇지 않거나 못하는 예외적인 사람도 더러 있다. 여기 대학 학부에 가 공부를 해봐 본건데 어떤 외모가 잘 생긴 여학생 하나는 한 학기 내내 질문 한번 안하고 입을 다물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한국을 다녀오는 여기 한인들이 부쩍 늘었다. 그리고 과거보다 즐거운 이야기를 듬뿍 가지고 돌아오는 것을 보게 된다. 고국이 잘 살게 되어 멋진 놀이터와 관광 명소와 맛집이 많아져 그런 거 아닌가 싶다. 대화의 내용을 들어보면 그렇다.한국 여행을 가지 않거나 못하고 여기 그대로 사는 한인들도 요즘 호주보다 고국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모국이니까 당연한 거지만 미디어 전공자의 관점에서 보면 한인사회를 주도하는 1세와 1.5세들은 호주가 아니라 한국 뉴스를 주로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조사가 없지만 그들은
최근 공정근로위원회(Fair Work Commission, FWC)는 멜번 소재 성매매업소 ‘Top of the Town’에서 근무하던 여성의 부당해고 클레임을 기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업소 매니저와 여러 차례 갈등을 빚은 이 여성은 매니저로부터 ‘당신의 용납될 수 없는 위협적인 행동으로 인해 더이상의 근무 시프트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후 FWC에 부당해고 클레임을 제기하였으나 FWC는 여러가지 근무조건 및 형태를 검토한 끝에 이 여성이 공정근로법에 정의된 ‘근로자(employee)’가 아닌 ‘독립계약자(indepen
오늘은 서울을 떠나 동해와 설악산을 찾아 나선다. 한국을 방문하면 한적한 지방에서 민박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이러한 나의 계획을 안 지인이 동해안에 있는 콘도를 권한다. 회원권이 있다고 한다. 가는 날은 지인이 자동차로 데려다주는 친절까지 보여주었다. 소박하게 지낼 생각이었던 나의 계획은 지인의 호의에 무너지고 호사스러운 숙소를 전전하며 지내게 되었다.속초로 가는 날은 가을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선선한 날씨다.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수많은 산이 도로를 에워싸기 시작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높고 낮은
창세기의 첫 도입부의 이야기는 두가지 사건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하나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이고, 다음은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이다. 두 가지 다 특별한 종류의 실패에 관한 것이다. 1. 실패의 역사첫번 째 사건은, 아담과 이브가 죄를 지은 이야기이다. 먹지말라한 열매를 따먹고, 부끄럽고 두려운 나머지 하나님만이 발견할 수 있는 곳으로 깊이 숨어들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어디 있느냐?’고 찾을 때 그들은 벗은 것이 부끄러워 숨었다고 대답하고, 먹지 말라고 한 나무 열매를 먹었느냐 묻자, 아담은 이브가 먹게 했다고 핑계를 댔고 이브
암을 비롯한 갖가지 질병이나 여러 사고 등은 예고없이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가족이 우선인 삶을 살다보니 자신의 행복과 건강은 늘 뒷전이던 이민자들에게 이런 어려운 일을 당하면 어디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언어 문제까지 겹쳐 이민 생활은 더욱 고단해진다. 본 칼럼에서는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자원 봉사자를 포함, 사랑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더 나아가 본 칼럼은 호주에서 살아가는데 있어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이민자들의 호주 사회로
바야흐로 봄이 되었다. 비가 유난히 많았던 긴 겨울이 지나고, 자카란다 보랏빛 창연한 요즘은 산책로를 따라 걷기에 좋은 날씨이다. 하루에 만보는 걷는 게 기본이라며 주위에 제법 성공 사례들을 자랑하는데, 나는 애를 써야 7-8000보를 걷는데 그치곤 한다. 그것도 어쩌다 골프를 치거나 일부러 바다나 산을 찾을 때이고 평소엔 두세번 사무실이나 집 주변을 걷는 것이 고작이다. 오늘은 사무실 앞에서 점심을 먹고 날씨도 화창해, 상가를 따라 이어진 주택가까지 넓게 사이클을 그려 주변을 걸었다. 1. 현상금 광고소방서를 지나 낯 익은 집들을
봄이 왔다. 아니 왔다고 한다. 이불을 돌돌 말아 끌어안고 커다란 애벌레가 되어 뒹굴고 있던 시월의 어느 날 아침이었다.‘카톡!’하는 소리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예민한 나의 귀를 자극하며 고요함을 깨트린다. 오랫동안 피하기 힘들었던 생존의 임무에서 해방되어 은퇴 후 삶의 즐거움 중에 하나는 느긋한 아침의 게으름이다. 그래도 반사적으로 머리맡에 있던 전화기를 열어본다. 사회로부터 멀어지면서 더 가까워지는 것은 전화기인가 싶다.‘봄이 왔어요!’라고 쓰인 문자와 사진 그리고 음악이 함께 와 있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비치는 조그맣고